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고 거대한 간판의 획기적인 변신
촌스럽고 거대한 간판의 획기적인 변신
  • 이지은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1.05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판으로 대한민국을 디자인하다

 

 

공간마케팅이 대한민국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서울의 거리가 확 밝아졌다. 지식경제부는 디자인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수립 중이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간판문화 개선사업, 문화로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마을 미술 프로젝트 등 공공디자인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도시의 경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간판 디자인도 대한민국을 디자인 하는 주요 문화 중 하나. 디자인서울총괄본부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간판을 찾아가보며 서울의 디자인 문화를 탐방해본다.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간판 
경복궁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멋스러운 붉은색 함석간판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녹이 슨 간판 위에는 하얀색 깔끔한 글씨체로 ‘일층까페’라는 글자가 적혀있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간판만 봐서는 1층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것 같지만, 사실 1층부터 3층까지 손수 디자인된 사랑스러운 소품으로 가득 찬 멋진 커피전문점이다. 특이한 사실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에서 오픈하여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것. 특히 눈에 띠는 것은 문 왼쪽에 매달려있는 앙증맞은 나무 간판! 도마를 리폼해서 만든 것이다. 인사동 거리에 있는 퓨전찻집 ‘수요일’은 상호명이 한글서체로 디자인되어있어 친근한 느낌을 준다. 멀리서 보면 노란색 전통 등처럼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예쁜 도장 같은 느낌을 주는 간판의 모습이 재미있다.

 

고급부터 익살까지 간판의 다양한 모습
삼청동길 중간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와인병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담장 안쪽으로 아담한 한옥 한 채가 자리 잡고 있는데, 바로 와인바 ‘Ann’이다. 가정집이었던 한옥을 개조해 만든 Ann의 실내 디자인에는 사장님이, 간판 디자인에는 사장님 친구 분이 참여했다. 기존의 한옥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정겨움이 느껴진다. 삼청동 한복판에서 만나는 ‘푸른별 귀큰여우’는 가게 이름이 귀여운 한글서체로 별 안에 새겨져 간판과 상호명의 조화가 두드러진다. 평소 예쁜 간판 덕을 톡톡히 보기도 한다는 이 가게의 업종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장작을 겹겹이 쌓아놓은 듯한 내부는 마치 예쁜 외국의 산장을 떠올리게 한다. 창밖으로 펼쳐진 거대한 은행나무 덕분에 경치가 좋다.


디자인과 함께 하는 우리
이러한 서울의 변화에 하종억 디자인서울총괄본부 도시경관팀장은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만들고, 더불어 자신의 가게의 품격을 높이는 간판 개선 사업은 중요한 과제다”라며 “홍보기능에만 치중, 경쟁적이고 자극적인 모습으로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간판을 개선에 건축물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민호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장은 “형태, 색채, 구조 등 생활공간이 사람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며 명백합니다. 공공디자인을 개선하는 것은 단지 생활환경의 외관을 정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인격과 심성을 바꾸고 사회 분위기까지 환기시킨다”며 한때는 끔찍한 범죄도시였던 미국 뉴욕이 범죄 단속 대신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1990년대에 범죄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린 일은 좋은 사례다”고 디자인 공간문화를 강조했다. 내달 말,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보·차도 정비, 간판개선사업 등의 대대적인 개선공사를 거쳐 보행자 중심의 테마거리로 조성하게 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 간판은 물론, 유리창 하나가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처럼 “아름다운 공간이 아름다운 사람, 나아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든다”는 사실은 이제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디자인하고 있다.
이제 거리를 걷을 때 이런 아름다운 ‘공공 디자인’에 눈을 돌려봄이 어떨지. 간판 하나부터 조형물 하나까지 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의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땅, 우리 문화를 깨닫게 해 줄지도 모르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