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아미나와 라디의 용기있는 항해처럼
[문화광장] 아미나와 라디의 용기있는 항해처럼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6.05.2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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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봄날의 그을림이 대지에 스며드는 4월하고도 6일 오후 6시 신촌 아트레온.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수많은 취재진들 속에서 여성문화예술기획 주관,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 주최의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4.14)가 시작된다. ‘일상의 바다를 항해하다’라는 주제가 눈에 띈다.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서울여성영화제는 IMF로 어려웠던 1997년에 시작해 관객의 힘으로 커온 영화제다. 최근 국제영화제로서 좋은 평가를 받아 아주 기쁘다”며 “관객의 사랑과 관심으로 만들어낸 영화제인 만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여성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개막을 선언한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33개국 여성 감독들의 작품 97편이 상영된다. 특히 ‘아프리카 특별전’이 눈에 띄는데, 이를 통해 일부다처제와 에이즈,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변화하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영화 특별전’도 마련되었는데, 여배우라는 스타의 이미지와 기호를 통한 보다 입체적인 접근 등을 통해 한국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이에 개막식의 끄트머리에서는 영국의 「커피색 아이들」, 한국의 「초록물고기」를 비롯 독일의 「내 남자의 유통기한」, 캐나다의 「커밍 아웃」, 네덜란드의 「안토니아스 라인」, 한국의 「생리해주세요」, 미국의 「딸이 되는 절차」 등 총 7개 부문 작품들의 하이라이트가 상영된다.

개막작은 킴 론지노토와 플로렌스 아이시 감독의 합작 다큐멘터리인 「법조계의 자매들(Sisters in Law)」. 달리는 차를 타고 카메룬의 쿰바 마을이 덜컹거리는 영상으로 펼쳐진다. 아미나와 라디는 매 맞는 아내이다. 전통적인 아프리카 무슬림 사회에서 때리는 남편에게 이혼소송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여인은 각자의 남편을 이혼 법정에 세운다. 어린 소니타는 이웃 나이지리아 불법체류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8살 난 그레이스는 이모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이들 곁에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억압과 폭력에 반기를 들고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법조계의 자매인 베라 검사와 베아트리스 판사가 있다. 이 법조계 자매의 도움으로 두 여인은 이혼을 하게 되고, 두 소녀의 가해자들에게는 처벌이 집행된다.

법조계 두 자매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야무지다. 폭력을 휘두르고 강간을 범한 남성들에게 ‘호통’을 치고, 어린 조카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여성을 ‘훈계’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가해자들의 변명의 여지를 싹 자르는 모습에서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내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던 아미나와 라디가 환히 웃는 마지막 모습에서 미소의 진실성이 느껴진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 짠할 정도로 말이다. 킴 론지노토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영화의 스토리가 그들 앞에 펼쳐진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또한 영화를 보면서 마치 감정의 여행을 하는 듯이 긍정적이고 감동적이고 재미있게 감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흔들거리는 영상과 또 자연스럽게 부정에서 긍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감독의 말이 두말할 나위 없이 딱 맞는 말인 듯하다.

영화는 고지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진다. 곧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고, 관객들 모두가 이야기를 곱씹으며 그것이 던지는 화두를 생각하는지 어둠 속에서는 자막만이 움직인다. 그렇다면 과연 그 화두란? 상투적이고 진부하지만 ‘여성의 용기’가 아닌가 싶다. 무슬림의 두 여인과 어린 소녀들이 용기 내어 자유를 얻었듯이 말이다. 그 용기로 남성과 관습에 대한 눈치 없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똑같은 일상의 바다에서 소신대로 자유롭게 항해하자는 나름의 슬로건을 정해본다.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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