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적 인간관계 만들기
다단계적 인간관계 만들기
  • 장지원 기자, 이경라 기자, 박진아 기자
  • 승인 2009.07.06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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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슨웹 특집]

 

“사무실 이전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어수선한데 괜찮을까요?” 전화 너머로 퍼슨웹의 편집장 김기창 씨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터뷰 요청을 하며 민폐를 끼치는 편은 기자들이었으나, 오히려 김기창 씨는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했다. 항상 사람들을 불러 인터뷰를 하는 것이 직업이 된 사람의 직업병이리라.
 퍼슨웹은 2000년부터 국내 최초의 인터뷰 전문 인터넷 전문 웹진으로 시작해, 지난 2003년부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복합문화기획’을 시작했다. 복합문화기획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창출하기 위함으로 삶과 사람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바탕으로 ‘앎’과 ‘삶’이 일치되는 문화적 실천을 꾀한다.

덕성여대신문사(이하 덕성): 인터뷰 웹진 퍼슨웹을 처음 만들며 가졌던 목표는 무엇인가요?
퍼슨웹: 처음 퍼슨웹을 시작한 2000년 당시에는 웹진을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일단 최초로 인터뷰 전문 웹진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였죠.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약 200여 명의 인터뷰이를 만나왔는데, 인터뷰이 만 명을 채우는 것이 현재 목표입니다.
덕성: 인터뷰 전문 웹진이다 보니 인터뷰를 진행하고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퍼슨웹: 저희 퍼슨웹은 인터뷰를 일이 아니라 ‘놀이’로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놀이잖아요.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네트워크가 창출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네트워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요.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 퍼슨웹 사람들의 인터뷰에는 강산에, 김구라 등 유명한 사람들과의 기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 경비, 청소부 아주머니, 반전 시위자, 청계천변 사람, 게이 커플 등 이름 모를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또한 얼기설기 엮여 있다.

덕성: 유명한 사람들 말고도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퍼슨웹: 잘 알려진 분들의 인터뷰는 이제 재미가 없어요. 유명인들은 이미 많은 매체에서 인터뷰를 많이 해 이야기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죠. 소외된 분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언론에서 인터뷰이로 다루지 않았던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 분들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답변해주셔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많아 독자들이 읽기에 훨씬 재미있죠.
덕성: 퍼슨웹이 기존의 매체와 차별을 둘 수 있는 특징은 어떤 것 인가요?
퍼슨웹: 다른 매체는 지면 관계상 기사 내용을 편집을 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우리 퍼슨웹은 인터뷰 내용이 길더라도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글로 옮겨요. 각 인터뷰마다 편집자가 있긴 하지만 편집자는 인터뷰 내용을 절대 고치지는 않아요. 인터뷰하기 전에 인터뷰의 주제를 정하고, 질문할 것을 정하는 일만 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인터뷰 기록 기사를 보면 인터뷰 내용 전문을 기사로 옮기는 것만이 그들의 특징은 아닌 것 같았다. 기존의 매체가 행해온 기자와 인터뷰이만이 어색하게 대면하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자세로 둘러 앉아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것이 바로 퍼슨웹의 특징이자 다른 매체와 구분되는 장점이 아닐까.

덕성: 홈페이지를 보니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정기 모임과 인터뷰에 참가할 수 있던데요, 모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퍼슨웹: 퍼슨웹은 이름대로 사람(person)을 많이 만나 연결(web)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니까요. 원래 계속 해오던 수요 정기 모임은 새로 웹진 개편 작업을 하면서 한달에 한 번 모여 기획회의를 하고 우리만의 파티도 즐기는 방식으로 바꾸었어요. 퍼슨웹에서 파생된 모임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덕성: 일반 대학생들의 참여도 가능한가요?
퍼슨웹: 학생 여러분이 많이 참여해주면 좋죠. 저희가 주최하는 북포럼같은 경우 작가와 독자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요. 원하는 작가와 대화도 나누고, 평소 가지고 있던 질문도 할 수 있고요. 참여하는 인원만 적당하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어요.

 퍼슨웹은 북포럼, 다양한 상영회뿐 아니라 시를 그림문자화 하여 전시하는 ‘80bytes’를 주최하기도 했다. 이는 새로운 문화 컨텐츠를 생산하겠다는 그들의 목표이자 새로운 지향점이다. 그러나 다양한 직업과 세대, 취미를 아우르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목적은 어떻게 이룰 것인가. 앞으로 퍼슨웹의 계획을 물어보았다.

퍼슨웹: 20대 청년들과 함께 20대의, 20대를 위한, 20대에 의한 책을 만들 예정입니다. 물론 저자도 20대 청년을 참여시켜서요. 개인적인 목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인터뷰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의 평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어요. 그 사람의 삶 자체가 궁금하거든요.
덕성: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퍼슨웹의 영역이 참으로 넓은데요, 퍼슨웹이 지향하는 인간관계란 무엇인가요?
퍼슨웹: 퍼슨웹 사람들은 다단계 방식으로 모였어요. 한번 퍼슨웹에 참여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해서 모이게 된거죠. 그렇지만 다단계 판매자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모임을 강요하지는 않아요. 우리는 잘 ‘놀기’ (즐겁게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데 서로를 구속하거나 서로의 생각에 개입하면 우리 놀이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잖아요.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느긋하게 바라봐주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취재를 마치고 문득 어느 한 영화가 생각이 났다. 세 사람이 친하게 지내면 서로 알음알음해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이가 된다는 내용의 영화다. 지금, 퍼슨웹 사람들의 다단계는 얼마나 넓게 분포된 것일까? 만 명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퍼슨웹의 다단계는 세계적인 규모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본 기사는 퍼슨웹 사람들의 인터뷰글쓰기 방식을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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