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에 준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로 고용대란 방어해야
국민건강보험에 준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로 고용대란 방어해야
  •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 승인 2009.07.06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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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대란 위협, 완충지대가 없다
사실상의 청년실업자가 100만이 넘고 불완전 취업자를 포함한 실질 실업자가 대략 350만을 넘었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2008년 말 무렵이다. 그런데 늘 70~80만 전후 밖에 되지 않았던 공식적인 정부 실업자 수마저 100만을 넘어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 공식적으로 고용대란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 고용대란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지금의 취업자 감소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줄어왔던 자영업이나 임시,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폭 감소한 결과다. 지난해 12월부터 -18.6%로 추락하고 있는 산업생산지수와 62.5%로 떨어지기 시작한 가동률이 고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에 까지 고용충격이 확산될 것이다.
 특히 현재의 고용불안은 정리해고의 기억으로 고통스러웠던 11년 전 외환위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대기업의 부실→대형 은행 부실→대기업 정규직 정리해고→중소기업과 자영업 고용악화로 이어지는 ‘고용 충격 하향 전달구조’를 보였다면, 현재는 자영업 폐업→임시, 일용직 정리해고→중소기업 정규직 감원→대기업 정규직 고용불안으로 이어지는 ‘고용 충격 상향 전달구조’를 띠고 있다.
당장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이 해고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과거처럼 퇴직금으로 자영업에 뛰어든다든지 임시, 일용직으로 위기를 피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악화되어가는 고용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 고용불안이 곧바로 노동자와 서민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게 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삭감은 있는데 고용창출은 안보이고
다가올 ‘고용빙하기’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고용안정과 고용 보호정책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고용불안의 주범으로 비판받아왔던 ‘고용 유연화 정책 강화’이다. 문제는 고용 유연화 정책이 고용 안정 대책으로 탈바꿈해서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정규직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라든지,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고 특히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대책이 그렇다. 임금삭감 정책은 경제 불황을 핑계로 일부 기업들이 고용 창출 없이 무분별하게 노동자에게 임금 삭감만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고, 반면 고용과 임금 유지를 위해 애쓰는 선의의 중소기업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극히 위험한 대책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과천 기획재정부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는 금년 연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며 “과거 외환위기 때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점이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마치 지금 상황이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위기 국면이 아닌 전성기 국면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보아도 신자유주의가 전례 없는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마당에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면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턱없이 미흡한 현행 고용보험제도
문제는 고용불안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통상 고용사정 악화가 경기 침체보다 3~6개월 정도 늦게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심각한 고용불안은 올해 중, 후반기에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고 실업급여 신청과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노동부가 자기 재원도 아니고 노동자와 고용주가 적립해왔던 고용보험기금을 마치 자신의 자금인 것처럼 생색을 내며 고용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나마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우선 현재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고용보험에 가입된 약 940만 노동자이다. 물론 처음 실시되었던 1995년 400만 명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14년 동안 두 배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그 속도는 완만하기 그지없다. 현재 통계청에서 발표한 노동자 수자가 약 1천6백만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노동자의 6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취업자 인구는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약 2천4백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취업준비생과 그냥 쉰 인구까지를 합치면 2천6백만 명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고용보험 이외에 고용관련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사실상 고용보험의 혜택을 입어야 할 인구가 줄잡아 2천6백만 명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이 유일한 종합 대책이다.
그런데 현재 고용보험제도는 고용보험 보호를 받아야 할 잠재적인 대상자의 겨우 1/3을 포괄하고 있을 뿐이다. 반쪽짜리 고용보험도 안되는 셈이다. 이 정도 수준의 고용안정 장치를 가지고서 앞으로 다가올 외환위기 이상의 고용대란을 감당해 낼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한 것이다. 1/3이 아니라 80% 이상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현재의 고용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용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준하는 수준으로까지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확대시켜야 한다. 우선 현재 임의가입방식으로 되어 있는 일용, 건설 노동자 등 노동자 적용 폭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한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확대되어 가고 있는 자영업인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나아가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청년 실업자들을 고용보험 적용 대상으로 끌어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 과제는 기금 재원마련이다. 특히 한계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나 취업을 아직 하지도 못한 청년 취업준비생에게 고용보험 납부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고용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취직문제를 넘어서 사회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 책임 영역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우종원 일본 사이타마대 경제학 교수도 최근 한 일간지 기고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회보험을 적용받는다는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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