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볼만한 만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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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지원 기자
  • 승인 2009.10.10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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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미로 태어났습니다.

 

남녀평등이 당연시 된 지금도 남성의 일, 여성의 일이 구분되어져 있는데 옛날, 특히나 1700년대 왕정시대 프랑스는 오죽했을까. 여기 여성의 삶을 버리고 중세 프랑스 왕가의 호위무사로 살았던 어느 한 ‘사람’ 이야기를 그린 만화가 있다. 바로 <베르사이유의 장미>. 이 만화는 주인공 오스칼의 인생의 고뇌와 프랑스 대혁명을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대대로 쟈르제 가(家)는 왕가를 지켜온 장군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레니에 쟈르제 장군은 대를 이을 아들을 얻지 못한다. 쟈르제 장군은 막내딸의 이름을 남자 이름인 오스칼이라 짓고, 장군의 지위를 이어나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남자로 기른다.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의 황태자비로 들어오자 오스칼은 앙투아네트의 근위대가 되어 남자의 인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오스칼도 귀족 페르젠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그러나 페르젠 백작은 앙투아네트의 애인이 되고,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난 뒤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다. 오스칼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여왕의 사랑을 존중해준다. 왕가의 지나친 사치로 백성들의 가난이 심해지자 백성들은 혁명을 일으킨다. 오스칼은 관습에 따라 갑갑하게 살고 있는 여왕의 삶을 보며 신물을 느끼고, 민중의 편에 서서 혁명에 동참한다. 혁명 전투를 하는 동안 오스칼은 오랜 소꿉친구이자 자신의 몸종이었던 앙드레의 진실한 사랑을 알고 받아들인다. 오스칼은 혁명을 민중의 승리로 이끌고, 바스티유 감옥이 함락되는 것을 보고는 죽음을 맞이한다.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에 따라 군인으로 살아가게 된 오스칼. 당시 여성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하게 되고, 첫사랑의 아픔도 여자가 아닌 한 명의 군인의 마음으로 의연하게 넘긴다. 이렇게 무쇠같은 오스칼을 힘들게 한 것은 당시 민중들을 힘들게 하고, 한 나라의 여왕의 삶도 자유롭게 하지 못했던 사회적 관습이었다. 오스칼은 혁명을 통해 사회적 관습을 타파하여 관습적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그녀의 사랑과 그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장미는 향기가 없는 꽃이다. 그러나 장미가 바람 한 점 없어도 향기로운 꽃일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가시로 무장하고 온 몸이 틀리는 고통 속에 부드러운 꽃을 터뜨리지만 시들기도 전에 꽃잎을 떨궈 아쉬움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를 군복으로 무장하고 그녀만의 보드라운 꽃잎같은 인생을 살지 못하게 한 관습을 벗어나고자 한 오스칼. 채 시들지도 못하고 져버린 장미꽃같은 그녀의 정체성의 아픔에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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