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밤을 만끽하며 놀아보자!
자유로운 밤을 만끽하며 놀아보자!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7.10.27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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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여성전용파티


해가 기울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그 곳은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시청 앞, 그 너른 광장이 낯설게 느껴진다. 서울 한복판에서 밤을 깨우는 네온사인 사이로 4회 여성전용파티를 알리는 유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엥? 파티면 파티지. 여성전용파티가 뭐냐고? 궁금하다면 따라오라. 시청 앞으로 밤마실 가자.


밤마실 가자, 놀아보자!

지난 5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문화미래 이프가 주최하는 4회 여성전용파티 ‘No Blood No tears Night 시청 밤마실’이 열렸다. 여자들에게 밤은 아직도 무섭다. 여성들의 성폭력, 강간, 살해 뉴스가 전해지면 으레 '옷차림이 단정치 못하니 그런 일이 발생하지', '그 시간까지 여자가 뭘 하고 다닌거야?'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여성전용파티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물리적인 폭력과 사회적인 관습 앞에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고, 밤과 낮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린 것이다.

'달'이 뜨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공연무대 왼편에는 다양한 천막부스가 마련되었다.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문화공동체, 대안영상문화공동체 아이공 등 여러 단체들의 사업 소개와 전시가 진행됐다.

특히 장애여성공감 부스에서는 장애여성들이 직접 만든 쿠키를 선보이기도 했다. 쿠키를 판매한 수익은 장애여성이 재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쓰인단다. 한편에서는 벽화프로젝트와 치유나무 꽃 피우기가 한창이었다. 밤의 자유를 꿈꾸듯 한 여성이 그려진 벽화는 안전한 밤 거리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작은 메시지들로 채워져 갔다.


여자라는 이유로 고통 받는 우리네들

시계바늘이 7시 30분을 넘기자 흥겨운 풍물패의 악소리가 들려왔다. 풍물패의 한판 굿이 끝나자 밤길에서 폭행과 살인으로 유명을 달리한 넋을 기리는 살풀이춤이 시작되었다. 성폭행은 흔히 ‘영혼의 살인’이라고 일컫거늘.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8,729명, 하루에 24명꼴로 해를 당하고 있다. 지난 여름 경찰청은 ‘성범죄 예방 10대 요령’으로 야간 외출 삼가기, 지나친 노출 의상 피하기 등을 제시해 여성이 단정치 못해 성폭력 피해를 당한다는 인식을 조장하였다.

밤길을 무서워해야 하는 이유가 여자이기 때문인가? 많은 피해여성들은 오히려 사회의 왜곡된 시각 때문에 더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우리는 자유로운 땅에서 왜 자유롭게 걷지 못하는 것일까.

애섧은 생각이 들 때쯤 관객들의 헌화와 묵념이 끝나고 여성전용콜택시 운전자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조금 더 밤길을 안전하게 안심하고 택시를 탈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힘찬 목소리로 여성전용콜택시 제도를 촉구하였다.


   
▲ 여성전용파티의 열정적인 무대
열기에 흠뻑 취한 여성전용파티

이윽고 무대공연이 시작되었다. DJ소희의 음악다방에서 달궈진 분위기가 공연을 통해서 더욱 뜨거워졌다. 바이올린, 아코디언, 기타,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오르겔탄츠 팀은 오묘한 음색을 내뿜으며 자유로운 음악을 전달했다. 이후 장애여성공감의 무용팀인 ‘춤추는 허리’가 나와 장애여성이 느끼는 차별과 억압의 경험을 연극으로 표현하였다.

여성 중에서도 소수자에 속하는 장애여성은 사회의 냉랭함 속에 방치되어 왔다. 그들이 그들의 몸짓으로 그려낸 장애여성과 장애여성의 삶 역시 우리와 같이 고귀한 삶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돗자리를 펴고 함께 온 친구,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가디스(여성전용파티 자원활동가)들은 밤을 재미있게 즐기는 관객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고 풍선을 만들어주며 관객과 하나가 되어갔다.

이날 여성전용파티에 함께 한 이소영(18세) 양은 “시험이 끝나서 우연히 시청 앞 광장을 찾았는데 이런 재미있는 행사가 진행 돼 시험 스트레스를 한껏 푼 것 같다”며 파티를 즐겼다. 한편, 풍선화관을 쓴 할머니도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공연을 관람해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기도 했다. 

고고보이스와 메리제인 밴드의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마시며 뛰니 광장은 그야말로 파티장이 되었다. 밤 9시를 넘어서도 파티장의 뜨거운 열기와 숨, 들뜨게 만드는 음악은 한시도 관객들을 놓지 않았다. 색색가지 조명아래 관객들이 흔드는 야광봉과 풍선이 물결을 이루었고 관객 역시 무대 위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문화미래 이프 이사장이자 발행인인 엄을순 집행 위원장은 “정말 만족스러운 여성전용파티이다. 앞으로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놀고 싶다. 또한 여성전용콜택시 제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더 촉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안전한 밤길을 기원하는 메세지를 남기고 있다
눈치 보지 않고 놀았다. 광장이 곧 놀이터였다. 언제 한번 끊길 차 시간 걱정하지 않고 맘껏 놀아본 적이 있었나. 4회 여성전용파티는 바로 여성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함께 놀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여성의 밤길을 환하게 비춰주었던 여성전용파티. 그 공간에서 느꼈던 환희가 여성이 좀 더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촉진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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