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당신만 잠들었던 그 시간
사실은 당신만 잠들었던 그 시간
  • 박연경 기자
  • 승인 2009.07.06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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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펑펑 내린 한 겨울.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무료 병원의 한 병실. 사고로 인해 반신불수가 된 환자, 알코올 중독자, 치매 환자가 함께 기거하고 있다. 이들과 매일 함께하는, 이 병원의 단 한 명뿐인 의사 닥터리, 그리고 자원봉사자 정연씨. 모든 이가 잠든 사이,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Episode 1#
  늘 잔뜩 화난 목소리로 “TV 꺼!”, “시끄러워!”, “저리가!” 라고 소리만 지르는 그는 지금 걱정과 불안으로 잠을 잘 수가 없다. 사업실패로 가족과 뿔뿔이 흩어지고, 빚쟁이들을 피해 서울로 와 겨우 돈을 벌며 지내다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것도 억울한데, 병원에서는 날 데리고 TV 인터뷰를 하겠단다. 말도 안 돼! 방송이 나가는 즉시 빚쟁이들이 병원으로 들이 닥칠텐데.
Episode 2#
  자꾸만 늘어나는 환자들. 병실도 부족하고, 침대도 부족하고, 환자들을 돌볼 돈도 부족하다. 그러던 어느 날, TV 방송국 PD가 전화를 했다. 환자와 인터뷰를 한다고? TV에 방송되면, 기부금은 좀 더 많아지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인터뷰를 해야겠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잖아! 좋아, 그를 인터뷰하도록 하자. 부디 기부금이 좀 더 늘어나길. 그런데 최병호 씨는 대체 어딜 간 거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사람들
  사업에 실패하고 게다가 사고로 몸도 다친 최병호, 사랑했던 이에게 철저히 배신당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 정숙자, 남편과 사랑하는 이를 차례로 잃고 홀로 남은 뒤 치매에 걸린 이길례. 이 세 사람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사람들’이자, 정연의 말대로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상처는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까. 의사, 신부, 자원봉사자, 이들은 과연 환자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을까.
오, 당신만 잠든 사이?! 
  아빠를 찾아 상경해 병원에 자원봉사자로 찾아온 민희는 모두가 잠든 한밤중, 아빠의 침대에서 수십 개의 부치지 못한 편지봉투들을 발견했다. 아빠를 다시 만난 기쁨도 잠시, 민희와 아빠 최병호는 어서 이곳을 떠나야 한다. 모두가 잠든 사이에!
  그리고 모두가 잠든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진 두 사람. 하지만 이것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착각이었을 뿐! 같은 병실의 정숙자, 이길례는 잠에서 깨어나 두 사람이 떠날 수 있도록 돕는다. 닥터리도 잠들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차에 체인을 감고 있었다. 두 사람이 떠나기 전 이길례 할머니는 자신이 매일 끌어안고 사는 저금통을 건넨다. 그녀가 건넨 건 돈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었으리라. 서로의 상처를 알고 보듬어 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모두의 도움으로 최병호와 민희는 무사히 병원을 빠져 나간다. 이 시간 정말 잠들어 있었던 건, 정연씨와 베드로 신부 그 둘뿐 이었다.

  창작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모든 사람이 잠든 하룻밤 사이의 일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나타난 의미는 하룻밤보다 훨씬 더 깊게 느껴진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당신의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란 것을 일깨워 준다. 주인공들은 그 속에서 꿈을 찾고 용기를 얻으며 위로와 사랑을 얻는다.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뮤지컬. 현실이 차갑게만 느껴지는 요즘, 우리가 원했던 건 이런 작은 따스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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