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믿음을 저버린다는 것
[백미러] 믿음을 저버린다는 것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8.04.07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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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가요~손이가~’로 시작하는 CM송의 과자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38년을 함께 한 과자에서 생쥐 머리가 나오리라고…. 설마하는 심정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오르는 ‘생쥐깡’을 클릭한 국민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생쥐깡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참치 캔 속 칼날이란다. 식품업계, 이 쯤 되면 막 나가자는 거다. 아! 이 밀려드는 배신감.


업체들은 문제가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제품을 전량 회수해 폐기처분 했다. 여기저기 사과문을 발표하고 공장 가동을 멈췄다. 그러나 이미 모두가 등을 돌렸다. 기업도 알고 있다. 폐기처분으로 인한 기업의 경제적 손실에 비할 수 없는 국민들의 큰 배신감을. 먹을거리에 대해 믿음을 잃은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믿음분쟁은 여의도에서도 한창이다. 연일 ‘나는 누구에게 속았다’라는 기자회견의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유행어의 시초는 현 집권여당의 전 대표가 ‘난 결국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며 공천 파동에 직격탄을 날리며 시작되었다. 공천 파동의 원인은 지난 해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경선 후보의 공방은 치열했고 당내 세력 또한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런데 이번 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당시 경선 때 패자를 지지한 인물들이 줄줄이 탈락하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국가를 위해 협력하자던 승자에 대한 믿음은 ‘결국 속았다’는 그녀의 말로 깨져버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도 속았다’는 그녀의 발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구에게 어떻게 속고 있다는 것인지 지레 짐작은 가지만 이 발언은 정말 끔찍할 뿐이다. 처음부터 그를 믿었건 믿지 않았건 앞으로 남은 기간이 얼마인데 벌써부터 믿음을 저버리려 한다는 것인가. 4·9총선이 끝날 때 까지 아니 어쩌면 더 오래 ‘국민도 속았다’는 괴담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38년지기 과자의 배신에 분노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려는 찰나에 속아버리는 사회가 되었다. 한마디로 이웃집 아저씨가 경계대상 1호가 되어버린 ‘믿을 것 하나 없는’ 세상이다. 왜 이렇게 힘든 세상이 되었는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믿음. 무엇이라 정의할 수는 없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저버려서는 안 될 가장 기본가치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믿음’은 충격적으로 깨지거나 또는 이익을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믿음을 저버린다는 것은 상처이다. 다친데 또 다치면 얼마나 아픈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제 믿음을 저버리는 일의 반복을 그만 둘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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