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재난 속 재난대응체계의 역할은?
반복되는 재난 속 재난대응체계의 역할은?
  • 김령은 기자
  • 승인 2023.10.1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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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응매뉴얼 보완과 국민 안전의식 향상 이뤄져야

  지난 7월,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돼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2시간 전부터 지하차도에서 여러 차례 위험 신호가 감지됐으며 차량 통제만 제시간에 이뤄졌더라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이어지며 재난대응체계의 문제점이 대두됐다. 계속해서 유사한 형태의 참사가 반복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재난대응체계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변화하는 재난 환경
  멈춰 있는 안전의식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신체와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현상이다. 이는 대량의 환자가 발생하는 사고나 큰 규모의 재산 피해를 의미하며 크게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낙뢰 △지진 △화산활동 등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재해이며 사회재난은 △화재 △붕괴 △폭발사고 △교통사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규모 이상의 피해와 △통신 △금융 △의료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감염병, 가축전염병의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통칭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존의 분류 방법으로 구분할 수 없는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대란과 같이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일어나기도 하며 자연재해와 기술·산업과 같은 사회적 요인이 결합하는 등 여러 요인이 합쳐진 채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행정연구원 허준영 연구원은 “최근 재난은 사회와 함께 변화하며 발생형태와 빈도, 영향 범위 측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며 “재난 환경의 변화로 미래 재난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다양한 재난유발 요인들이 긴밀히 연결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 안전의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안전보다 경제 발전이 더 중요했던 산업화 시대와는 달리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이후 국민이 안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는 강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적·물리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 더 안전하게 탑승하려면 현재 지하철이 정차하고 안전문이 열려 있는 시간인 45초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문을 열어놓으면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전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빨리 이동하길 원한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준 연구위원(이하 이 연구위원)은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간적·물리적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고려하는 성숙한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현장 출처/연합뉴스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현장 <출처 / 투데이신문>

 

  우리나라가 재난을
  관리하는 방법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하고 재난관리 단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해당 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다. 재난관리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총 4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응매뉴얼이 있는 일본처럼 재난대응매뉴얼을 구축하고 있으며 재난 발생 시 별도의 대책본부가 구성되는 미국의 체계도 채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책임 △기능을 정리한 ‘통합지원본부 운용 매뉴얼’을 마련했다. 해당 매뉴얼은 재난 상황을 신속하게 보고하고 비상 체계를 가동하기 위한 통합지원본부 설치 대상과 재난현장 수습지원체계 등을 담고 있다.

  재난대응체계에 따르면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대응·복구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재난 유형을 관리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지역 차원의 재난을 총괄·조정하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는 2018~2021년까지 3년에 걸쳐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했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참여하는 기관 간 신속한 정보 공유 및 소통을 위해 △소방 △경찰 △해경 △군 △지방자치단체 △전기안전 △가스안전 △의료를 포함한 재난 관련 333개의 기관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난대응체계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재난대응체계 <출처 / 연합뉴스>

 

  연결성 없는 관리 단계와
  모호한 매뉴얼로 혼란 가중

  우리나라 재난관리의 문제점은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에서 수행하는 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방 △대비 △복구 단계에서 수행해야 하는 일들은 주무 부처에서 수행하는 반면 대응 단계에 해당하는 일은 행정안전부 소속 소방서로 이관돼 담당 부서가 바뀌기 때문에 유기적인 재난관리가 어렵다. 즉,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띠는 부처가 △예방 △대비 △복구 단계를 담당하는 반면 비교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정안전부가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난의 대응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유기적인 재난관리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대응 단계만 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다 보니 연결성이 떨어진다”며 “이는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 발생 당시 건물이 붕괴했으니 국토교통부 소관이라는 의견과 리조트는 관광시설에 해당하므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담당이라는 의견, 사고를 당한 주체는 학생이므로 교육부의 담당이라는 세 개의 의견이 충돌해 주무 부처를 찾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대응이 늦어졌다. 이 연구위원은 “부처별로 담당하는 재난이 나뉘어 있는데 이를 명확하게 나눌 수 없는 사각지대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행동 지침이 빠져 있는 재난대응매뉴얼도 문제다. 우리나라 매뉴얼에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상부로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만 명시돼 있을 뿐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는 기록하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주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부의 경우 현장 상황을 잘 모른다”며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어 명령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소요돼 재난현장에서 상부의 명령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2009년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 현장 출처 / AP연합뉴스
2009년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 현장 <출처 / AP연합뉴스>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재난대응체계를 위해

  대응 단계에서 담당하는 부처가 달라지거나 명확하게 주무 부처를 파악할 수 없는 체계를 가진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재난 상황에 처음 도착한 기관이 대응 단계의 주관기관이 된다. 일명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US 에어웨이즈 1549편 불시착 사고의 경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 소방의 구조대 보트였기 때문에 소방이 해당 재난대응의 주관기관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지휘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재난관리 단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재난대응매뉴얼에 기준별 행동 지침 또한 명시해야 한다. 일본 재난대응매뉴얼의 특징은 기준별로 해야 할 행동을 제시하고 있다. 즉, 홍수 발생 시 △강수량 100mm 이상 △강수량 200mm 이상일 때 각각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기록됐다. 이 연구위원은 “재난대응매뉴얼에는 보고체계만 기록할 것이 아니라 상부의 명령이 내려오기 전 일정 기준에 따라해야 할 일을 명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에 대응하는 국민적 상식이 높아져야 한다. △소화기 위치 △소화기 사용 방법 △심폐소생술 방법 등 기본적인 안전 정보를 인지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재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인 자기 방제력을 길러야 한다”며 “재난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며 대응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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