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가 ‘Drama’가 되다
‘fact’가 ‘Drama’가 되다
  • 정수미 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10.03.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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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소개 - 패션은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문화연구, 사회학, 심리학, 미술사, 젠더 문제 등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코너는 광고사진으로 시작한 패션 사진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 과정을 통해 현대문화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패션 사진은 사진이 처음 등장한 1839년 이후부터 시작되었지만, 19세기 동안 패션 잡지들은 객관적인 사진보다는 의복을 장식적으로 꾸며주는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을 주로 선택했다. 그러나 패션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했던 잡지 『가제뜨 뒤 봉 똥(Gazette du Bon Ton)』이 1925년 폐간되고, 1922년 『보그(Vogue)』가 창간되면서 패션 사진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패션 사진은 1930년대 헐리우드의 영화산업이 발달하던 시기와 맞물려 객관적인 사진에서 점차 시각에 기초한 환상과 이야기 그리고 표현의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2차 대전으로 인한 물자부족은 의복을 통제하기 시작하여 스커트의 주름과 소매나 벨트의 넓이를 제한하였다. 통제된 패션은 패션 사진의 정체기를 가져오게 되었고, 전후패션은 검소와 궁핍 대신 체형의 윤곽선과 여성성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이중 대표적인 것은 1947년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가 선보인 첫 컬렉션이다. 이는 ‘뉴룩’이라 불리며 대중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얻기 시작한다.

  디올은 다시 여성 스커트를 무릎 아래로 내리고 A라인으로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좁은 어깨와 가늘게 졸라맨 허리로 여성성을 강조하였다. 작은 어깨와 가는 허리, 겹겹의 속치마 위에 넓게 퍼지는 풍성한 치마는 전시의 심이 들어간 어깨와 짧은 치마에 염증이 난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여성스러우면서도 우아한 세련됨을 제시한 뉴룩은 전후 여성들의 실루엣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전후 패션 사진은 의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섹슈얼리티를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활동하던 패션 사진작가 중 대표적인 인물인 리처드 아베돈(Richard Avedon)은 사실주의를 거부하고 정지된 포즈 일색이었던 사진 대신, 다양한 포즈와 제스처를 이용해 모델의 몸짓과 표현에 새로운 관습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아베돈의 사진은 ‘룩’의 본성을 결정짓게 되었고 패션 사진이 패션 산업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1955년 아베돈은 『보그』표지를 위해 배경으로 코끼리를 이용한다. 집채만한 코끼리 사이에서 우아한 디올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나르시즘에 빠져 포즈를 취하고 있는 패션 사진은 당시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뉴룩의 우아함을 이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전달할 수 있겠는가?

  아베돈 이전의 패션 사진은 왜곡 없이 정확히 묘사한다는 사진의 특성에 따라 스포츠패션 사진을 찍을 때에도 정지자세를 고수하였다. 비로소 1935년에야 움직이는 패션 사진이 등장했지만 그것이 논란이 될 정도로 객관적인 전달에 집착하던 패션 사진은 1950년대 뉴룩의 유행과 아베돈의 패션 사진이 만들어 낸 인간의 몸짓 탐구와 그로 인한 드라마틱함은 여성을 더욱 환상적으로 보이게 하며 패션 사진의 판도를 바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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