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진정한 춤꾼들이 만들어내는 뜨거운 무대 속으로
[특집] 진정한 춤꾼들이 만들어내는 뜨거운 무대 속으로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7.09.08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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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고 한다. 생각해본다. 가장 아름다운 말은 바로 사람의 몸짓이 아닐까. 삶의 희노애락을 손끝과 발끝으로 담아내는 몸짓, 그 몸짓으로 소통하는 사람들. 오늘 우리는 그들을 만나러 간다.


#1 강한 비트 속 그 뜨거운 열정을 느껴라

홍대에 자리한 비보이전용극장은 어느덧 사람들로 가득 찼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공연해온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찾은 관객들은 그들의 땀이 만들어낸 비보이 공연을 보기 위해 설렜다. 설렘의 공기로 가득 찬 무대 위 비보이들은 현란한 춤 동작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내 몸을 비트에 맞겨봐!

비보이(B-boy)에서 ‘B’는 Break-dance(브레이크 댄스)를 가리킨다. 즉 비보이란 ‘브레이크 댄스를 전문적으로 추는 남자’를 말한다. 여자는 비걸(B-girl)이라 부른다. 클럽의 DJ가 음악을 틀다가 브레이크(Break:노래 중간에 비트만 나오는 구간) 부분을 계속해서 들려주는데 비보잉(B-boying)은 이 브레이크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다.

비트를 타고 흐르는 동작 하나 하나에 기이하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비트의 강약에 따라 비보이들이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며 강함와 부드러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풍차처럼 땅에서 회전하는 동작부터 한손으로 물구나무를 선 상태에서 몸을 비틀어 회전하는 동작까지 대부분 상체를 이용한 동작이다. 다소 거친 동작들은 비보잉이 단순히 춤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라는 걸 느끼게 해줬다. 그것도 에너지를 마음껏 뿜어낼 수 있는 젊음의 기술 말이다.

무대 위에서 비보이들은 즐겁다. 마치 자유롭게 즐기는 듯한 그들의 표정을 따라가면 관객들의 눈과 귀는 즐거워진다. 꼬마아이가 방방 뛰며 놀 듯이 비보이들은 리듬과 몸을 일치시키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에서 발레리나는 비보이를 본 순간 비보이의 매력에 빠져 급기야 발레를 접게 된다. 자유로움, 자유로움이 개척해내는 새로운 길. 아마 발레리나도 그 매력에 흠뻑 빠졌으리라.

비보이들은 이제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공연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비보이들이 국악, 뮤지컬, 굿, 가요 등을 접목시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원하는 관객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한 장면
날라리 춤꾼? 세계로 뻗어나가는 진정한 춤꾼

현재 공연 중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주인공이자 익스트림 크루에서 활동 중인 정영광(26) 씨는 친형의 영향을 받아 중3때부터 비보잉을 시작했다. 지금과 같이 비보이스쿨이 있던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위 형들에게 춤 동작을 하나씩 배워가야 했다. "다른 춤들도 조금씩 배웠었지만 비보잉만큼 나를 매료시켰던 춤은 없었어요. 테크닉에 매료되었죠"라며 그는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비보잉의 매력이 지금까지 비보잉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춤을 추었을 당시 비보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오히려 한때 로 여겨졌다. 함께 공연을 하고있는 발레리나 역의 유은혜(26) 씨 역시 비보잉은 날라리가 추는 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연습하면서 비보이에 관한 편견을 날려버렸죠”라며 그들 역시 고된 연습을 하며 땀흘리는 진정한 춤꾼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정영광 씨는 자신이 전설적인 인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보이가 취미를 떠나 한 사람에게는 삶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춤을 출 수 없다는 것 역시 편견이죠. 젊은 친구들에 비해 근력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춤을 추는 센스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2 선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뿌리패의 연습실로 들어서자 커다란 대고들이 나란히 서있다. 북과 장구, 부채와 한삼이 전통무용을 하는 곳임을 단숨에 알게 해주었다. 1998년에 창단한 뿌리패는 한국의 전통음악과 무용을 바탕으로 현대에 맞게 창작하고 재구성하여 공연하는 예술단이다. 중국에서 열릴 제 9회 아시아 예술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게 된 뿌리패 예술단은 연습에 몰두해있었다.

   
▲ 무용연습이 한창 인 뿌리패 연습실
호흡을 가다듬어라 그리고 선을 그려라

뿌리패 예술단의 무용단은 전통의 틀을 최대한 지켜가며 전통과 창작무용을 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타악연주도 함께 하고 있다. 타악연주는 보는 즐거움에 듣는 즐거움까지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번에 참가할 아시아 예술제에서는 태평무, 소고춤, 무당춤 등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을 선보일 예정이다.

쿵덕쿵덕, 장단에 맞추어 춤사위는 시작되었다. 손과 발의 동작은 멈춰있는 듯 때론 물 흐르는 듯 전개된다. 한국무용이 지루하다고? 아니다. 화려한 부채 뒤에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국무용만큼 고혹적인 무용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무용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호흡조절 때문이란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다 표출해내는 자유의 아름다움보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조절하는 절제의 아름다움이 한국무용을 더 빛나게 하고 있었다.

한국무용은 이미 해외에서는 ‘아름다운 춤’으로 널리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한국무용은 아직도 낯선 예술이다. 전통을 지키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고인 물은 언제나 썩는 법이다. 꾸준한 연구만이 한국무용을 발전시키고 대중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예술로 가는 길 일 것이다. 그 한가운데 뿌리패 예술단 무용단이 진한 땀을 흘리며 관객과 함께 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다.


   
▲ 무용연습이 한창인 뿌리패 연습실
가장 우리스러운 것이 인정 받는다 

“대부분 어릴 때부터 한국무용을 배웠고 지금까지 하고 있는거죠”라는 최주현(35) 씨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이들이 할 수 있는 무용은 한국무용이라고 말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무용을 접했기에 자신의 길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경제적 지원의 부족과 힘든 훈련 등 자신의 길을 고수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중 무용을 그만 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다시 돌아왔다. 최주현씨는 “아마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국무용의 매력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요”라고 답했다. 

 

무대 위에서 느끼는 희열. 무용수들이 무용을 하는 이유로 꼽는 가장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에서 공연을 마친 뒤 공연을 보신 할아버지가 참 잘봤다며 넥타이를 풀어서 건네주었을 때를 잊지 못해요”라는 그녀는 외국에서 인정을 받을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한국무용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함께 공연 준비 중인 석주혜(35) 씨는 모든 무용의 기본은 한국무용 같다고 했다. “다른 무용의 경우 무용수의 수명이 짧지만 한국무용수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 깊이를 더 잘 살려낼 수 있어요”라는 석주혜씨는 한국무용은 어려운 무용이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무용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가장 우리다운 것이 해외로 나갔을 때 더욱 인정받는다고 덧붙였다.


춤은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춤을 추는 이도 즐거워야 한다. 춤이 좋아서, 춤을 추고 싶어서 그들은 수많은 땀을 무대 위에서 흘리고 있다. 몸짓은 그들의 삶이 되고 꿈이 된다. 젊은이들의 힘과 개척정신을 담은 비보이과 우리나라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담은 한국 무용은 서로 다른 것을 지향하는 듯하다.

하지만 육체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그들이 지닌 춤에 대한 열정의 무게는 똑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무대 위에서 만들어 낸 땀은 그들이 ‘춤’으로 통하는 진짜 춤꾼들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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