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뚝심이 보여주는 예술의 경지
정직과 뚝심이 보여주는 예술의 경지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3.27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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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환 마이스터
현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의 손을 보고 있노라면 감에만 의지해 음을 내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정확한 건반을 치면 정확한 음이 나오는 건반악기와 달리 현악기는 오직 연주자의 감으로 현의 음과 진동을 조절하기 때문. 악기를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요즘 악기는 공장에서 만들기도 하지만, 현악기 제작은 아직 장인의 손놀림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악기 제작자는 감각을 넘어서 정신과 혼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중세시대 장인만이 얻을 수 있었던 ‘마이스터’라는 칭호는 악기 제작자에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유승환 마이스터는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 수석을 역임하기도 했던 콘트라베이스 연주가였다. 하지만 연주가의 길은 평생직장으로서는 적합하지 못했고, 학생을 가르치자니 한국에서는 콘트라베이스를 배우려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그에게 대학시절 교수님은 ‘마이스터’의 길을 권했고, 피렌체로 떠났다. 물론 연주가에서 마이스터로 전향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많았었다. 하지만 다른 길을 찾기에는 나이가 많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람들이 악기의 질을 보기 전 ‘Made in Italy’를 먼저 확인할 정도로 바이올린, 첼로 등은 이탈리아산 악기의 명성이 높다. 유승환 마이스터는 이러한 현실 속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의욕을 잃어버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통나무에 생명력을 넣어주는 제작 작업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많은 연주자 분들이 제가 만든 악기로 콩쿠르에 참가하고, 상을 받아오기도 하셨어요. 연주자의 입장에서 악기를 제작하는 제 장점이 통한 것 같아요.” 마이스터의 얼굴에서 자신있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명품 악기는 ‘마이스터의 정직함’에서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명기는 대부분 가격이 비쌉니다. 그렇지만 명기가 다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에요. 장인의 솜씨와 더불어 시간과 함께 악기가 숙성되어 스스로 소리를 키워나갈 수 있어야 명기중의 명기가 되죠.” 유승환 마이스터도 그만의 명기를 만들기 위해 ‘정직’을 원칙으로 한다고. 악기의 외형을 번드르르하게 만들어 큰 돈을 벌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무조건 정직하게 악기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악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잘 건조된 통나무를 사용하고 악기의 오래 묵은 듯한 색상을 내기 위해 색소를 바르기보다는 자연의 송진을 발라 색을 낸다. “악기도 우리나라 전통 항아리랑 같아요. 자연스럽게 숨을 쉬고 자연스럽게 소리길이 열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죠. 그래야 진정 후세에 이름을 날릴 수 있는 명품 악기가 나오는거죠.”
 그는 한국인 특유의 뛰어난 손재주를 들어 한국 마이스터들의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인 손재주는 세계 어디나 알아주잖아요.” 그리고 유승환 마이스터를 통해 한국 마이스터의 밝은 길을 점치는 또 다른 이유 하나, 바로 장인의 ‘뚝심’이다. 곧은 정직과 꿋꿋한 뚝심으로 청아한 맑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마이스터’야말로 진정한 예술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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