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사용’이라는 한쪽 날개 없는 저작권법
‘공정 사용’이라는 한쪽 날개 없는 저작권법
  • 권귀순(한겨레 기자)
  • 승인 2009.09.16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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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트냐, 카피레프트냐, 공정 사용이냐.’
 

최근 인터넷에서 다양하게 유통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을 둘러싼 다툼이 빈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말 저작권자의 권리가 강화된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돼, 누리꾼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정보의 이용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모호한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나 ‘펌질’을 하기도 하지만 ‘펌질’을 당하기도 한다. ‘펌질’은 이렇듯 무한복제와 무한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인터넷상에 저작권법의 잣대를 엄격 적용하면 대개 ‘불법 다운로드’다. 영화와 음악, 만화 등 저작권자로선 산업기반을 붕괴시키고 창작의욕을 꺾는 일이다. 이들에게 저작권이라는 배타적 요구(copyright)는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다수의 누리꾼 에게는 오픈웹 에서의 정보에 대한 평등 접근과 자유로운 배포(copyleft)가 제약을 당할 수 있어, 저작권법은 양날의 칼이다. ‘공정 사용’(fair use)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공정사용은 저작권자에게 사용 허가를 구하지 않고도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 범위를 규정짓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저작권과 공정사용, 양자간 균형을 이룰 때 저작권법의 본래 목적인 ‘문화창달’(제1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작권법 무엇이 달라지나

지난 4월1일 국회 통과된 정부·여당의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권자의 권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불법 게시판에 대한 서비스를 최대 6개월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 뼈대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저작권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인 계정이나 게시판 운영 정지를 명할 수 있으며,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이에 따라 조처해야 한다. 예컨대,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아고라에 대해 저작권법을 들어 정부가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 있는 ‘극약처방’을 담은 것이다. 누리꾼 뿐 아니라 인터넷 포털의 책임도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친고죄가 적용돼 저작권자나 대리인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포털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다.
 불법 콘텐츠에 대한 ‘삼진아웃제’도 적용한다. 저작권위 심의를 통해 3번까지 경고를 보낸 다음, 서비스 중단 카드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삼진아웃제는 입법과정에서부터 ‘독소조항’이라는 저항이 거셌다. 프랑스에서도 시도했던 ‘삼진아웃제’는 위헌이라는 철퇴를 맞고 무산됐다. 프랑스 헌법위가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자유 접근을 막는 건 인권침해”라고 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저작권 위반일까

다음은 저작권 위반일까? ① 직접 산 CD를 MP3로 변환해서 온라인에 올렸다 ② 가수의 노래를 구간 편집하여 벨소리를 직접 만들었다 ③ 외국 노래가사를 번역해서 올렸다 ④ 카페에 뉴스기사를 퍼왔다  ⑤ 직접 구입한 책의 일부를 스캔해서 온라인에서 공유했다. (네이버 ‘저작권 FAO’(green.naver.com) 발췌) 답은? "모두 그렇다"이다. 저작권 위반을 가르는 잣대는 ‘사적 소유’냐 ‘웹상 접근이 가능하게 했냐’ 이다. CD를 MP3로 전환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온라인에 올리면 불법 유포가 된다. 외국 노래가사도 번역자의 저작물로 간주된다. 법대로라면, 누리꾼들의 손발이 묶이게 된다. 이런 우려에 대해 문화부는 개인 블로거가 아닌 불법 복제물을 상습적으로 유포하여 저작물 유통질서를 해치는 ‘헤비 업로더’에 대한 규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헤비 업로더의 기준은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강장묵 세종대 교수(정보통신공학과)는 “미니홈피에 음악 5곡을 올리면 헤비 업로더고, 1곡만 올리면 아니냐”며 자의적 해석에 휘둘릴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음반·영화 등 저작권 단체나 ‘저작권 침해 수집꾼’이 적극 나서면서 지난해 저작권위원회에 접수된 저작권 침해 건수가 9만 건이 넘었다. 신문기사, 음악, 동영상, 사진 등이 올려진 게시물은 언제든 저작권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지난 6월 무반주로 가수 손담비 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을 추는 ‘꼬마 손담비’ 동영상이 차단된 일도 그렇다. 웬만하면 ‘걸면 걸린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보기다. 딸을 찍어 블로그에 올린 아버지 우 아무개 씨는 이는 ‘공정 사용’이라며, 음악저작권협회와 네이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이용자의 권리를 환기시켰다.


▶개정안 문제점은?

정부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사법적 절차도 없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데 있다. 이는 비판여론 제압에 남용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저작권 보호라는 ‘만능열쇠’ 뒤에 숨어 정부의 검열을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뉴스보도를 인용한 비판 글 이라면, 정부는 ‘뉴스 무단도용’이라는 ‘죄명’으로 삭제 조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의 조중동 광고주 목록 게시물에 대한 삭제 조처처럼, 정치권력의 인터넷 겁주기를 통한 ‘여론 냉각’에 십분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법 개정안이 지난해 포털 중심으로 타오른 촛불 정국에서 ‘포털 힘빼기’ 맥락에서 입안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러나 송경재 경희대 연구교수(인류사회재건연구원)는 “섣부른 ‘포털 책임론’은 포털에 검열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권 들어 인터넷 게시물이 차단당할 수 있는 길이 저작권위(저작권법)와 방송통신심의위(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위(언론중재법)로 삼원화 됐다. 권력감시보도나 비판여론이 봉쇄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표현물의 삭제 여부가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 내맡겨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방통심의위의 게시물 삭제 조처에 대해서도 기본권 제약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상업적 이익 또는 이용 편의를 제공하는 게시판’이나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는 법안 문구도 자의적이라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국가기관의 저작권법을 통한 자의적 통제는 참여와 개방이라는 웹2.0의 패러다임을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개정 저작권법 발효 이후 게시물이 줄고 있고, 인터넷 위축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를 막으려면 저작권의 허용범위를 합리화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공정 사용’의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강 교수는 “지식의 유통과 활용, 이용자의 문화적 권리, 새 서비스의 발전이라는 ‘한쪽 날개’도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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