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미술관] 얀 베르메르
[그녀의 미술관] 얀 베르메르
  • 박희숙 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08.10.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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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젊은 여인>

 

▲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젊은 여인>-1657년경, 캔버스에 유채, 83*64, 드레스덴 국립 미술관 소장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연인들은 사랑을 전하기 위해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보냈다. 편지는 연인들에게 최고의 통신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없어 수없이 썼다 지웠다를 밤새 반복하지만 결국 다 표현하지 못하고 보낼 수밖에 없었고, 보낸 후 초초하게 답장을 기다리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편지가 사라지고 이메일을 쓰고 있다. 이메일은 보낸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금방 확인 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편지를 쓴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읽을 수 없다.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 편지는 연인들에게 메신저 역할을 했다. 사랑의 마음을 확인할 수도 있는 역할도 있었지만 편지는 만남을 약속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편지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제작한 화가가 ‘얀 베르메르’다.
베르메르는 도덕성을 강조하기에 편지라는 소재를 선택했고 작품에서 편지는 여자들의 은밀한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 당시에는 교육 수준이 높아 부르주아 여성들은 읽고 쓸 줄을 알았다. 여성들은 편지로 자신의 감성을 표현했고 그것은 곧 혼외정사로 이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가 연애편지를 쓴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행동으로 간주되었고 연애편지는 중요한 법률적 문제로 이어졌다. 연애편지는 결혼을 약속한 관계인지, 불륜과 관련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젊은 여인> 이 작품은 편지를 주제로 한 베르베르의 초기작품이다. 한쪽으로 밀어 넣은 커튼 사이로 젊은 여인이 열린 창문 앞에서 편지를 읽고 있다. 창문의 납 테두리에는 여인의 옆얼굴을 비추고 양탄자가 깔려 있는 식탁 위에는 과일 그릇이 놓여 있다.


젊은 여인이 두 손으로 편지를 받치고 있는 것은 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으며 약간 벌어진 입술, 붉어진 뺨은 불륜의 대상자에게 온 것을 암시한다. 열린 창문은 가정을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여인의 욕망을 암시하고 있으며 열린 창문틀에 걸쳐져 있는 붉은색의 커튼은 불륜에 빠진 여인의 열정을 나타낸다. 식탁위의 과일 그릇은 혼외정사를 암시하고 있는데 과일 그릇에 놓여 있는 사과와 복숭아가 이브의 원죄를 상징한다.


얀 베르메르<1633~1675>의 이 작품은 혼외정사를 그린 풍속화다. 17세기 네덜란드 사회는 결혼의 의무가 엄격해 본능과 성적 욕구를 억제해야만 했지만 혼외정사가 급속하게 퍼져 있었으며, 당시 엄격한 사회적 규제 때문에 혼외정사를 그린 풍속화가 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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