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자의 시작 - 갑골문(甲骨文)
중국 문자의 시작 - 갑골문(甲骨文)
  • 민재홍(중어중문) 교수
  • 승인 2009.07.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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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는 언어를 기록하는 시각적인 부호이자 사상(思想)을 교류하는 도구이다. 한자는 중국인들에게 있어, 중국의 유구한 역사적 틀을 지탱해 준 문화적 유산일 뿐만 아니라, 한국·일본·베트남 등 다른 동아시아 문명권들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였다.

 중국 한자는 은(殷)나라 때 거북의 껍질에 쓰여진 갑골문(甲骨文)에서 시작되었다. 甲은 거북의 껍질이라는 뜻이고, 骨은 짐승의 뼈를 말한다. BC 1300년 경, 지금으로부터 약 3300년 전, 은나라 왕실은 나라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거북 점(占)을 통해 길흉 화복을 판단하였다.

 거북의 껍데기나 짐승의 뼈를 쑥대불 위에 올려 지지면서 갈라진 흔적을 보고 길흉을 점치는 습속(習俗)이었다. 조상에 대한 제사, 지리, 출생, 건축, 해몽, 질병 치료, 결혼 등 왕실의 모든 일에 대해 먼저 점복을 진행하고, 그 점괘에 따라 행동하였다.  

 당시 황하 유역의 많은 거북들이 희생되었고, 현재 발굴된 거북 조각으로 볼 때, 약 16,000 마리의 거북이 몰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가히 거북 위령제라도 지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다.

 갑골의 제작 과정을 보면 먼저, 거북의 내장을 모두 발라내 텅 비게 하면 평평한 배 껍질을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이 지금의 A4지 한 장이 되는 것이다. 그 다음 점을 치고자 하는 내용을 거북 배 껍질에 새긴 다음, 쑥대에 불을 붙여 그 위에 올려 놓으면 껍질의 반대편이 갈라지게 되고, 이것을 보고 당시의 전문적인 점쟁이(貞人)가 점괘를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쪽 땅에 풍년이 들까요?”, “며칠 뒤에 월식이 있을 거란 얘기가 있는데, 진짜일까요?”, “4일 뒤에 비가 내릴까요?”, “왕께서 새로운 마을을 만들려고 하는데, 일이 순조롭겠습니까?”, “왕비께서 아이를 출산하는데 순산을 하시겠습니까?”, “이웃 부족과 전쟁을 하려고 하는데, 언제 공격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등등. 모두 이런 식의 내용이다. 

 이처럼 은 왕실은 자신들의 기록을 거북 뼈와 짐승 뼈에 정성껏 새겨 놓았다. 그리고 그 기록들은 약 3200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른 채,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언젠간 터져 나오는 법. 1899년 중국 하남성(河南省) 안양(安陽)의 한 농촌에서 나뒹굴고 있던 뼈 조각들이 발견되었고, 그 갑골에는 은나라 273년간의 역사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20C 초 갑골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당시 서구 열강들의 고고학자들이 대거 발굴에 참여하고, 많은 갑골 조각들을 자기 나라로 도굴해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많은 갑골 조각이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일본 등으로 유출되었다.

 이렇게 되자, 중국에서도 정부 차원의 갑골문 연구 센터인 중앙연구원(中央硏究院)을 조직하여 대규모 발굴 작업 및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현재까지 발굴된 갑골 조각에 실린 한자의 총 수는 약 5,000여 자이고, 이 중 2,000자 정도가 해독된 상태이다. 이 해독된 2,000자를 분석하면, 현재의 한자 해서체(楷書體)로 굳어지기 까지, 매 글자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갑골에서, 금문(金文)으로, 다시 소전(小篆), 예서(隸書)를 거쳐, 지금의 해서체 까지 어떻게 하나의 글자가 생성 발전 변화해 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사람 인(人)’은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옆에서 형상화 한 것이고, ‘큰 대(大)’는 사람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형상화 하였다. ‘큰 대(大)’자에 사람 머리 정수리 부분을 표현하면 ‘하늘 천(天)’이 되고, ‘대(大)’자의 머리 부분에 비녀를 꽂으면 ‘지아비 부(夫)’가 된다. 고대에 남자도 성인이 되면 비녀를 꽂았기 때문이다. ‘대(大)’자에 양쪽 겨드랑이 부분을 점으로 표시하면 ‘겨드랑이 역(亦)’이 되는데, 현재의 ‘또 역(亦)’은 원래 겨드랑이가 본래 의미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大)’를 두 사람이 앙 쪽에서 끼고 있으면, ‘낄 협(夾)’이 되고, 사람의 양쪽 겨드랑이에 베 옷이 있으면 ‘시원할 상(爽)’이 된다. 또한 사람의 머리가 비뚤어지게 표현한 것은 ‘일찍 죽을 요(夭)’자가 된다. 이처럼 하나의 글자에 다른 부호나 글자를 추가하면서, 새로운 글자가 생겨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 아(兒)’는 두개골이 아직 닫히지 않은 아이의 머리 모습을 형상화 하였고, ‘계집 녀(女)’는 두 팔을 앞으로 모으고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을, ‘어미 모(母)’는 여기에 가슴을 상징하는 두 점이 들어가 있다. ‘아내 처(妻)’는 꿇어 앉아 있는 여인의 머리에 비녀를 꽂아 주는 모습으로 표현되었고, ‘며느리 부(婦)’는 여자가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여자(女)와 남자(子)가 함께 있으면 좋아서, ‘좋을 호(好)’라고 알고 있는데, 이는 갑골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잘못 해석한 것이다. ‘좋을 호(好)’는 갑골문에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사내 남(男)’은 밭에서 쟁기나 농기구를 들고 일하는 모습으로 상형화 하였다.

 또한 갑골의 특징은 거북의 껍질에 글씨를 쓰다 보니, 자연히 지금의 가로쓰기가 아닌 세로쓰기였다는 것이다. 이는 고대 중국의 주요한 쓰기 재료였던 대나무인 죽간(竹簡)과도 관련이 있는데, 세로쓰기로 사물을 표현하다 보니 모든 동물들을 左에서 右로 그린 것이 아니라, 上에서 下로 형상화하였다는 것이다. 갑골에 보이는 모든 동물들이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서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정도이다.

 이와 같이 회화성을 보이는 갑골문은 이미 발음과 형태, 의미를 골고루 갖춘 완벽한 문자인 동시에, 후대 한자의 발전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국 문자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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