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속에 자리 잡은 여성상은?
대중 속에 자리 잡은 여성상은?
  • 장지원 기자
  • 승인 2009.10.10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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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보는 TV 속 여성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 속 여성들은 카리스마 있는 커리어 우먼, 또는 멋진 남성을 만나 예쁜 가정을 꾸린 행복한 가정주부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벗어난 여배우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하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우리는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그들의 멋진 삶을 상상하고, 이들을 닮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상으로 삼고, 부러워하는 이 여성들의 삶은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것처럼 화려하지만은 않다. 이들은 우리가 만들어놓은 시각 속에 갇힌 ‘예쁜 꼭두각시 인형’일지도 모른다.

TV 속의 그녀들
 한 때 우스갯 소리로 대기업의 후계자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여주인공들처럼 남자의 뺨을 때리라는 말이 있었다. 누구에게든 따귀를 걷어붙일 정도로 세상 물정 모르는 여성이 지위가 높은 남성을 만나 인생 역전 하고, 가정을 이뤄 가족과 자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며 살게 된다는 흔한 드라마의 기본적인 플롯에서 비롯한 농담이다. 이 매체 속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인생과 삶에 대한 고뇌 따위는 없다.
또 다른 드라마의 장면을 생각해 보자. 한 여성이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이 때 여성은 절대 남편과의 추억을 돌이키며 남편을 의연하게 보내지 않는다. 대부분 과부가 된 여성들은 떠나는 고인에게 “나 혼자 어떻게 애들 키우고 사냐”며 오열한다. 모든 사람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와 관계를 맺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재성을 획득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왜 이 매체 속의 여성들은 남편의 죽음만으로 혼자가 되어 세상을 살 수 없게 되었다고 좌절하는 것일까?

TV 밖의 그녀들
 늙는 것도 서럽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여배우들을 보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가치 상승을 위해, 의료적 요법을 사용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도 젊은 신인 여배우들에게 점점 밀려나는 것이 그네들의 현실이다. 이 점을 <SBS 스페셜-‘여우비’ 대한민국 여배우로 산다는 것>에서는 배우 정우성의 영화 포스터를 연도별로 나열하며 설명하고 있다. 정우성의 스크린 데뷔영화에서부터 최근 영화까지의 포스터를 보면 정우성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대로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상대 여배우는 점점 나이가 어리고, 젊은 신인 여배우로 바뀌어 왔다는 것이다.
여배우들에게는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도 걱정거리다. 배우 김남주는 도시의 커리어우먼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었으나 결혼 후 그녀가 맡은 역할은 억척스러운 살림꾼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최진실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 전 그녀는 작은 얼굴과 동그란 눈매로 국민 여동생의 원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 은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고, 이혼 후 그녀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가정주부의 애끓는 가족애를 연기하고 나서야 예전과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여배우들의 암묵적인 정년은 젊은 미혼 여성과 늙은 기혼 여성에 대한 시각이 다른 우리들이 만든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 매체 속 여성상. 누가 만들 것인가?
 위의 경우를 잘 살펴보면 대중문화 속 여성상은 남성이 만들어 낸 이상적 여성상임을 알 수 있다. 남성이 우월한 위치에 있으며 여성은 이들의 도움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는 것과, 남편 없는 삶이 여성에게는 죽음이었던 가부장적 시각이 방송 매체가 가지는 빠른 확산성을 통해 당연시 되어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 시장의 흥행지수를 높이는데는 여성관객의 기여도가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남성들만의 우월주의로, 설령 여성을 포함시킨다 해도 남성에게 속박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내는 매체를 보면서 동감을 하는 여성관객은 얼마나 될까? 여성만의 모성애, 생명존중 정신 등을 말로만 칭찬할 것이 아니다. 여성이 한 남성에게 속하지 않고도 여성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살아갈 수 있고 실천할 수 있음을 알릴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제작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우리 문화 산업 시장도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천명자 사무국장은 “이러한 대중문화를 쉽게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를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문화가 여성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조성하고, 가정적인 여성상을 만들어 내고는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은 맞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이들의 능동적인 시각이 갖춰진다면 진정한 여성의 주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명자 사무국장은 신조어 “요즘 이슈가 된 ‘꿀벅지’란 말을 많은 사람들이 성적 표현,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꿀벅지라는 말을 듣는 당사자는 자신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말이라며 좋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었다”며 스스로는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주위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표현하는 것도 성폭력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즉, 대중매체에서 비추는 모순적인 여성상을 타인이 평가하는 시선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매체 속 여성의 입장이 되어, 나의 경우에 빗대어 올바른 여성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정우성과 바뀐 여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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