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미래 그리고 과거
[백미러] 미래 그리고 과거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8.03.04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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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길고 추웠던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기운이 새록새록 움트는 대한민국에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으로 삼은 새 대통령이 뽑혔는가 하면, 집권여당도 새롭게 바뀌었고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고위공직자들의 면면도 여간 새롭다. 새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새롭게 바뀔 것들은 무궁무진하고 오는 4월이면 새 국회의원을 만날 수 있는 총선도 열리니 이 어찌 아니 ‘새로운’ 대한민국일까.

새로운 것은 언제나 좋다. 영어로 하면 NEW! 새로운 것은 언제나 설레고 가슴이 뛴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기대되고 기다려지고 빨리 만나고 싶다.

그러나 너무나도 새로운 것에 굶주려 있었던 탓이었을까. 새로운 무엇인가의 출현 앞에 너무도 빨리 옛 것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재빨리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지만,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재빨리 옛날을 잊기도 했다.

소시민의 삶의 근거지로 현대사의 아픔과 추억을 간직한 청계천의 역사는 보기 좋은 물길 공사에 사라져갔고, 고교야구의 성지이자 시대의 변화와 아픔을 함께한 동대문운동장에는 21세기 자본주의라는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610년의 역사의 숨결을 이어 내려온 숭례문이 성장과 발전의 중심지 서울의 한복판에서 시뻘건 화염에 휩싸여 타들어갈 때, 얼마나 수많은 후회와 한숨이 오고갔던가. 언론은 앞 다퉈 ‘숭례문을 우리가 태웠다’, ‘역사에 무지한 우리가 숭례문을 잿더미로 만들었다’며 뒤늦게 과도한 애도를 표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좋다. 새로운 것을 향한 무한질주는 인간의 고귀한 욕망이고 당연한 인간세계의 흐름이다. 하지만 과거 없는 미래는 없고, 정직하고 올바른 옛날에서 비롯되지 않은 새로운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영광되고 자랑할 만한 과거도, 너무도 가슴 아프고 치욕스러운 과거도 모두 내 과거고, 이 나라의 과거이다. 고친다고 고쳐지지도, 덧붙인다고 덧붙여지지도 않는다. 잊어버리고 지워버린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세월은 흐르고 아무래도 역사는 조금씩 잊히기 마련이라지만, 안 좋은 역사는 아예 눈감고 없던 셈 치자는 새로운 것의 황당한 주문에 내 몸이 불타는 듯 아프고 눈물이 난다.

우리대학은 올해로 88주년을 맞는다. 영광스럽고 훌륭한 과거도, 다소 가슴 아프고 씁쓸했던 과거도 역사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역사를 잘 알고 대학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자 우리대학 창학자인 차미리사 선생님에 관련된 칼럼을 7면에 연재코자 한다. 부디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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