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담론을 넘어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꿈꾸다
낡은 담론을 넘어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꿈꾸다
  • 최민선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연구원)
  • 승인 2009.07.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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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위주의 교육정책

 “이명박 ‘특권교육’ 김상곤이 확 바꾸겠습니다.” 지난 8일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김상곤 후보의 슬로건이다. 김상곤 후보는 범민주진영 후보로, 보수진영의 대폭적인 지지를 받은 현 교육감 김진춘 후보를 7만표 이상의 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성적으로 줄세우는 무한 경쟁교육, 특목고, 자사고를 위주로 하는 특권교육으로 일관하는 ‘MB교육’ 심판을 외치던 김상곤 후보의 당선은 경기도민의 현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의사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그 의의가 크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쟁 위주의 시장주의적 교육정책을 과속 추진해왔다. 지난해에는 0교시, 야간자율학습을 허용하고 전국적인 일제고사를 실시해 그 성적을 공개했으며, 국제중, 자사고와 같은 특수학교 설립을 강행했다. 올해의 계획대로라면 정부는 전국적으로 30개,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의 25개 자치구별로 하나씩 자사고를 만들 것이다. 또한 점수 공개로 줄 세워진 학교를 학생들이 선택해서 갈 수 있도록 하는 학교선택제 실시와 각 대학에 대입전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자율화 조치도 전면화를 앞두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교육 ‘개악’의 흐름은 전국의 학교를 특목고·자사고와 같은 특수학교와 10% 내외의 명문학교, 그리고 대다수의 열악한 일반학교로 확고히 재편하게 된다. 특수학교, 명문학교, 일반학교의 이 ‘3층 구도’는 부모의 소득에 따라 선택의 폭이 제한돼 결국 교육양극화 현상을 촉진시킨다.
여기에 대학자율화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각 대학은 3불 정책 폐지를 주장하며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부활을 시도할 것이다. 3불 정책이 폐지되면 공교육과 사교육은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국제중→특수고·명문고→명문대’로 진입하기 위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사교육은 ‘절대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착화된 대학서열화로 인한 학벌사회 구조도 되돌리기 힘들어진다.

사교육비 걱정 없는 나라 핀란드
이와 같이 이명박 정부가 경쟁 위주의 시장주의적 교육정책에 경도되어 있는 지금, 북유럽에서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해가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이다. 핀란드는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세계 최고의 학력국임을 입증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PISA(OECD 국제학력조사) 결과에서 2000년, 2003년, 2006년 연속으로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핀란드가 이처럼 세계 최고의 학력을 자랑하게 된 바탕에는 딱히 누가 교육개혁을 주도한다고 하기 힘들만큼 탄탄한 사회적 합의와 지지, 안정된 시스템의 뒷받침이 있다. 핀란드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건 교육 및 사회체제 전반에 대한 항상적인 진단과 모니터링을 토대로 10년 주기의 교육개혁을 지난 40년 간 지속해 왔다. 특히 중요 교육개혁 방향과 정책에 대해서는 의회의 결정을 토대로, 입법적 조치를 취한 후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와 일선 학교의 참여하에 제반준비와 실험적 시도가 범국가적으로 이뤄진다.
또한 핀란드는 교육개혁 과정에서 평준화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보장하며 두루 학력 상승을 유도했다. 우선, 우수한 일부를 위한 교육보다 모두가 차별 없이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교육철학으로 부족한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어느 학교를 선택하든 우수한 교육환경과 교육내용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 걱정도 없다. 학교 내에는 우열반이 없고 학급당 평균 학생 수를 16~25명으로 유지해 ‘팀티칭’을 한다. 소그룹별로 나누어 협동학습을 시키는 ‘팀 티칭’은 그룹 내 학력이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이 어우러져 서로 이해를 돕고 배울 수 있도록 진행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대화하고 설득하는 능력과 높은 학습동기를 가지게 된다. 혼자만 잘난 ‘스타 플레이어’보다 두루 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팀 플레이’에 능한 사람이 우대받는 현대 기업의 풍토에도 걸맞는 교육방법이다.
교사는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세운 목표와 교육과정을 함께 논의하고 지도한다. 핀란드는 같은 수업 내에서도 각자 학력에 맞게 수준별 교재를 선택하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과목을 보충하기 위한 수업 참여도 학생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성을 기본원칙으로 삼지만, 이 과정에도 적절한 교사의 피드백은 없어선 안 될 필수요소다. 이에 핀란드는 교사양성과정에서의 교육을 철저히 하고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만 교사로 임용하도록 했다. 교사가 된 이후에도 각각의 교사가 자신의 연구실을 가질 정도로 교육에 대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것은 물론이다.

모두가 행복한 21세기형 교육시스템을 위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개혁은 핀란드와 같이 학생들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협력식 교육,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반으로 한 창의성 교육, 모두를 최고로 만드는 ‘맞춤형 수월성 교육’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경쟁교육, 꽉 짜여진 국가교육과정과 대입제도에 교사·학생들을 가두는 입시교육, 소수의 부유한 학생을 위한 엘리트교육이라는 역방향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 결과는 ‘MB교육’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의미에서 새로운 대안을 향한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복지가 탄탄한 북유럽식 교육과 다른 우리식 교육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교육의 새로운 개혁 방향을 근원적으로 모색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갈 틀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교육관료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학부모, 학생, 지역주민 등의 지역공동체 성원들의 참여는 차단시키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
전 국민의 학력이 상승하고 90% 이상이 교육에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 시점에서 모든 국민이 새로운 대안 창출에 주력한다면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뿌리깊은 학벌사회 구조와 대학서열화를 타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낡은 담론을 뛰어넘어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창의성, 리더십,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재를 양성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 없이도 모두가 행복한 21세기형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 모두의 의지다. 각 지역에서 교사, 학부모, 학생, 지역주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개혁의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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