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지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을 뿐
우리는 단지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을 뿐
  • 김단비 객원기자
  • 승인 2008.05.19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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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보호감호인 김필연(54)씨 인터뷰

최근 싸이코패스인 사람들로 인한 아동범죄등 각종 범죄로 사형존폐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사형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그 중 사형제도에 반대하면서 사형수들과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현재 조은만남 결혼상담소를 운영하며, 서울여성의전화 위원으로 일하는 김필연(54)씨이다. 그는 사형수들과 만나 참회할 수 있게 상담도 하고 정신적으로 위안을 주며 도움을 주고 있다.

사형수들의 첫 느낌은 매우 순수
법대를 졸업하고 교육청에 근무했던 김씨는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들과 만남을 갖기 전, 김천 소년 교도소에서 소년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곤했다. 이런 김씨의 소문을 듣고 서울 구치소에서 김씨에게 사형수들의 상담의뢰를 요청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사형수들이 무섭고 두려워서 거절했다고 한다. “불교스카우트 활동을 지도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대하기가 쉬웠어요. 하지만 사형수는 겁도나고 자신이 없어 완강하게 거부 했었죠.” 그러나 김씨는 서울구치소의 계속되는 요청에 마지못해 2000년 10월 사형수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그는 “ TV에 나오는 것처럼 우락부락 할 것 같았는데 만나고 난 후 오히려 일반 사람들 보다 더 착하고 순수해서 깜짝 놀랐어요. 알고 보면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라고 말했다. 그 후 한달에 두번 혹은 세번 씩 구치소를 방문하여 사형수들을 교화시키고 상담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사형수들의 환경을 이해하고 용서
김씨 역시 사형제도 존폐를 둘러싸고 찬성하는 이들과 실랑이를 벌일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아들은 내가 사형수를 만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아요. 아들은 ‘피해자 가족을 생각해 보았느냐, 우리 가족이 피해자였어도 사형수를 용서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해요. 하지만 그들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뀔 것은 하나도 없어요.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은사람이 살아오진 않잖아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그 당시는 용서가 되지 않겠지만 참회하고 뉘우친다면 용서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씨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재판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판이 날 수 있어요. 사형까지의 형량이 아닌데 사형 형량을 받은 사람들이 많고 사형선고를 받고도 다른 재판에서는 무기징역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사형수로 살다가 오랜 후에 무죄로 풀려나는 사람도 있는데 무죄를 판결받고 나온 사람이 사회생활을 해도 사람들은 인정해 주지 않아요. 이렇게 재판이 잘못 되었을 때 누가 보상을 해 줄 건지…. 너무 억울 하잖아요.”

최근 많은 학생들이 사형제도 존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이런 학생들에게 김씨는물론 자신의 입장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학생들이 사회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대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제는 내가 더 힘이 돼
올해로 사형수들과 만난지 8년째가 된 김씨는 이제는 그들로 인해 자신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워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대화하면 혼탁했던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비록 내가 나이를 먹긴 했어도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 판단하기 어렵잖아요. 그럴 때 ‘그것은 선생님이 잘못하셨어요’ 라든가 ‘그건 그 사람들이 나빠요’라며 내게 말을 건네요. 그 순간 마음이 많이 순화가 된다고 해야할까요”라며 김씨는 웃었다.

그는 자신이 사형수들을 만나기 전에는 올바르게 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형수들을 만나면서 우리 모두 일상생활에서 많은 죄를 짓고 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나는 죄를 안 짓는다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교화활동을 하기 전에는 그런 사람들은 가둬놓고 밥을 먹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가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죄고, 또한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흉을 보는 것도 죄인것처럼 일상에서 너무나 많은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는 단지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을 뿐이죠.”라고 말했다.

김씨와의 인터뷰는 사형제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형수를 용서 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주는 기회였다. 사형수를 돕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도 사형수를 만나고 상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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