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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06.10.2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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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귀족 여성의 사랑 <잔혹한 사랑 이야기 Zhestokij romans (A Cruel Romance)>

 

늦가을 비 내리는 날은 스웨터를 걸쳐도, 따뜻한 홍차를 마셔도 스산함이 가시지 않는다. 마음을 뒤흔드는 영화 한 편 보고 싶다. 삼류 통속으로 흐르지 않는, 애절하지만 품격 있는 사랑 영화. 이럴 때 러시아 멜로 영화를 고르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자작나무 숲에 눈이 내리고, 볼가강을 오르내리는 석탄선이 보이는 아름다운 옛도시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라면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엘다르라자노프의 1984년 작 <잔혹한 사랑 이야기>가 바로 그런 영화다. 
  볼가강변에 유람선이 도착하고, 집시 악단의 노래 속에 화려하게 성장한 결혼식 하객들이 보인다. 하얀 망토를 두른 건장한 사나이 세르게이(니키타 미칼코프)가 백마를 탄 채로 배에 뛰어들어, 신부 올가에게 꽃다발을 던진다. 이를 바라보는 올가의 동생 라리사(라리사 구제예바)의 가슴은 마구 뛴다. 라리사를 위해, 세르게이가 마차를 덜컹 들어 옮겨 준다. 부유한 사업가 크누로프, 라리사의 친구 보제파토프, 소심한 우체국 직원 율리가 이를 본다. 1년 후, 라리사는 세르게이의 배를 타고 황혼의 볼가강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세르게이는 아무 설명도 없이 사라진다. 라리사는 볼가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정자를 오르내리며 세르게이를 기다린다. 낙엽이 휘날리는 언덕을 하염없이 걷는 스카프 두른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를 본 게 얼마만인지.
  <잔혹한 사랑 이야기>는 라리사와 네 남자의 사랑싸움과 거래, 그로 인한 라리사의 죽음을 그린 비극이다. 라리사는 “이 도시의 보석이자, 도시를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여자”라는 칭찬을 들을 만큼 아름답고 청순하지만, 몰락한 귀족 계급의 막내딸로 결혼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라리사를 넘보는 남자들은 많지만, 집안 형편을 눈치 채고는 외면한다. 라리사는 “이이상 치욕을 당하느니 가장 먼저 청혼하는 남자에게 가겠어”라고 자포자기하기도하고, “남자들의 물건이 될 바에야 가장 비싼 물건이 되겠어”라고 외치기도 한다.
  라자노프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자본주의로 잠식되어 가는 볼가강 연안의 산업 도시가 배경이다. 당시의 러시아는 귀족층이 몰락하고 부유한 중산층이 새로운 지배 계층으로 떠오를 때였다”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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