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질병일 뿐이에요
에이즈는 질병일 뿐이에요
  • 김영기(대한에이즈협회)
  • 승인 2008.10.17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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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보다 힘겨운건 타인의 시선

 

2008년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질병으로서의 에이즈는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에이즈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짧은 기간 내에 사망하거나 신체적 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에이즈는 의학의 발달로 꾸준히 관리하면서 치료를 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자연수명까지 생존이 가능한 수준에 와 있다. 사실 에이즈는 잘 전파되지도 않고 쉽게 감염되지도 않는 질병이다. 그런데 왜 에이즈가 공포스런 질병이 되어버렸을까?
그것은 에이즈가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에이즈가 성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과 동성애자들에게 한정된 질병으로 인식되면서 혐오감을 주었고 불치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포를 더했다.

저 사람 에이즈 환자야 
에이즈환자들에게 이 말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사람들이 이 말을 들으면 함께 살 공간도 기회도 주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든 직장에서 쫓아내려 하고, 아파서 병원에 가도 에이즈 전문의가 없는 곳에서는 진료조차 거부당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웃들의 눈초리도 심상치 않다. 심지어 가족들로부터도 외면당한다.
한 예로 M씨는 어린 나이에 소년 가장이 되어 자신의 삶도 포기하고 동생들을 위해 살았다. 열심히 동생을 뒷바라지 한 덕분에 동생은 학업을 마치고 좋은 직장과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동생이 결혼을 할 시기에 자신이  HIV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되어 의논을 하자 동생은 형에게 ‘형, 저 결혼 좀 하게 호적정리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에이즈의 현실이다. 법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다.

▲ 감염되지 않아요1. 식판이나 컵을 함께 사용할 때2. 화장실에서 변기 등을 함께 사용할 때3. 책이나 컴퓨터를 함께 사용할 때4. 기침이나 재채기5. 수영장이나 목욕탕을 함께 사용할 때6. 모기에 물렸을 때7. 함께 운동할 때

 

편견 차별이 문제다
‘내가 만일 에이즈에 감염되면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가지게 될까?’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자. 그리고 자신 안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보라. 마음이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이는 에이즈에 대한 자신의 인식 때문이다. 에이즈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면 객관적 현실과 상관없이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걸리면 순식간에 죽는다는 공포도 섞여있다.  이는 사회가 주는 메시지 때문이다. 에이즈는 이제 물리적 고통을 겪는 질병이라기보다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더 심하게 겪는 질병이 되었다.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생활 속에서 늘 경험 한다. 취업면접을 앞두고 불안에 떨며 피해갈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상담실을 찾아오는 젊은 청년의 눈빛에서, 하나 뿐인 아들의 감염사실을 알고도 안다고 말하지 못하고 한 시간도 넘게 상담실 전화기를 붙잡고 우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감염 통보를 받고 자살한 23살 청년의 장례식장에서 말이다.

인식전환, 행동하는 지성인
질병은 윤리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고 치료의 대상이다. 에이즈도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에이즈를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남들보다 돌보아야 할 일이 하나 더 많아진 에이즈환자들을 차갑게 배척해서는 안된다. 그들과 함께 공존하면서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에이즈예방과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유명한 인사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꼭 빌게이츠나 워렌버핏 같이 돈을 많이 내지 않아도 좋고 브래드피트나 졸리 부부처럼 에이즈 고아를 입양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어디에서나 에이즈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사람. 편견차별 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된다. 에이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지성인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지성인들의 인식이 다른 이들의 인식을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감염경로가 분명하게 밝혀져서 조금만 조심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간단하게 덧붙이자면 에이즈는 감염된 사람의 체액(혈액,정액,질액,모유 등)을 매개로 전파되는 질병이라 감염인과 직접적인 혈액의 접촉과 감염위험이 있는 성행위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12월 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이 날이 되면 전 세계에서는 에이즈예방과 퇴치, 에이즈에 대한 편견차별 해소를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기념식이 열리기는 한다. 그러나 소리 없는 기념식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기념식을 거행 할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공식적인 행사가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 에이즈 감염경로 - 감염되는 경우1. 감염인과 성관계를 했을 경우2. 감염인과 마약주사기 공유3. 감염된 산모가 아기를 출산하거나 모유를 수유할 경우(임신 중의 적절한 관리로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습니다)4. 감염인의 혈액을 수혈 받았을 경우(모든 헌혈혈액은 검사를 거치므로,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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