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부담 가중시키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등록금 부담 가중시키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0.01.0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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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GDP 대비 고등교육 ‘정부부담’ 비율은 0.6%로 OECD 평균(1.0%)의 절반 수준인 반면, ‘민간부담’은 1.9%로 OECD 평균(0.5%)의 4배가량 높다. 이는 우리나라 대학이 학생 등록금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태가 이러하다보니, 대학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덕성여대도 ‘등록금 1천만 원’을 앞두고 있다. 2009년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 612만 원, 자연계열 757만 원, 공학계열 849만 원, 예체능계열 857만 원이었는데, 내년에 등록금이 5% 인상된다고 가정을 해보면, 2010학년도 공학?예체능계열 신입생은 입학금 100만 원까지 포함해 연간 1000만 원을 부담해야한다.


대학 고액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자, 이를 해결하겠다며 정부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이하 취업 후 상환제)’를 제시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를 대출할 수 있으며, 졸업 이후 연간 소득이 최저생계비(2009년 기준 1,592만 원) 이상이 되면, 추가 소득의 20%를 상환해야 한다.

 

저소득층 지원폐지, 복리방식 이자산출 등으로 등록금 부담 가중 될 것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자금대출제도’는 대출 받을 수 있는 학생수를 한 학기에 약 40만 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대학에 다니는 기간에도 거치기간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등 단점이 있다. 취업 후 상환제를 통해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도 도입 취지로 설명했듯이 ‘서민과 중산층 학부모들의 대학등록금 부담을 해소하는 획기적인 조치’ 인지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현행 학자금대출제도에서 지원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무상등록금 지원(연간 450만 원)과 소득 1~7분위 이자지원 혜택이 없어진다. 현재 학자금 대출자 4명 중 3명이 이와 같은 지원을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취업 후 상환제 도입으로 대다수 서민?중산층 가계는 오히려 등록금 부담이 가중된다.


또한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는 이자를 부담하지 않지만, 졸업 후 원금을 상환해야 할 시점에 이자가 원금에 합산되기 때문에 ‘이자의 이자’까지 부담하는 ‘복리’ 방식이 적용된다. 결국 취업 후 상환제 도입으로 인해 이자지원이 없어져 혜택은 줄고, 갚아야 할 금액은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다.


상환기준 소득을 4인 가족 최저생계비로 설정한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최저생계비는 정부의 사회보장 기준을 정하는 정책기준이어서 정부의 재정능력을 감안하여 낮게 책정한다. 때문에 현실적인 최저생계비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파산회생 절차를 할 때에도 최저생계비의 150%를 실제 최저생계비로 인정한다. 따라서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생계비만 넘으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갚도록 한 것은 가난의 대물림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소득이 적을수록 상환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자도 급증해 원금의 수배에 달하는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교과부가 제시한 시뮬레이션을 보더라도, 대기업 초임연봉자(4,000만 원)는 8년간 상환을 함에 따라 총 5,168만 원(원금의 1.6배)을 상환하면 된다. 반면, 중소기업 초임연봉자(1,900만 원)는 25년간 상환을 하는데, 총 상환금액은 9,705만 원으로 대출원금(3,200만 원)의 3배가 넘는 액수이다. 조항 면면을 보더라도, 서민?중산층에게 현행 제도보다 이득이 되는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

 

등록금 억제 방안 실효성 없어
한편 정부는 취업 후 상환제를 도입하면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록금 및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근거를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대학에서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 없이 산정근거만을 공개한다면 ‘정보공개’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다. 오히려 대학이 재정부족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주장 할 수도 있다. 또한 정부가 대학에 재정지원을 할 때 등록금 인상률을 반영하겠다는 것 역시 대학마다 등록금 인상률이 매년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되고, 등록금수입이 정부재정지원보다 대학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현실을 고려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다.

 

‘취업 후 상환제’ 전면 재검토 되어야
이처럼 취업 후 상환제는 저소득층 지원이 폐지되고,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는 등 오히려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서민?중산층 등록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당장 다음 달부터 신입생들은 등록을 시작해야 함에도 현재 정부의 준비정도는 매우 부실하다. 무리한 제도 시행은 되돌릴 수 없는 부작용과 문제점만 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현재 제출된 방안은 폐지하고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취업 후 상환제도는 대학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킨 것이 아니라 부담 시기만 미래로 연기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 억제와 국가교육재정 확충이 필수적이다. 이는 ‘등록금 상한제’와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 등으로 이미 상당 부분 구체화 되어 국회에 법안이 발의된 안도 있다. 즉,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입이 어렵지 않은 제도들이다.


현재의 등록금 부담을 미래로 전가하고 등록금 문제를 해결했다는 생색을 내기보다 등록금 반값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명박 정부가 등록금 부담을 해소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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