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도 말 걸기] 사회 속 오류들, 거침없이 부셔가라!
[그에게도 말 걸기] 사회 속 오류들, 거침없이 부셔가라!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6.11.25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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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여성의전화 사무국 간사 도근철 씨

사회 속 오류들, 거침없이 부셔가라!

 여기 복 받았다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 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복하다고 말하는 한 남자가 있다. 대학교 동아리연합회장 역임 시절 여총학생회장과 싸우기도 참 많이 했다. 폭력을 당하는 여자후배를 보며 여성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가기도 했던 그였다. 그 남자, 누군지 궁금해진다.

- 남성으로서 여권 신장을 위해 일하리라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게다가 여성단체에는 남성이 거의 없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고, 무슨 일을 하는가?
 갈등 많이 했다. 주위 사람들도 ‘사내자식이 여자들 있는 데에 뭐 배울 게 있다고 들어 가냐’는 식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궁극의 목적을 빨리 달성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어떤 벽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사회,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회가 빨리 다가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특별히 여성을 선택한 이유는, 양성은 공존해야 하는 관계라는 생각 아래 남성으로서 여성과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들이 있나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인천 여성의전화에서는 인천지역을 거점으로 가정폭력, 이주여성 문제와 탈성매매여성 지원사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 단체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들이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남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도와주고 도움을 받았다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여성들이 ‘남자인데 우리랑 같이하네’하는 생각도 하지만 편하다고들 한다.

- 주변 여성들이 주로 상담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결혼문제다. 많은 여성들은 졸업 후 취업이 안 되면 아직도 결혼해야 하는 줄 알고 있다. 대단한 실수라고 생각한다. 서른 넘고 마흔 넘어서도 자기 길이 있으면 가야 하고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예전에 잡지를 보다가 유명 결혼업체가 ‘남자 나이 서른넷이면 결혼할 수 있지만 여자 나이 서른넷이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결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 것을 보았다. 당황스러웠다. 사회는 여성이 서른 넘어서까지 결혼을 못하면 바보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게 참 우스운 거다.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해준다.

- 남성이 여성 혹은 성적인 것에 대해 갖는 오류는?
 오류는 분명히 있다. 그 오류가 고쳐지기까지 대단히 오래 걸릴 것이다. 남성은 20대 후반만 넘어도 군대문화에 젖어 있고, 청소년기부터 포르노문화에 젖어 있다. 특히 포르노 배우의 행동이 여성의 행동이라고 인식한다. 스킨십도 더 깊고 강렬해야만 애정이 깊다고 잘못 생각한다. 그리고 둘이 원하는 성관계를 맺었어도 남성 위주의 성관계로 이루어진다. 포르노에서 보이는 남성은 군림하는 남성이니까 말이다. 군림하는 남성을 남성으로만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아무리 단속해도 끊이지 않는 성매매. 이 뿌리를 근절하려면 인식적·제도적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래방에 갔는데 도우미를 시간당 2만원에 샀다고 치자. 그 순간 종속관계가 되어버린다. 도우미는 내 물건밖에 안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인신매매다. 그리고 남성은 성구매자다. 그 개념을 없애지 않으면 성매매는 절대 근절되지 않는다.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파주 용주골은 정부 소유인데다가 불법건축물에 대한 벌금 정도만 내기 때문에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보이지 않는 뒷거래가 있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런 이상 아무리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도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는다.

- 최근 여성운동계에는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단체 대표직은 성공으로 이어지는 자리고, 여성운동계는 억압되고 경직되었다는 비판의 소리 말이다. 그런 배경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 여성운동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성주의 사고관을 많은 여성들에게 알리고 깨닫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느냐가 관건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여성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냐고 물으면 다들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만이 하는 운동이 아니라 양성 모두 함께하는 운동이 되어야 여성운동이 갖는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더 나눌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여성운동이 갖는 정서가 분명히 있다. 이 정서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 IMF 이후 노동운동이 성행했어도 결국 민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IMF를 극복한 지 2년밖에 안 되었고, 이후 연봉 4천5백이 넘는 사람들의 데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성운동이라고 그렇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 못한다.

- 끝으로 당찬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의 주역, 덕성여대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남성은 거의 자신의 행동이 여성에게 수치심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덮어버린다. 수치심을 느꼈을 때, 감정이 상했을 때 바로바로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싫다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당시 감정을 남성에게 반드시 인지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분명 서로 조심하게 될 것이다. 여성은 자기의 모습도 찾아갈 수 있다. 그리고 3년 이상 사귀면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자기 생각도 확실히 갖고 목표도 확실히 정하고 산다면 거침없이 나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 사회에서 어떤 규정과 그 어떤 틀로 막고 있어도 나아가라. 하나하나 부셔가는 재미도 쏠쏠하니까 말이다.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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