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형 아줌마가 세상에 告(고)함!
1세기 형 아줌마가 세상에 告(고)함!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7.06.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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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아줌마의 날 기념 축제

‘우리 옆에는 항상 이 험한 세상에 큰 다리가 있어. 때론 지겹고 사랑스러운 단 한사람. 아줌마는 너무 힘들어. 아줌마는 너무 외로워. 아줌마는 우릴 지켜줘. 아줌마는 우릴 사랑해. 아줌마여 그대 이름은 천사여.’

그렇다. 가수 왁스의 노래 ‘아줌마’의 가사처럼, 대한민국의 아줌마는 분명 두 날개 달린 천사임에 틀림없다. 처녀 땐 죽자 살자 결혼만 해달라던 남편은 귀찮다며 술 취해 자버리고, 열 달을 뱃속에서 힘들게 키워왔던 자식은 이제 와서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며 소리치고, 그렇게 나이는 늘어만 가고 아까운 청춘은 어디서 보상 받을 수 있나. 이게 바로 대한민국 아줌마의 공통된 한이다. 이런 한 많은 아줌마들이 이제 더 이상 참고만 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31일 제8회 아줌마의 날을 맞이하여 아줌마의 목소리로 세상에 고하는 현장을 찾았다. 

5월의 마지막 날은 6월 무더위를 예고하듯 무척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쨍쨍 내리쬐는 햇빛에 불쾌지수는 높아만 갔다. 그러나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1층에 마련된 아줌마의 날 행사장 만큼은 달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250여명의 아줌마들이 내뿜는 유쾌함이 행사장을 감쌌고,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박수소리, 환호성만 가득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아지트를 표방한 ‘아줌마닷컴’은 2000년 4월, 늘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는 아줌마를 위해 ‘아줌마의 날’을 제정하게 되었다.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등 가족을 위한 기념일은 많고도 많지만 정작 가정의 중심에 서 있는 아줌마를 위한 날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아줌마 자신을 위한 날을 만들고 싶다는 회원들의 제안과 투표를 거쳐 5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을 ‘아줌마의 날’로 정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가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하며 즐기는 날이 바로 아줌마의 날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줌마의 날은 벌써 8회를 맞이하였고, 아줌마의 날을 축하하러 모인 아줌마들도 30명에서 250여명으로 부쩍 늘었다.

우리대학 출신 아줌마 MC 최광기씨가 제8회 아줌마의 날의 시작을 힘차게 외쳤다. “오늘의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바로 아줌마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도 아줌마,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것도 아줌마입니다. 오늘 하루 만큼은 아줌마라는 일상을 벗어던지고 1년에 단 하루 있는 아줌마의 날을 즐깁시다. 아줌마 만세! 만세! 만세!” 

제8회 아줌마의 날은 ‘아줌마가 세상에 告(고)함’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나라에게, 가족에게, 기업에게, 사람들에게 아줌마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생각을 고하는 자리였다. 시흥동 임은정 아줌마가 입을 열었다. “자녀 교육비가 너무 비싸요. 나라는 자녀 교육비를 적절하게 보조하고 지원하라.” 58년 개띠 고양시 전정애 아줌마는 아파트 위층의 염치없는 아줌마에게 고한다. “이봐! 당신만 애들 키웠어? 나도 애들 키워봤어. 아파트에서 매일 운동회 열지 말란 말이야!”

   
▲ 아줌마의 날 축제에서 참석자들이 아줌마 헌장을 낭독하고 있다
우리시대의 아줌마들은 아줌마라는 호칭에 뭔지 모를 피해의식을 느껴왔다. ‘아줌마’ 하면 억척스럽고 생활력 강한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닌 것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지하철 빈자리에 가방을 던져 자리를 확보하는 것도 그냥 여성이 아닌 ‘아줌마’고, 시장에서 목청 높여가며 상인과 값을 흥정하는 것도 일반 여성이 아닌 ‘아줌마’다.

그러나 아줌마들이 변하고 있다. 촌스럽고 우악스럽고 억척스러운 여성을 대변하는 아줌마들이 스스로 변화를 꽤하고 있다. 꼼꼼하고 계획적이면서도 마음이 넓고 푸근한 아줌마,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요구사항을 전하면서도 대안을 마련하는 철두철미한 아줌마, 나이 들었다고 사회의 중심에서 비껴서기는커녕 오히려 한 발 더 앞서서 사회를 이끌어나가고 능력을 발휘하는 아줌마. 이게 바로 21세기형 신 아줌마다.

   
▲ 아줌마의 날의 축하공연. 아줌마 난타
아줌마들이 한 목소리로 선포한 아줌마 헌장처럼 이 시대의 아줌마들은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의 삶의 가치를 인정하는 주체적 존재로 거듭났고, 가정과 이웃, 사회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며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고 정보화 시대의 한 일원으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아줌마로 다시 태어났다.

거침없고 솔직하게 사회를 향해 아줌마들이 계속 고해나간다. 음식을 가지고 몹쓸 장난을 치는 사회에게, 아줌마의 이력서는 접수조차 받지 않는 기업에게, 목소리 크다고 허구한 날 짜증내는 남편에게 고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진심이 담긴 감사도 있었다. 시어머니와 남편에 대한 감사와 같은 아줌마 동료들에 대한 감사가 있었다. 아줌마이기에 이토록 솔직하게 내뱉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녀들에게도 분명 수줍고 꿈 많던 소녀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사랑을 꿈꾸며 예쁘게 단장하던 처녀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줌마가 되면서 그들은 행동이 거침없고 솔직해졌다. 더 이상 수줍어하거나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는 진짜 아줌마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줌마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 또 하나의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이 사회에 긍정적인 아줌마 파워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전남 곡성에서 올라온 한 아줌마는 “아줌마라는 호칭에 대해 이토록 자부심을 느낀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나 혼자만 어렵게 지내는 아줌마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줌마 동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초대가수 안치환씨의 마지막 곡 ‘위하여’의 전주가 흐른다. ‘아름답고 당당하고 힘찬 대한민국 아줌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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