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의 여성] 자신만의 삶을 찾으려는 엄마의 하루
[TV속의 여성] 자신만의 삶을 찾으려는 엄마의 하루
  •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08.03.03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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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
 

   
KBS-2TV의 주말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인기는 예정된 것이었다. 작가가 김수현이며, 극단적인 애정 멜로와 함께 김수현 드라마의 한 축을 이루는 가족드라마로서 최근 드라마의 무리한 설정에 지친 시청자를 위로해주고, 김수현 사단 배우들의 빼어난 캐릭터 구현 덕분이다.

김수현의 가족 드라마는 불치병이나 가족간 갈등을 소재로 한 차분한 드라마와 삼대가 한 지붕 아래 살며 아옹다옹하는 명랑 드라마로 나뉘는데, <엄마가 뿔났다>는 후자에 속한다. <엄마가 뿔났다>는 김수현표 명랑 드라마 구도를 답습한 안이함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극의 중심에 두고, 엄마로 하여금 회의하고 반성하고 체념하고 낙관하는 자문자답의 나레이션을 하게 함으로써 차별성과 인기를 얻고 있다.  

엄마 김한자(김혜자)는 여상을 나와 출판사 경리 사원을 하다, 25살에 여고 시절 단짝 친구의 쌍둥이 오빠와 결혼했다. 철도공무원으로 퇴직한 고지식한 남편과의 사이에 이혼전문변호사인 36살 장녀(신은경), 속없이 나대는 장남, 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28살 착한 차녀 (이유리)를 두고 있다. 김한자 여사의 바람은 여느 한국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자식들 짝 지워 독립시키고 자신만의 삶을 가져보는 것인데, 그게 왜 그리 어려운지.  

기력 떨어진 62살 엄마 나이는 아랑곳 않고 손자를 맡기려는 장남 부부, 결혼할 생각은 않고 이혼남과 동거하다시피 하는 장녀, 가난한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해서 야단 쳤더니 너무 부자여서 결혼 비용 걱정시키는 차녀. 이 모든 일이 동시다발로 터지자 엄마의 예민한 성격을 아는 시아버지, 남편, 자식들은 엄마 눈치를 본다. 엄마는 신경질도 내고 직설적으로 다그치기도 하지만 시아버지를 공경하고, 남편에겐 “꼬랑지 왜 내려?”라고 격려하며, “자식이란 게 나 죽는 날까지 얼마나 무거운 십자가인지 알 날 있을거다.”라며 며느리, 아내, 엄마, 시어머니 역할을 계속한다.

김한자는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지만, 저 잘나 돈 잘 버는 큰 딸보다 못난 장남과 변변한 옷 한 벌 사지 못하는 차녀를 안쓰럽게 여긴다. 장녀에게 경제적 도움 받는 걸 고마워하면서도 이따금 윽박지르는 것은 그만큼 큰 딸을 믿기 때문이다. “엄마 고만 부려먹어”라고 소리 지르기도 하지만, 엄마로서 갖추어야할 태도와 자격을 고민하고 반성할 줄 안다.

이런 엄마 마음을 아들은 잘 몰라도, 두 딸은 깊이 헤아리며 경제적으로든 심정적으로든 짐을 덜어주려고 애쓴다. 시댁에 선보이러가는 차녀 옷이 마땅치 않아 어머니와 두 딸이 벌인 연극 같은 장면은, 세 모녀 사이가 이심전심의 경지임을 말해준다. 할아버지 모시고 사는 가정에 큰 소리 나는 일이 없도록 말과 행동을 가리면서도, 자기 생각은 분명히 밝히고 확인하는 세 모녀가 아름답다.     

<내 아름은 김삼순>에서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 같은 엄마와 자의식 강한 딸을 만나 행복했다.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배려하고 다독이고 존중하며 어려움을 나누려는 동지 같은 엄마와 두 딸을 만나 기쁘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엄마, 책 읽을 시간과 집중력이 없는 걸 안타까워하는 엄마를 볼 수 있어 뿌듯하다. 여권 운운하며 목소리 높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성찰하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여성의 자리는 확고해진다.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대표 easto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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