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섹스', 정답은 없다
'차별 없는 섹스', 정답은 없다
  • 조항주 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0.03.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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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라는 이름의 특별함?
 정직하게 말해서 ‘장애인의 성’과 ‘섹스 자원봉사’. 두 가지 문제에 관해서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무척 어렵다.
 ‘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오랫동안 금기시 되어 왔던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의 성’은 미담과 편견사이를 오가며 왜곡되고 상업적 방향으로 거세된 측면이 있다. 본 필자는 이런 왜곡들이 그동안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정책과 맞물려있다고 본다. 기간 장애인복지정책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과 자기주장에 의한 주체적인 삶을 기대하는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의 패러다임을 가졌다기보다는 불쌍한 장애인들에게 무언가 선심 쓴다는 등의 시혜적인 측면들이 강해서다. 무엇인가 베푼다고 생각하는 정부는 장애인들은 먹고 사는 측면(생존권적인 측면)만 돌봐주어도 감지덕지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니 그들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꼭 필요한 침실문제, 즉 성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에 관해서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지 않았겠는가?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로서 ‘성’은 인간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이는 그림의 떡이다. 다년간 당사자들의 투쟁과 사회적 소통으로 ‘활동보조인 제도’라는 유료서비스 등 몇 가지 문제들은 조금씩 진전되는 측면이 있지만 장애인의 성 문제 만큼은 답보 상태다.
장애를 극복하는 타국의 열린 시야
 최근 정보로는 우리들끼리 회자되고 있는 섹스 자원봉사라는 개념처럼 온전하게 장애인의 성욕 해소에 도움을 주는 행위를 무급으로 봉사하고 있지는 않다. 장애인들에게 전문적인 매매춘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SAR(선택적 인간관계 재단)는 활동이 저조한 형편이며 최근에는 플렉조크(Fleks Zorg)라는 영리조직을 통해서 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반면 성기결합 이외의 다른 측면들을 생각하면 양상은 조금 다르다. 독일에서는 단순한 성적 욕구 해결을 위한 성교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만나고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포함하는 캠프가 시도되고 있다. 워크샵을 통해서 장애인과 섹스 동행자라고 불리는 섹스 서비스 제공자도 같이 참여하고, 교육내용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내용, 장애인이 갖고 있는 남은 기능을 이용하여 에로틱 영역에서 활용하도록 돕는 방법을 배운다고 한다. 또, 네덜란드에는 RNG(Rutgers Nisso Groep)라고 하는 성관련 전문 연구기관이 있어서 전문적인 연구를 시행하고, 성관련 자료들을 모두 모아 놓은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이 센터에서는 장애인, 노인들의 성문제를 중점 관심대상으로 삼는다. 일본의 경우에는 정신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열린다. 워크숍에서는 기본적인 성교육과 함께 연애를 하는 방법도 가르치고 있다. 정신지체장애인 커플의 섹스에 함께 있으면서 도와주거나 러브호텔을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내용이다. 본 필자가 가진 한국사회의 경험으로는 참으로 생소하면서도 부럽다. 성문제나 고민들을 함께할 수 있는 상상력, 사회적 이익(혹은 사회적 질서)을 위해서 취해진 일련의 사회적 행위에 의해서 발생된 불편한 사람들(그런 이들이 장애인이든 아니든)을 향해 뻗어 있는 열려진 시야가 부럽기 때문이다.
‘사고’를 넘어서는 ‘협조’의 차이
 몇 년 동안 본 필자는 ‘섹스자원봉사’나 ‘성 워크샵’을 이야기하며 장애인의 성문제를 같이 고민해보자고 했지만 아직도 그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레토릭으로 남아있다. ‘섹스자원봉사’가 실제 실행된다하더라도 생물학적 성별 차이로 장애여성보다는 장애남성 이용자가 늘어나서 또 다른 소외를 낳는 결과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딱 거기까지 멈춰있는 것이다. 현재 사회에서는 자유로워진 성문화와 관련된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본 필자는 그것은 가시적인 것일뿐 견고해지는 배타성을 보게 된다. 장애인 문제든 아니든 문제가 있다면 해결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성 문제를 조금이라도 진보의 관점으로 해결하는 필요한 사회적인 조건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는 출발점으로서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든 “장애인의 성은 잘 풀어야 한다”는 그저 입바른 소리을 집어치우고 함께 치열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성 문제에 관해서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섹스자원봉사니 장애인 성문제가 뭔 대수냐며 장애인들에게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며 이는 역차별을 양상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이들에게 ‘장애’는 사고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누구나 안고 있는 ‘장애’에 대한 사회의 ‘협조’의 차이, 그 견고한 ‘장벽’으로부터 온다는 사실(변정수, 2001, 일일문화정책동향)을 가르쳐줘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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