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추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세 자매 <도미니카의 붉은 장미 In the Time of the Butterflies>
[여성영화추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세 자매 <도미니카의 붉은 장미 In the Time of the Butterflies>
  • 옥선희
  • 승인 2006.11.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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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엔 ‘청춘예찬’이란 말만 들어도 반발심이 생기곤 했다. 나라를 엉망으로 해놓고 미래를 부탁한다는 기성세대가 무책임하게 여겨졌고, 젊다는 것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엄격한 자기 절제, 냉철한 도덕관, 불타는 정의감이 있다면 노인도 젊은이다. 눈앞의 이익을 탐하다 화려한 경력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이들을 숱하게 보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도미니카의 붉은 장미>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륄로 장군에게 맞서다 처형된, 미라발가 세 자매의 40주기를 기려 제작된 TV용 영화다. 트륄로에게 저항하다 추방된 의사 딸, 줄리아 알바레즈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마리아노 바라소 감독 등 남미 출신 배우와 스텝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1930년에 쿠데타를 일으킨 트륄로 장군은 32년 재임 동안 3만 명의 반대자를 처형하며 정권을 유지했다. 부유한 농장주 딸로 태어난 미라발가의 네 자매는 이런 현실을 모른 채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패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가 특권층이나 누렸던 고등 교육을 받기위해 도시로 가면서, 비극이 잉태된다. 아름다운 미네르바(셀마 헤이엑)는 학교 파티에 참석한 트륄로(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의 눈에 띄게 되고, 트륄로의 무례한 언행에 뺨을 갈긴다. 앙심을 품은 트륄로는 미네르바의 아버지를 체포, 고문했고 그 후유증으로 아버지가 사망한다.
개인적 복수심에서 시작된 미네르바의 독재 저항 운동은 이상주의자로서의 본격 투쟁으로 바뀐다. 미네르바를 말리던 언니와 동생, 그들의 남편, 그리고 어머니까지 힘을 모은다. 그들의 암호는 ‘Las Mariposas’ 즉 나비였고, 최종 목적은 트륄로의 암살이었다. 그러나 세 자매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다 1960년 11월 25일, 사탕수수 밭에서 처형되었다. 정부는 사고사라고 했지만, 막내 벨지카가 살아남아 언니들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다. 트륄로는 세 자매가 살해된 지 여섯 달 만에 암살되었다.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에서는 미라발가 세 자매가 살해된 11월 25일을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날’로 정해, 세 자매를 기리고 있다.

영화칼럼니스트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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