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마녀사냥
한국식 마녀사냥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9.2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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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때 나는 우리 반 반장을 무척이나 미워했었다. 정당한 절차에 의해 당선되었지만 생긴 것도 어설펐고 ‘반장’이라는 감투를 처음 썼다는 것,  결정적으로 내가 점찍었던 아이를 제치고 선출되었다는 것이 싫었다. 반장이 추진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했고 작은 실수에 지나친 면박을 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반장은 반에서의 영향력을 잃고 점점 무기력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반 대항 체육대회가 열려서 준비를 해야했는데 이미 구심점을 잃은 우리 반은 여기저기 제각각의 소리만 높이다가 결국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뒤였다.
 여기 한사람이 있다. 지극히 보수적이며 철저한 엘리트 중심사회인 한국에서 최종 학력이 상고출신에 불과한 그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정말 기적같이 당선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환호했던 무리와 기대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노동계는 알고 보니 내편이 아니었다고, 민주당은 피땀 쏟으며 당선을 위해 노력했더니 내 것으로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일반 국민들은 왠지 불안하다고, 거대 보수 언론은 굽실거리지 않았다고 입 모아 역시나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쏘아대고 있다. 벌써 레임덕 현상을 들먹거릴 지경까지 왔다. 기존의 틀을 깬 파격적인 그의 취임에 환호했던 건 불과 8개월 전의 일이 아니던가?
 대통령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의 편을 들어서 먹고사는 자리가 아닌 한 나라를 짊어지고 가는 가장 중요한 위치다. 각자의 발언은 좋다. 발언들이 활발해야 나라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대통령의 발언에 귀기울인 다음 제 발언을 하는 것이 순서이다.  또한 비판도 좋다. 비판이 없는 사회는 고여있는 물과 같이 썩고 만다. 그러나 논리 없는 비난은 노무현이라는 한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을 넘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를 우습게 만들고 결국 우리 자체도 우스꽝스러워지게 한다.
 이제 취임한지 8개월이다. 4년 4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더 남았다는 소리다.  앞으로 그의 행보는 우리 사회를 한 걸음 진보시키느냐 제자리로 돌아가느냐가 걸린, 역사적으로 중요한 걸음이다. 한껏 지지해주자. 그가 이런저런 눈치 안보고 우리가 열광했었던, 기대했었던 그의 소신과 정책대로 한번 마음껏 밀고 나갈 수 있도록 장(場)을 열어 준 후에 평가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김혜진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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