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함께 자리잡은 기부문화
대중과 함께 자리잡은 기부문화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1.0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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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들에게 기부는 낯설기만 했다.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부 방법은 겨울에나 볼 수 있었던 구세군과 ARS 전화, 혹은 기아 체험 등 이벤트식의 기부가 전부. 때문에 과거에는 기부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되는 개인후원과 기업후원(이 역시 기업 대표의 개인적인 후원인 경우가 많았다)이 기부의 큰 축이었다. 그랬던 기부문화가 최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도, 혹은 돈이 없어도 기부가 가능해지고 심지어 기부가 ‘습관’이 되기도 한다. 대중이 언제든지 참여하기도 쉽도록 다양하게 변화된 기부문화를 살펴보자.

마음도, 주머니도 가벼워진 기부문화
 돈을 내지 않았는데도 불우이웃 후원을 했다. 이 말은 모순인 것 같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해피빈’ 서비스는 콩메일을 쓰거나 블로그, 카페에서 포스트를 남기면 후원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콩을 주는 시스템이다. 실질적으로 네이버 사용자들이 돈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 자체 회원 수와 회원들의 블로그, 카페 등 활동 내역이 네이버의 수익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중적 기부문화를 조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쌍방적 통신 문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도 해피빈 서비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G마켓은 ‘후원 쇼핑 서비스’를 통해 ‘십시일반의 미학’을 전하고 있다. 후원 쇼핑 서비스는 판매자가 판매 상품을 후원 상품으로 지정해 개당 100원 씩 수익을 기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매자는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기부를 할 수 있다. 이 수익금은 12월까지 약 100억 원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카드는 카드 사용 포인트로 소아암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고, LIG 보험은 꼬꼬마 어린이 보험 가입자 이름으로 보험금 일부를 집 없는 이웃을 위한 ‘희망의 집’ 건립에 후원하고 있다. 이는 기부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벤트가 아닌, 일상에서 일어나는 착한 소비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는 좋은 사례다.

진화하는 기부문화
 기존의 기부란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기부의 본질이 변질돼,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기업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상승시키는데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기부문화는 깨어있음, 변화, 선도 등 개인의식의 발전을 바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에 부응하듯 지난 18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개인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하였다. 이로 인해 개인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현행 15%에서 2010년 20%, 2012년부터 30%로 확대되고, 정기 기부자는 연간 10만 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또한 기부금이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항목에도 포함됐다. 국민권익위원회 김무근 조사관은 “이와 같은 제도 개선으로 기부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부금 양을 높이고, 기부단체 관리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기대 효과를 밝혔다.

생활 속 기부문화 뿌리내리기
 연예인 신애라-차인표 부부나 션-정혜영 부부 등 유명인사의 영향으로 1대 1 해외 아동 결연 혹은 생활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 또한 늘어났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은 해외 결식아동만이 아니라 가까운 국내에도 많다. 단순 불우 이웃을 넘어 우리가 사는 지역 사람들의 사람다운 생활에 관심을 갖는 형태의 기부는 사회 발전에 있어 가장 바람직하고도 빠른 방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곳의 변화를 위해 약 2만5천여 개의 풀뿌리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풀뿌리 단체는 구 단위의 보건소를 찾기 어려운 독거노인을 위한 동 단위 보건시설 설비, 사교육이 어려운 결손가정 어린이를 위한 공부방 등 보건복지, 주거환경 개선, 인권 활동 등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모든 활동을 한다.

 자선과 동정이라는 틀에 갇혀있던 기부 문화는 이렇게 조금씩 변화중이다. 한국인의 기부지수와 해외의 기부동향을 해마다 결산하는 ‘기빙코리아’에서 2008년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1년 이내 기부 의향이 ‘없다’고 답한 국민이 2003년까지 59%였으나 2005년 19%를 기점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이를 보면 대한민국의 기부문화 동향이 밝다고 전망해도 되지 않을까?
 현대의 빈곤은 물질의 빈곤보다는 관계의 빈곤으로 인한 것이 더 크다. 큰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어도 된다. 주위를 조금만 돌아보자. 그리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눈길을 주고 조금이라도 ‘마음 씀’의 철학을 실천한다면 그것 만으로도 큰 기부가 될 수 있다. 물질보다는 인간적 관계 회복을 통한 사회적 풍요를 도모하는 것이 기부의 숨은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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