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문예 동화 가작] 병 속의 아이
[학술문예 동화 가작] 병 속의 아이
  • 조현정(경상학부 1)
  • 승인 2007.11.20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뚝!뚝!

병 속의 아이는 울고 있다. 병 속의 아이의 울음소리는 너무나 작아서 아무도 아이가 울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병 속의 아이는 외톨이였다.

예전에 병 속에서 아이는 먼지가 모여서 태어났다. 아이는 자신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리려고 했지만, 아이는 손톱보다 훨씬 작아서 보이지만 않았다. 만약 보인다고 해도 병 속에 끼인 곰팡이로 보일 뿐이었다.

아이는 서글펐다. 자기에겐 병 속도 넓지만 병에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래서 아이는 ‘친구를 저에게 주세요!’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때, 병 속이 진동하면서 누군가가 대답을 했다.

“내가 너의 소원을 들어줄까?”

아이는 깜짝 놀라서 “누구? 어디에 있어?”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목소리는 씁쓸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에겐 내가 안 보여.하지만 나는 널 알고 있어. 나는 너가 태어날 때부터 널 알고있어. 나는 너가 태어날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거든. 그리고 너가 너무 슬퍼보여서 도와주러 왔어.”

아이는 의아했다.

“나를 어떻게 보았는데? 아무도 ‘병 속의 아이’에겐 관심을 갖지는 않을텐데....”

“내가 병이기 때문이야. 병이라서 너에게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나는 언제나 너를 지켜보고 있었어.”

느닷없이 목소리가 자신이 병이라고 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자 아이는 놀랐다.

“그럼 당신이 내 창조주인가요?”

병의 목소리는 아이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이 진동을 느긋하게 울리며 “아니야. 내가 너의 창조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를 돕고 싶어서 불렀어. 이제 네게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줄게. 하지만 지금 모습으로는 무리니까 마법을 걸어서 인간이 되게 해줄거야.”라고 말했다.

순수한 표정으로 아이가 되물었다.

 

“인간? 인간이 무엇이에요?”

“인간은 너의 소원을 이뤄주는데 가장 필요한 거야. 흔히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존재지. 친구를 얻으려면 너도 그들과 같아져야해.”그렇게 말하면서 병은 먼지부스러기인 아이의 몸에 시선을 주기라도 한 듯이 진동을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행이 필요해. 너는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할 거야.그리고 너는 여행 중에 ‘별의 조각’을 모아서 이 장소로 돌아와야 해.”

“별의 조각을 어떻게 찾는데요?”라고 아이가 물었다.

“별의 조각은 너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야. 하지만 너는 느낄 수 있어.별의 조각은 마음에서 태어난 생명체같은 거라서, 너는 별의 조각과 공명할 수 있어.이제 마법을 걸어줄게. 꼭다시 나에게 와야한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아이가 “알겠어요.”라고 말하자, 아이는 피같은 액체에 둘러쌓여 병 속에서 사라졌다. 병 속의 아이가 다시 일어났을 때는 붉은 석양이 비추어서 약간 붉게보이는 골동품점 안 이었다. 그리고 찬장 위의 우아한 세공이 새겨진 유리병은 아무도 없었다.

 


[2]

 

 

딸랑!딸랑!

이제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고풍적인 가게의 문이 1년만에 열렸다. 이곳은 골동품점. 어제까지 1년동안 골목길의 주인 없는 골동품점에는 아무도 발길을 올려놓지 않고 있었다. 런데 골동품점에 들어 온 사람은 막상 골동품에는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그는 침입자이지만 도둑은 아닌 것 같다.갑자기 그가 찬장 앞으로 다가선다. 찬장 위에는 세공이 잘 된 병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듯 보인다.

“다녀왔어요. 이제 당신과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라고 어이없게도 소년은 병에게 말을 건다.

“너가 꿈의 조각을 다 찾았으니까 이제 인간이라도 나와 이야기 할 수 있어.설령 지금 인간이라도 말이지.”라고 병은 살아있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목소리에 맞춰서 진동소리가 미세하게 울린다.

“당신의 목소리가 그리웠어요. 오랜만이에요. 당신의 부탁대로 꿈의 조각을 찾아왔어요. 설령 보이지는 않지만.”

“알아. 너에게 흡수당해서 보이지는 않지만 너는 나를 찾아왔잖아?”고 병은 다정한 진동소리를 보낸다.

“별이 조각은 받겠어. 그 전에 너의 1년간의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지 않을래?”

“긴 이야기지만 말해 드릴게요. 처음에 저는 본성이 이끌리는대로 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 광대를 만나게 되었어요. 광대는 근처의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줄려고 노력하고 있었죠. 저는 광대를 처음 보는 거라서 신기하기도 했고, 응원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근처의 아이들에게 껴서 광대를 응원했어요. 그러자 광대가 근사한 마술을 저를 위해서 선물한다고 했어요. 저는 너무 기뻤어요. 마술이 끝난 뒤에 광대는 저의 응원덕택에 힘이 났다고 자신과 친하게 지내자고 했어요.”

“잘됐어. 너의 진정한 소원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었잖아?”

“처음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여행길에서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거든요. 그런데 광대쪽에서 제 이름을 묻는거에요. 저는 그 전까지는 병 속의 아이였고 이름은 없었어요. ‘이름이 없는 아이는 이상하니까 역시 친구는 무리겠지’하고 체념하고 이름이 없다고 말했어요 .광대는 순간 놀라더니, 저에게 “너의 이름은 뭐가 좋다고 생각해? 그게 네 이름이야”라고 말했어요. 저는 “아이”라고 말했어요.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병 속의 아이였으니까요. 광대는 제게 친구가 되주었고 저는 광대와 함께 있으면서 행복을 느꼈어요. 그랬더니 꿈의 조각이 제 눈앞에 나타나 제 몸에 들어갔어요.”

 

병은 이제 ‘아이’라고 불리는 소년에게 “꿈의 조각이 너를 선택한 거야. 행복이 들은 꿈의 조각은 너의 행복에 끌린거야.”하고 덧붙였다. “또 다른 꿈의 조각은 어떻게 모았니?”

“광대와 헤어지고 나서 저는 큰 도시를 향해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큰 도시를 가는 중간에는 혼자서는 나가기 힘든 깊은 숲이 있어서 길을 잃어 버렸어요. 길을 헤매다보니 밤이 되더라구요. 다행히도 지나가던 사냥꾼께서 저를 집에 초대해 주셨어요. 사냥꾼부부의 집은 따뜻한 분위기였어요. 혼자일 때와는 다른 무엇인가로 꽉 찬 집이었죠.그분들은 너무 친절하셔서 저를 친자식처럼 대해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원래는 하룻밤만 머물려고 했지만 따스한 분위기에 도취되어서 반년이라는 시간을 그분들과 함께 보냈어요. 그분들은 자식이 없으셔서 저를 아들로 불러 주셨어요. 반년간의 생활이 끝나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을 때는 정말로 몸이 무거웠어요.”

“그들과 헤어지기가 싫었구나. 그렇지않아?”

 

아이는 긍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헤어질 때를 떠올렸는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여행에서 가장 슬플 때가 헤어질 때였어요. 저를 아들로 봐주신 그분들이랑은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아요.”

“헤어졌더라도 너는 그들을 기억하잖아? 그들도 너를 기억할거야. 두 번째의 꿈의 조각은 기억이구나.”

“인간에게 기억이라는 것은 잊혀지고 바래진다는 데 저는 그런 것을 안 바라고 있어요. 그들을 바랜 시선으로 기억하고 싶진 않아요.”

아이는 굳은의지로 병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괜찮아. 너는 기억할 수 있어.별의 조각이 너를 선택했기 때문에....”하고 궁금한 듯이 덧붙였다.

“너는 슬픔이라는 꿈의 조각도 얻은거야?”

“기억이라는 꿈의 조각을 얻으면서 슬픔도 깨달았어요. 동시에 이 골동품점으로 올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아직 가족이라는 꿈의 조각이 부족해. 그들에게 가족의 꿈의 조각을 얻기엔 반년이란 너무 짧은걸.”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고 “아니에요. 저의마지막 꿈의 조각은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어요. 제가 태어날 때부터 가족은 있었으니까요. 엄마,저의 꿈의 조각 아니에요. 당신의 병에 넣어 드릴게요.”

 

 

병 속에 별들이 은하수를 이룬다.

병 속에 아이의 모습이 비춰진다.

병 속에 아이의 행복, 기억, 슬픔, 가족이라는 별들이 넘쳐난다.

고풍스런 골동품점에는 별을 가진 아이들이 발길을 돌릴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