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빗나간 부정
[백미러] 빗나간 부정
  • 교육부장 이은영
  • 승인 2007.05.1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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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러]

 

빗나간 부정(父情)

북극의 펭귄은 알을 낳을 때 수컷의 두 발 위에 낳아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날개로 알을 감싸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몇 주일을 굶는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음직하다. 이러한 순종적인 자식 사랑은 비단 북극의 수컷 펭귄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들에게도 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밤늦도록 일을 하고 심지어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랑이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얼마 전 자식을 사랑하는 정도가 넘쳐 부적절한 처신으로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만든 유난스러운 아버지가 있었다. 다 큰 자식이 술 먹고 붙은 시비로 인해 상처를 달고 들어오자 이를 참지 못하고 폭력배를 동원하여 ‘보복폭행’을 감행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그것도 사건이 일어난 지 50여일이 경과하고서 말이다. 초반 진술시 부인하던 사실도 수사로 인해 모두 거짓임이 밝혀졌고 결국 구속되었으며 몇 년 전 있었던 폭행사건까지 다시 불거져 그 유난스러운 아버지는 ‘사면초가’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한편 최근 법조계 및 고위공직인사들의 아들들이 병역 특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소문으로만 돌던 ‘신의 아들’ 문제가 현실로 대두되면서 가진 자의 횡포에 새삼 씁쓸할 따름이다.

흔히 자식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누구나 제 자식은 사랑스러운 법이다. 이것은 대기업 총수, 법조인, 정치인 등 가진 자들의 지위를 떠나 적어도 진정한 아버지라면 제 자식 귀한 것은 모두 공통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시대는 대기업 총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한때의 시비로 인한 싸움을 피 튀기는 보복현장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고 유명인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남들 다하는 군 입대를 피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서민들을 분노케 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단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면서 오로지 ‘내 자식’만을 외치는 그들에겐 낡아빠진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관습만이 존재 할 뿐이다. 그들의 그릇된 사랑을 넘치도록 먹고 자란 그들의 아들들이 훗날 어떤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유난스러운 아버지가 경영하는 기업의 광고처럼 모두가 사랑으로 늘 함께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최근에 일어난 보복폭행과 병역비리 문제는 그들의 지위를 막론하고 법의 공정한 판결을 받아야 마땅하다. 적어도 우리사회에서 ‘가진 자’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받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가정에서도 무조건 ‘내 자식, 내 가족’만을 외치는 가부장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교육부장 이은영
slseky@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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