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다가가기엔 가깝고도 먼 그대
“안녕하십니까! 07학번 아무개 입니다!” 얼굴도 채 알아보기 전에 저 멀리서 후배라는 학생이 꾸벅 인사를 하고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에 한 번, 90도 각도로 반듯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에 두 번 놀란 기자는 옆에 있던 친구에게 “왜 저렇게 인사해?”하며 물었다. 친구는 “원래 저렇게 인사하는 건데”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원래 저렇게 인사를 한다고? 기자는 친구를 기다리는 강의실 앞에서 원래 저렇게 인사한다는 ‘안녕하십니까’를 수십 번 들어야 했다.
최근 선배기자가 후배기자를 폭행한 사건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자 봉건제도식 수습교안과 같은 수습기자 교육내용과 기자들의 수면부족, 강요받는 술자리 등 수습기자들의 실태가 화두로 떠올랐다. 선배기자가 후배기자를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훈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선배라는 이유로 막말을 일삼고 인격을 모독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군대를 갓 들어온 이등병이 된 느낌을 받았다는 한 수습기자의 고백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나이와 위계질서에 사로 잡혀 봉건적인 관계를 답습하고 있는지 보여줘 씁쓸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선배가 되었다. 후배보다 학교생활을 먼저 경험했다. 그래서 선배는 후배에게 ‘깍듯한’ 인사를 받을 권리가 생겨났고, 후배에게는 ‘깍듯하게’ 인사를 할 의무가 생겼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는 후배에게 술을 ‘강요’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고 후배는 술을 잘 ‘받아’먹을 의무가 생겼다. 우리는 ‘내가 선배니까’라는 이유로 후배를 가르치기도 한다. 그리고 선배의 위엄을 세운다는 이유로 기합 아닌 기합을 주기도 한다. 우리도 모르게 봉건적인 질서가 몸에 베여 있던 걸까. 자유와 젊음을 상징하는 대학생이란 이름을 단 우리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른 채 과거 선배들이 했던 길을 걷고 있었다.
나이와 지위만을 내세우는 선배가 아닌 진실로 후배들에게 길잡이가 돼주는 진짜 선배가 필요할 때다. 후배들이 모르는 대학생활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대학 내의 답습을 버리고 평등한 선후배로 나아가는 발걸음은 사회에 나가서도 상하명령식의 선후배 관계를 타파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양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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