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 정진웅(문화인류학) 교수
  • 승인 2009.07.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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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적 향취가 나는 제목의 책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는 문화인류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문화인류학 ‘맛보기’를 가능하게 해 주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보통 개론서들과는 달리 건조하게 문화인류학을 정리하고 소개하는 틀에서 벗어나 있다. 책 속에는 낯선 문화에서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독자는 그 낯선 세상들이 문화인류학적 시각을 통해 걸러지며 점차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낯선 것이 익숙해지는 경험은 곧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경험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문화는 마치 물고기한테 물과도 같아서 물고기가 물 밖에서야 비로소 물의 존재를 깨닫게 되듯 우리도 종종 다른 문화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속한 문화의 특성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수많은 다른 문화들은 우리 문화를 낯선 모습으로 비춰주는 소중한 거울들이다. 낯선 문화 속에서 우리는 문득 생소한 나를 만난다. 이 책은 다양한 문화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삶의 모습들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시에 나와 우리 자신의 문화를 보다 넓고 다채로운 시각에서 조망하도록 해준다.
 

 문화인류학은 문화 개념을 화두로 삼아 인간의 삶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학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비교적 늦은 소개로 인해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많은 나라에서 문화인류학은 인문사회과학의 매력적인 기초학문으로 굳건히 자리한지 오래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곧 문화가 얼마나 우리 삶의 미세한 구석까지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조건 짓고 경험을 채색하고 있는지를 깨달아 가는 일이기도 하다.
 

 한 인류학자의 표현을 빌면 우리는 스스로 직조한 문화라는 의미의 거미줄에 걸려있는 존재이다. 문화인류학은 우리가 어떠한 의미의 거미줄을 엮어 나가고 있으며, 또 우리들의 삶의 사연들이 그 거미줄에 어떻게 엮이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의미의 거미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린다. 즉 문화에 대한 공부는 우리에게 새로운 문화적 상상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자신의 삶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낯선 나는 때론 나의 꿈이기도 하다.
 

 문화상대주의의 개념은 이미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소개되고 있는 만큼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문화상대적 시각에서 세상을 경험하고 그런 관점을 내면화 하는 일은 개념적 이해만으로 달성될 수는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독자들로 하여금 글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또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조망해 보는 일이 사고의 지평을 어떻게 넓혀주는지, 동시에 그런 지적 탐험의 과정이 얼마나 흥미진진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함으로써 얻게 되는 문화와 삶에 대한 이해력과 또 새로운 문화적 상상력은 세계가 매일같이 일상으로 스며들어 오는 문화교류의 시대에 요구되는 핵심적 자질이다.

 세계와 문화에 대한 깊숙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인식과 삶의 가능성을 엿보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흔쾌한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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