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와 기준 없이 전공 폐지 밀어붙이는 우리대학
절차와 기준 없이 전공 폐지 밀어붙이는 우리대학
  • 주세린 기자
  • 승인 2023.03.2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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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문·불문 전공 “총장과 대학본부의 독단적 행보”

 

  지난해 3월, 총장은 독어독문학전공과 불어불문학전공 교수 면담에서 “2024년도부터 두 전공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수요 부족을 사유로 든 총장과 대학본부는 평가 과정의 절차와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리지 않은 채 결정을 내렸으며 전공 존치를 위한 후속 방안은 설명하지 않았다. 근거 없는 전공 폐지 계획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두 전공의 주장을 들어봤다.

 

  2022년 3월 교수 면담
  독문·불문 전공 구조조정,
  논의인가 통보인가

  지난해 3월 28~29일, 독어독문학전공(이하 독문)과 불어불문학전공(이하 불문) 교수를 만난 총장은 “대학 발전과 구조조정을 위해 2024년부터 독문과 불문을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대학본부는 이날을 ‘학사구조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교수 간담회’로 칭하고 “최근 3년간 전공선택·전공탐색 인원과 재학생 40% 미만 설강 강좌 현황 등을 분석해 총장이 의견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학본부는 3월 교수 면담 전까지 두 전공의 학사 개편에 관한 평가 시기와 방법 등을 협의하지 않았으며 교수들에게 전공 폐지의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학본부는 “전공 교수 및 재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기에 문서로 알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교수는 “전공의 존치를 위한 방책이나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의논하지 않았고 일방적 통보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면담 대상이었던 한 교수는 연구년이라 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고, 복귀 후에도 관련 사항을 공식적으로 듣지 못했다. 이후 11월에 총장과 면담한 해당 교수는 “대학본부가 생각하는 발전 방향이 무엇이며 구조조정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고 폐과산정을 위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2년 11~12월 교수 면담
  “우리대학 장점은 다전공”
  학과 폐지는 총장 공약에 없다

  우리대학 학칙 제4조 4항에 의하면 전공과목은 10명 미만이 수강신청했더라도 수강 학년 재학생 수의 40% 이상일 경우 설강할 수 있다. 대학본부는 지난해 6월 8일 이를 개정해 “다만, 다음번 설강 시에는 10명 이상이어야 설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소수 전공은 폐강 과목이 늘어날 수 있다.

  각 전공의 교수와 학우들은 대학본부에 요청서를 전달했다. 독문은 “전공과목 설강을 개정한 단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해당 규정은 소수정원인 전공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고 교수·학생과의 논의 없이 이뤄져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원이 소수인 과목 수강생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절대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사가 지난 738호에서 우리대학의 상대평가 제도를 다룬 바와 같이, 수강인원이 적은 강좌에 절대평가를 도입해 달라고 요구하는 학우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소수 전공이 제도적 불리함을 겪고 있다면 이를 보완할 주체는 총장과 대학본부다. 2022년 11~12월에 총장과 전공 교수의 2차 면담이 있었다. 전공의 생존을 가르는 중대한 사안에 총장은 “우리대학 발전을 위해 전공을 정리해야 한다”며 이를 결정하는 것은 총장 권한임을 밝혔다. 이날 면담에 참여한 교수는 “학과를 개편하기 전 우선할 것은 공정한 평가 기준에 대한 학내 구성원 간 논의고, 그다음 구조조정의 여부를 가늠해야 한다”며 “대학본부는 평가 기준과 절차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게 먼저다”고 말했다.

  총장은 총장임용후보자 시절 전공이 많은 것을 우리대학의 장점 요소로 꼽았다. 공약을 담은 정책자료집에 “우리대학은 재학생 규모에 비해 전공이 많아 통폐합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불안이 항시 있었다”며 “2022년 교육부 교육과정 개편과 함께 다학제간 융합이 중시돼 다전공은 단점이 아닌 장점 요소다”고 기재했다. 우리대학은 광범위한 학문 분야에서 학우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탐색하고 진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자유전공제를 도입했다. 전공을 선택하는 학우들이 소수라도 전공다양성을 유지하고 학문 간 공존이 가능하게 만들어 융합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자유전공제의 함의를 지키려면 “학생 수요가 부족해 전공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적용하기 어렵다.

 

  2022년 12월 15일 학생 설명회
  기말고사 기간에
  면담 요청받은 학우들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 기간, 총장 비서실은 각 전공 학우에게 개별 메일 및 문자를 발송했다. 비서실은 “교수 및 학생이 작성한 요청서와 관련해 설명회를 진행하겠다”며 “바쁘겠지만 전공 학생들이 모두 참석해주기를 바란다”고 연락을 취했다. 시험 기간 동안 공부하던 학우들에게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다.
  당시 독문 정학생회장이었던 최예린(독어독문학 4) 학우(이하 최 학우)는 “전공 폐지 결정 관련한 요청서에 총장이 어떤 의견을 갖고 학생과 면담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리지 않아 거절 의사를 밝혔다”며 “전공의 지속가능성과 대학 발전을 구체적으로 논하려면 전공생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전공의 교수는 “전공의 교육과 시험이라는 핵심 업무를 방해한 행보였으며 전공생이 전공 존립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만든 섣부른 결정이었다”고 언급했다.

<제공/최예린 학우>
<제공/최예린 학우>

 

 

 

  2022년 12월 28일 전체교수회의
  전공 폐지 공표
  교수·전공생 의견은 어디에

  지난해 12월 28일 전체교수회의에서 총장은 학칙 4조를 근거로 독문·불문 전공의 폐지를 결정했음을 공표했다. 회의에서 전공 폐지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고, 전공 교수와 학우들의 의사도 반영하지 않았다. 학칙 4조 3항은 각 단과대학의 입학정원과 최대배정인원 조정을 위한 평가의 시기·방법은 총장이 따로 결정한다고 규정한다. 전공 교수들은 “최대배정인원을 조정할 권한은 총장에게 있으나 폐과를 다룬 규정이 아니므로 이를 적용한 총장의 발언은 무효다”며 “학칙 4조의 의도는 총장이 학내 구성원 모두가 알 수 있게 평가방법과 시기를 알리고 논의해 결과로 도출하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의 2023학년도 편입학모집요강을 살펴본 결과, 독문과 불문의 정원 내 일반 편입학 모집인원은 아예 명시되지 않았다. 올해 각 전공의 편입학생을 모집하지 않은 것이다. 민재홍 교무처장은 “두 전공을 폐지하겠다는 총장의 의사에 따라 대학본부에서 결정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편입여석을 산정한 교무과 공문에는 “독어독문학전공, 불어불문학전공의 경우에는 총장의 구조조정 방향에 따라 편입여석을 배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학칙 제23조 2항에는 편입학의 자격·모집구분 등 시행은 총장이 공고한 편입학모집요강에 따른다는 규정이 있다. 대학본부는 이를 근거로 총장이 편입학 여석 범위 내 모집인원을 자율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독문·불문 교수는 “편입학 모집인원을 학내 구조조정 절차 없이 0명으로 배정받았다”며 “편입생을 배정받지 못한 두 전공에 충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3월 20일
  오늘도 진행 중인
  대학본부만의 ‘전공 폐지론’

  독문은 “현재 대학본부와 총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특정 전공 폐지 논의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며 “전공 존폐를 논하기 이전 전체 전공을 상대로 구조조정 기준 및 평가 절차를 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학내 구성원을 중심으로 중립적인 구조조정·구조개혁 위원회를 만들고 그 조직을 거쳐 상호 간 소통을 이루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불문은 “총장과 대학본부가 ‘민주덕성’의 학풍을 버린 일방적인 행보를 거둬야한다”며 “대학 발전을 위해 각 전공이 처한 문제점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두 전공은 학과를 존치하고 전공생을 지원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불문은 전공생의 인턴 활동을 위해 프랑스 기업과 MOU를 체결하는 등 방안을 마련했고, 독문은 자매 결연한 독일 대학과 교류할 계획을 고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학우는 “유럽어문계열 전공이 폐지되면 단과대학을 ‘글로벌융합대학’이라고 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폐지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있을 때 학내 구성원과 지속해서 논의하는 ‘보텀업’ 소통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 구조개혁을 논하는 과정에서 교수·학생과 소통하지 않은 대학본부의 행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이사회는 “정원이 20명 이하인 전공은 통합 또는 조정한다”는 원칙을 들어 △사회복지·아동가족 △정치외교·문화인류 등 전공을 융합형 소학부로 구성하겠다고 결정했다. 당시 총학생회는 “대학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중대한 학과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2016년 우리대학은 예술대학 전공을 통합하겠다는 학칙개정안을 공고한 바 있다. 이 역시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 없이 급작스럽게 진행한 구조개혁이었다. 학우들은 학칙 개정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고, 이에 대학본부는 예술대학 구조조정안을 전면 폐기했다. 이어 2018년에는 소수전공이 대학 경쟁력을 훼손한다며 △문화인류 △사회학 △아동복지 등 소수 전공을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은 무산됐으나 학내 구성원에게 전공 구조개혁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민주적 논의 절차 없이 공표한 것이다.

  독립유공자가 설립한 우리대학의 100년 역사 동안 ‘민주덕성’을 지키려 수많은 학내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해왔다. 우리대학은 지속해서 문제를 빚고 있는 비민주적인 소통 구조에서 벗어나 진정한 대학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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