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562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웃으며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생일을 맞은 한글에게 들리는 소문이 죄다 나쁜 말이기 때문이지요.
1908년 ‘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도 멸망한다’던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과 뜻을 함께했던 사람들은 한글학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올해로 창립 100주년, 찬란해야 할 그 100번째 순간에는 오명(汚名)만 남았습니다. MBC의 보도에 따르면 2만 2천여 권의 책들은 열악한 보관상태 때문에 훼손되고 있고, 진열할 공간을 찾지 못한 책들은 온통 통로에, 천장에는 구멍이 뚫리고 곰팡이가 가득하답니다. 소중하게 보관되어야 할 책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꼴에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님께선 눈물만 나시겠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좋은 말 나누라 만드신 그 한글로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얼마 전에는 근거 없는 루머로 인해 연예계의 아름다운 별 하나가 하늘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충격이 나아지기도 전에 뒤이어 남몰래 가슴앓이 하던 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더 헛웃음이 나는 사실은 그 죽음 후에도 꾸준히 그들의 홈페이지를 찾아 ‘악플’을 달거나, 광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한 홈페이지의 ‘자신이 알고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적어주세요’라는 코너에 참 많은 사람들이 여러 단어들을 적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 1위는 ‘악플을 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의 상처를 줄지 쓰는 사람은 알지 못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소중한 한글, 쓰기 전에 한 번만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