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 누구의 시선?
여성의 몸, 누구의 시선?
  • 장지원 기자
  • 승인 2009.10.10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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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남녀가 아무런 의미 없이 모텔 방으로 들어간다. 혹은 여자가 심한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의 거친 손길이 닿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 나체를 보이며 흥분에 들뜬 숨을 내쉰다. 이것이 일반적인 포르노 영화의 정사장면이다. 그런데 이 장면 속의 남자와 여자가 함께 즐긴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여성의 몸, 남성의 시각
 포르노 영화 속 여성들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몸을 가시화하며, 성애의 쾌락을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여성의 쾌락은 겉으로만 보여질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성애의 쾌락에 들뜬 여성의 모습을 관찰하는 시각은 화면 밖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다루고 있거나, 혹은 뒷모습만 보여지는 남성 쪽이다. 이 숨겨져 있는 남성의 시선이 여성의 쾌락에 빠진 모습을 관찰하며 쾌락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남성들은 왜 비겁하게 뒤에 숨어있는 것일까?
영화도 상품성을 지닌 하나의 상품이다. 그 중 포르노그라피는 ‘주로 남성을 상대로 한 상품이며, 남성의 취향에 맞춘 상품이어야 한다’는 통념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남성의 시각으로 성행위를 하는 동성의 모습을 본다면 어떻겠는가. 당연히 포르노그라피가 주는 자극성이 떨어지고, 성행위에 열중하는 동성의 모습이 껄끄럽지 않겠는가. 따라서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 남성의 쾌락을 뒤로 숨기고 여성의 쾌락을 겉으로 끄집어 낸 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포르노 영화이다.

여성의 몸, 인간의 몸
 사람들은 포르노그라피 속의 여성들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무식해서 저렇다, 천박하다, 더럽다 등. 심지

어 걸레 같은 여자, 창녀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남성들이 즐기는 문화의 희생양이 된 여성을 남성이 욕하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여성도 이러한 욕을 한다는 것을 배재할 수는 없다. 여성인권지원센터 느티나무 상담사 손정아 씨는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 속에서 여성들도 모르는 사이 의식 속에 남성주의 사상이 뿌리 박힌 것”이라고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밝혔다.
관습을 탈피하고 여성이 주인공이 되어 양성평등을 외친 대표적인 사건은 ‘토플리스 운동’이다. 1961년 프랑스에서 여성운동단체 여성들이 가슴을 드러낸 채 거리에 나타나 여성의 가슴도 남성과 다를 것 없는 인체의 일부이고, 그 주인공은 여성임을 외친 것이다. 최근에는 스웨덴의 한 수영장에서 “여성의 육체와 성적인 차별을 두는 사회와 문화에 대항한다”는 슬로건으로 여성들이 가슴이 없는 수영복을 입고 등장하여 시위를 했다. 이 토플리스 운동은 여성 토플리스 협회인 TERA(Topfree Equal Rights Association)의 활동 중 하나이다. TERA는 여성의 신체도 남성의 신체와 같이 섹슈얼리티를 벗고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인간으로서만 의식되기 위한 운동을 해오고 있다. 여성인권지원센터 느티나무는 “토플리스 운동처럼 지금껏 당연시 되어 온 관습을 탈피하고, 여성이 주인공이 된 눈으로 세상을 보아 남성주의, 여성주의를 벗어난 양성 평등의 의식을 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구관이 명관이다?
 여성주의 문화 웹진 ‘언니네 (www.unninet.net)’는 “포르노그라피의 문제점은 여성의 몸을 상품화 하여 옳지 못한 시각을 인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몸만을 상품화 하고, 남성의 시각에 붙들려 있는 섹슈얼리티 인식을 타파할 수는 없을까. 단지 포르노그라피에 남성의 시선을 숨기지 않고, 남성주체적 시각을 막고 여성주체의 사고를 주입하는 것이 그 방법일까?
사실 사람들은 구관이 명관이라고, 낯 익은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포르노그라피도 마찬가지이며 사람들은 새로운 시각의 포르노그라피에 거부감을 가지고 꺼려한다. 이는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의 섹슈얼리티를 접하지 못해서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포르노그라피도 상품성을 지닌 것으로, 이를 제작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관습적인 남성의 시각을 떠나 여성의 시각, 양성 동등의 시각 등 다양한 시각의 섹슈얼리티 콘텐츠 제작이 필요하다. 기존의 남성 주체의 포르노그라피는 밭갈이를 하고 새로운 시각의 포르노그라피 콘텐츠가 구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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