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열 명 중 아홉 명은 말끝을 흐리게 된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쉽게 정의내리지 못한다. 희망제작소는 연구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총 13분야)’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구술자 30명을 심층면접을 통해 연구하였다. 이 연구를 토대로 희망제작소는 지난 해 7월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를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로 담은<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라는 책을 냈다.
△ 작년 대선 전 지난 정부의 평가와 함께 민주주의와 민주화와 관련된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이라는 말도 오고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87년 민주화운동이 시민에게 허락한 것은 내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권리였다. 일상생활 속의 민주주의는 수많은 내적 성찰과 갈등을 통해 사회의 규범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기대한만큼 빨리 성숙되지 않았지만 현재 성숙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은 맞지 않다. 실패가 있다면 그 실패로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게 될 테고, 그것이 바로 성숙의 비용이다.
△ ‘민주주의’라는 개념 속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민주주의’를 남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인용한 말이지만 최장집(고려대․ 정치외교)교수는 “한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수준과 같이 간다”라는 말을 했다. 실제로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각자 정의해서 사용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좋은 가치들의 종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린 자세로 다양한 가치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만큼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 일상 속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관계 속에서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아는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 이를 사유하고 성찰하여 실천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한국사회는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회와 나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들어 정부의 독단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정부를 욕하기 전에 ‘나는 친구 사이에서 비민주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나’, ‘나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했나’ 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 대학생의 정치적 무관심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80년대는 민주주의의 절차적 최소요건마저도 절실할 때였다.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고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이미 성취한 것들에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에겐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시민연대의식은 여전히 필요하다. 일상속의 민주주의에서 근원적인 주체는 바로 나, 시민이다. 우리는 시민이 공적인 신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