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를 희망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디를 희망으로 만들어야 한다
  • 임진모 음악평론가
  • 승인 2009.07.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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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낭소리' 포스터
 소녀시대의 ‘Gee’를 따라하고 카라의 ‘Pretty Girl’을 들으며 즐거워하는 사람한테 인디는 멀리 떨어져 있다. 원래 ‘인디’는 저예산의 독립 유통 시스템을 가리키며 비주류와 언더그라운드를 통칭하는 뜻으로 쓰이는 인디는 주류와의 일정한 거리 유지 혹은 대항적 성격에서 의의를 갖는다. 우리 문화계에서 주류는 상업적 획일화와 동격시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바란다면 인디로부터 가능성을 확인하거나 새로운 피를 수혈 받아야 한다.
 인디는 분명 희망의 언어다. 현실은 여전히 대중적 확산의 측면에서 요원해 보이지만 그래도 일각의 사람들은 인디에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들에게 2009년은 인디 도약의 해 그리고 ‘체인지, 위 캔(Change, we can)’의 해가 될지도 모른다. 근래 일부 인디 계열 작품들이 때 아닌 분전의 희소식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만 같아도 주류의 위세에 눌려 판매차트나 박스오피스의 상위권에 명함도 내밀지도 못할 음반과 영화가 다수의 환호를 받으며 인상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다. 사람 아닌 소의 우직함이 심금을 울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3월에 들어서 한국 독립영화사상 신기록인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처음에는 예술영화관에서만 선보이던 이 작품은 갑작스런 회오리에 현재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도 상영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획기적이다. 음악은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인디 밴드의 곡 <싸구려 커피>가 돌풍의 주역이다. 막 출시된 이들의 정규 신보는 근래 수년 간 인디 앨범치고는 처음으로 판매량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벌써 판매고 4만 장. 이 정도면 주류에서도 환호를 지를 정도의 대성공이다.
 사정이 이렇게 전개되자 작년 만해도, 아니 얼마 전 만해도 ‘원더걸스’, ‘빅뱅’,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만을 찬양하던 미디어들은 개과천선한 양 ‘올해는 인디 문화의 해’임을 희망차게 못 박고 있다. 요사이 인디를 언급하지 않는 종이매체와 인터넷 뉴스가 없을 만큼 오랫동안 푸대접 받던 인디라는 용어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것은 주류만이 존재하던 2008년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할만한 현실 포착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무조건 반가운 것은 아니다. 먼저 <워낭소리>와 <싸구려 커피>의 약진은 반갑지만 이것 외에는 인디의 성공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작품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있다는 것. 이것을 두고 최근의 차가운 경제현실과 관련해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비자들이 생필품 아니면 가능한 한 씀씀이를 줄이는 상황에서 문화소비의 경우는 분명하고 확실한 작품이 아니면 꺼리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재미와 감동이 검증된 상기 작품들에 수요가 몰린다는 것이다. 일종의 소비자의 안전주의라고 할까.
 일면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이런 풀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괜찮았던 시절에도 음악, 영화, 뮤지컬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우리의 소비패턴은 늘 소수의 작품에 쏠리는 식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아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은 비하하는 투로 ‘천민적 개떼근성’으로 부르는 이 고질적인 흐름은 판매량과 관객동원으로만이 아니라 제작 풍토에서도 두드러진다. 1990년대 초반 김건모의 레게음악이 성공하자 투투, 룰라, 임종환, 마로니에, 닥터 레게 등 많은 가수들이 레게로 데뷔한 것처럼 우리는 하나의 성공 스타일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폭과 코미디 영화가 한때를 풍미한 것이나 뮤지컬 <맘마미아>에 관객이 몰리자 이후 주크박스 뮤지컬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 것도 별반 다름이 없다.
 <워낭소리>와 <싸구려 커피>에 언론은 인디 문화의 가능성과 미래라는 수식을 붙이고, 또 실제로 일정 부분 희망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못지않게 우려된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만약 <워낭소리>가 독립영화의 가능성이라면 다른 저예산 독립 예술영화들도 그만치는 아니더라도 나름의 관객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워낭소리>의 집객 숫자만 늘어날 뿐 다른 인디 영화도 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최신작 <똥파리>에 ‘흥행돌풍 예감’이라는 뉴스가 떴지만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경우도 만약 올해가 인디 음악의 차례라면 그들의 앨범 말고 딴 인디 뮤지션의 앨범들도 다수 주목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오로지 장기하와 얼굴들에만 관심과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것 외에 매장에서 잘 나가는 인디 음반은 없고 다운로딩 횟수도 저조하다. 미디어의 화제로만 부상했을 뿐이지 아직 인디에 대한 관심이 대중적으로는 흐름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워낭소리>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개별적 성공은 찬사를 받아야 한다. 그건 분명 재능, 센스 그리고 운이 결합해 주조된 빛나는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대중문화계가 바라는 것은 소수 아닌 다수의 공생공존이다. 그것이 문화의 기반인 다양성을 이뤄내는 것이다. 인디의 가치는 바로 이 다양성에 있다. 주류 음악계가 수년간 아이돌 그룹 잔치였다면 모처럼 기회가 온 비주류 음악계는 쏠림을 피해야 하지만 슬프게도 현실은 닮은꼴이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같은 셈이다. 하나둘 아닌 여럿을 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2009년은 관객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쏠림현상을 벗고 진정으로 인디의 가능성을 목격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다수를 주시하는 관객들이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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