제46회 학술문예상 시 가작
제46회 학술문예상 시 가작
  • 김은효(글로벌융합대학 1)
  • 승인 2022.11.21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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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파람>

  누군가가 나의 삶을 향해 휘파람을 불고 있다
  나는 설계도와 뼈대 없이 집을 지어야 한다

  햇살에 부서지고 만 파도의 거품을 담아 보내고 싶은 고향이
  그리워지는 날도 문득 있다
  바다 앞에 서도 편지 못할 유리병으로
  방파제 따개비에 몇십 번은 깨지고픈 날이 있다

  입을 모아 하고픈 말이 있었는데
  시원하게 욕을 하고 다 잊어버리고 싶었는데
  입술 사이로 투명한 바람만 휙휙 나와 듣기에나 좋아졌다

 

  <제46회 학술문예상 시 가작 수상소감>

  제출을 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질러보자는 마음으로 11시 59분에 허겁지겁 손 떨며 낸 글이 상을 받게 되어 굉장히 놀랐습니다. 메일을 확인하는 분들이 웃진 않았을까 생각하며 제가 썼던 글을 창피하다고 들여다보지도 못했는데, 가작으로 선정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은 날에는 제 글을 볼 수 있었습니다.
  <휘파람>은 오랫동안 홀로 간직했던 문장을 다듬고 살을 붙여 내놓은 시입니다. 조각상을 깎고 나면 울퉁불퉁하던 돌의 원형을 더 이상 선명히 기억해낼 수 없는 것처럼 저도 어떤 마음으로 그 문장들을 썼는지, 어떤 이유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가 선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깨끗한 유리병을 바라보며 음료수가 아닌 편지 한 장을 떠올리는 마음이나 짭짤한 물 한 컵을 바라보며 소금물이 아닌 고향의 바다를 떠올리는 마음 같은, 그런 낭만적인 그리움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문득 떠올리게 되는 것은 변함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마음과 생각이 순하게 잘 읽혔다면 기쁘겠습니다.
  이렇게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품어왔던 문장으로 수상하게 되어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스스로의 글을 보며 간간히 다가오는 창피함조차도 실은 기쁘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쓴 글을 읽는 일이 부끄럽지 않을 때까지, 무뎌지도록 오래 쓰고 싶습니다. 좋은 기회 주신 덕성여대신문사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항상 저를 망설이고 부끄럽게 만들지만 결국 사랑하게 하는, 글이라는 불가항력적인 도전에 대한 좋은 기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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