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숨은 여성을 찾아서
역사 속 숨은 여성을 찾아서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6.05.20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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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여성 자선 사업가 백선행

 무명의 이름에서 선행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한국 여성 최초 사회장으로 장례가 치러진 사람. 이름도 없이 그냥 ‘평양 백과부’ 라 불리다가 가진 돈을 선행에 써서 선행이란 이름을 얻게 된 사람. 그가 바로 한국 최초의 자선 사업가 백선행이다.

안씨 가문에 출가한 백선행은 결혼 1년만에 남편과 사별하여 자식도 없어 16살의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되었다. 백선행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삯바느질과 길쌈은 물론이고 20리나 떨어진 시장에 가서 버리는 음식 찌꺼기를 주워다가 돼지를 기르고 봉선화 씨나 콩나물 장사를 하며 근검절약하며 살았다. 그녀는 생활신조를 “먹기 싫은 것 먹고, 입기 싫은 옷 입고, 하기 싫은 일 하며 사는 것” 으로 삼고 온갖 궂은일을 하며 억척스럽게 재산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런 그녀를 보고 사람들은 ‘구두쇠 백과부’, ‘악바리 백과부’라 불렀다. 회갑을 맞이 한 백선행은 자신의 피땀으로 모은 돈으로 대동군 고평면 송산리에 커다란 다리를 하나 놓는다. 그녀의 시작은 비록 초라했을지 몰라도 그녀의 근검절약 정신과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이 사람들을 울리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녀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그녀를 백과부가 아닌 백선행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 후 그녀는 시어른들과 남편의 무덤을 위해 2백냥으로 대동강 일대 만달산을 사게 된다. 하지만 그 산이 풀 한 포기 없는 돌산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만달산은 쓸모없는 돌산이 아닌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산이였고 백선행은 2만냥이라는 큰 돈을 받고 일본인 시멘트업자에게 넘긴다.

자신의 많은 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한 백선행은 막대한 돈을 자선사업에 바치기로 한다. 1932년에는 광성 소학교에 3백50석지기 논을 기부하였고, 그 이듬해에는 창덕 소학교에 3백석지기, 숭실 여학교에 2만6천평의 토지를 기부하였다. 장로회 신학 대학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평양 신학대학교 재단도 바로 백선행에 의해 설립되었다. 또한 민족 지도자 조만식과 뜻을 함께 하여 1928년에는 일본인들의 공회당보다 더 큰 민간운동 집회장인 ‘평양공회당’도 세웠다. 훗날 사람들은 이 건물을 ‘백선행 기념관’이라 불렀다. 돈을 벌고 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돈을 어떻게 값지게 쓸 것인지를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이런 백선행의 아름다운 행적들이 퍼지면서 1925년 총독부에서는 그녀에게 표창장을 주려고 했으나 백선행은 과감히 거절했다. 다시 한번 그녀의 곧은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백선행은 비록 자식도 가족도 없었지만 그의 영결식에는 학생들은 물론 조만식을 비롯한 독립 운동가와 사회 단체인 등 1만 여명이 그녀의 뒤를 따랐고, 백선행의 업적을 새긴 기념비가 여러 학교에 세워졌다. 백선행, 이름 그대로 남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한 그녀. 그녀의 따뜻한 마음으로 솔선수범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각박하게 돌아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따끔한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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