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들 사이에서 독립잡지의 길을 걷다
메이저들 사이에서 독립잡지의 길을 걷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09.09.16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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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황사라, 현시원, 안인용씨

패션 잡지를 비롯한 흥미위주의 잡지가 범람하는 요즘 같은 때, 광고도 없이 자신만의 길을 걷는 작은 잡지가 있다. 화창한 일요일,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1층에 있는 북 카페에서 <워킹매거진>을 이끌어 가는 ‘미녀 삼총사’ 황사라, 현시원, 안인용 씨를 만났다. 황사라 씨는 사진미술관 큐레이터로, 안인용 씨는 한겨레신문사에서 기자다. 각자의 일을 하면서도 잡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어디선가 읽어줄 사람들을 위해

<워킹매거진>은 2006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총 6호를 발행한 소규모 독립잡지다. <워킹매거진>은 유명잡지들이 잘 다루지 않는 인디문화를 주로 다룬다.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인디문화를 소개하는 잡지를 꽤 오랫동안 이끌어 온 그녀들의 의도가 궁금했다. “저희는 패션잡지 같은 곳에 나오지 않는 틈새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1999년, 2000년대부터 마니아적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읽던 독립잡지도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어디선가 잡지를 구매하거나 읽을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그들에게 <워킹매거진>을 만들게 했다. 황사라 씨는 “잡지를 만들면서 좋았던 일 중 하나는 이런 잡지들이 놓여서 팔릴 수 있는 서점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라며 웃었다. 실제로 아트선재센터 1층 ‘더 북스’, 혜화동 ‘이음아트’처럼 희귀잡지를 판매하는 서점들도 늘어났다. 인디문화도 힘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독립잡지의 자유는 양날의 검

인디문화를 다루는 것도 힘든 편이지만 여자 셋이서 독립잡지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분명 고생스런 일이다. 잡지를 만들면서 고생했던 적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지원금 없이는 운영이 힘들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죠. 일반 사람들은 대중잡지 같은 걸 살 때는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에 비해 인디문화에는 인색한 것 같아요. 심지어 인디문화를 즐긴다는 사람조차도 막상 돈을 내고 사는 사람은 적어요” 라며 살짝 불만을 토로했다.

많은 대중 잡지들은 싼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수많은 광고가 있고 상업적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기 때문. 하지만 <워킹매거진> 같은 독립 잡지는 불가능하다. 인디문화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돈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고 등 상업적인 요소가 없는 독립잡지의 면모는 장점이자 동시에 한계점이다. 광고가 없다보니 단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사는 사람이 적은 것이 현실. 알려지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찾지 못하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광고가 콘텐츠를 넘어선 잡지에 비해 저희는 하고 싶은 것을 100%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고 좋아요.” 안인용 씨가 밝게 말을 마쳤다. 그들은 <워킹매거진>을 만드는 일이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해

대중 잡지와 달리 워킹매거진은 100% 문화를 다루는 잡지이다.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그 안에 모여 있다. 그렇다면 그들 역시 문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까? 질문을 하자 현시원 씨는 “저희 셋 다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들은 원래 창의적인 리서치를 하고 싶었는데, <워킹매거진>에서는 지식을 너무 덜 보여주는 것 같단다. 지식보다는 ‘아 이걸 꼭 해야 하겠다’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기에 스스로 배우며 대중과 교류하는 것이 그들의 제일 큰 바램이다. 한편 <워킹매거진>의 또 하나의 매력은 멋진 사진. 사진 한 장만으로도 글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비결은 어떤 것일까? 황사라 씨는 “대학생 때 학보사 사진 기자였기 때문에 사진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원에서도 사진을 전공했기 때문에 사진 찍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고 익숙하다고. 게다가 그들은 모두 이대 학보사 출신이다. 현시원 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인지 사진을 어떻게 배치하는 게 좋을까 셋이 같이 이야기하면서 어떤 분위기가 맞는지 수다 떨듯이 의논하니까 사진기술에는 상관없이 사진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물론 이 친구(황사라 씨)의 기술도 많은 도움을 주고요.” 황사라 씨도 “그러니까 사진을 찍으면서 잡지도 같이 만든다는 것 보다는 사진과 잡지가 한 몸처럼 가기 때문에 재밌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덧붙였다.


너무 유명해지는 것은 두려워

이런데도 <워킹매거진>이 생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마 홍보의 부족 때문일 터. 홍보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묻자 안인용 씨의 대답이 건너왔다. “별로 기회가 없어요. 물론 기회가 오면 좋죠. 우리 스스로를 홍보하기 위해 마케팅비를 쓸 수는 없어요. 그래서 누군가 우리를 지원해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워킹매거진>에서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억지로 배치해놓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홍보하고 싶기도 하단다. 하지만 그들은 알려졌을 때 책임감을 지는 일이 힘들다고 한다. 유명함과 같이 짊어질 책임감과 부담감이 두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감사한 점은 한 두 명의 꾸준히 읽어주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그녀들은 <워킹매거진>을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더 알려지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워킹매거진>은 지금 이 정도가 딱 좋아

그렇다면 몇몇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위해서라도 <워킹매거진>은 더 발전해야 할까? 어느 정도까지 발전하기를 원하냐고 물으니 딱 지금 이 정도의 상태를 원한단다. 재정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는 것이 이유이다. “셋이 스무 살 때부터 만났거든요. 우리 관계가 계속될 때까지 나오면 좋을 것 같고요, 형태는 가변적인 것이 좋아요. 두껍게 만들기보다 우리가 변화 하는걸 담아내는 잡지가 되면 좋겠어요.” 독립잡지인 <워킹매거진>도 분명히 잡지이다. 잡지기자로 활동 중인 그들에게 신문이나 잡지사 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을 부탁했다. 안인용 씨는 “기자가 되고 싶다면 기존에 있는 신문사에 입사를 해서 기자가 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라고 말한다. 누구나 기존에 있는 방식을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만 하지 말고 조금 더 적극적인 방식을 갖기를 추천한다는 것. 학보사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있는 유명신문처럼 만들고 싶어 하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다.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신문이 진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기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박하게나마 그렇게 만든다는 게.” 현시원 씨가 덧붙였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서 독립잡지 <워킹매거진>을 열심히 만들어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세 사람의 관계가 오래오래 계속되어 앞으로도 서점에서 정기적으로 <워킹매거진>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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