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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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6.11.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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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심사평

이번 출품된 소설작품들은 모두 문장력이 뛰어났다. 짧고 간결하고 솔직한 표현은 문자 메시지 혹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익숙한 세대의 특징인 것 같고, 그 깔끔한 표현들이 오히려 가슴에 와 닿았다. 응모한 총 6편중에서「긴 하루」,「우리의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 「Chocolate」는 청춘의 고통스러운 ‘사랑’을,「밤으로의 여행」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다루고 있고,「졸업」은 일종의 성장소설로서 수능에 실패해서 자살을 시도했던 주인공이 이름 없는 지방대학에서 겪은 체험과 교우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숙되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다섯 편의 작품들은 글쓰기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글의 내용이 개인적 체험에 머물러 보편적인 의미로 확장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조용한 가족」은 군더더기가 없는 담백한 구성으로 담담한 일상 속에 숨죽인 깊은 고통의 무게를 서서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부도를 내고 멀리 도피하는 대신 집 안방으로 잠적해서 투명 인간으로 행세하는 아버지 때문에 갑자기 ‘조용해진 가족들!’ 분명히 집안 한 가운데 엄존하는 남편·아버지와의 대화가 끊겨버린 가족들. 그 아버지의 존재를 처음에는 이야기의 행간에 묻고 사건을 전개시키다가 차츰 면도기, 개수대 위의 국그릇 하나와 밥그릇 하나, 도날드 인형 사건, 딸 은경이의 결혼 등을 통해 아버지의 존재를 은근히 드러내고, 다정하고 자상했던 과거의 아버지와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하는 현재의 아버지를 대비시키고 있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또한, 가족의 불행과 고통이 불쑥 불쑥 피를 토하는 순간을 한 그루 산세베리아의 죽음, 아빠의 면도기에 손이 베이는 막내, 결혼을 앞둔 큰 딸 은경이의 오열, 그리고 주인공인 아내의 검은 생리혈과 심한 다리 저림 등의 비유로 처리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쿨’하게 사건을 전개하더라도 정작 온 가족을 무겁게 짓누르면서 “조용하게!” 입막아버린 장본인 아버지의 고통도 어떤 형태로라도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 이 부분이 너무 피상적인 점이 아쉬웠고. 간간히 사족 같은 묘사도 눈에 띠었다.「조용한 가족」은 앞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엿보여 이번에 가작으로 선정했다.     
  

신현숙(불문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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