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살인, 죽음. 그 그로테스크함에 대하여
폭력과 살인, 죽음. 그 그로테스크함에 대하여
  • 정수미 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10.03.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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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팝스타 마돈나는 표절로 고소당한다. 하지만 그것은 음악을 둘러싼 작곡이나 작사문제가 아니라 <Hollywood>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마돈나가 텔레비전에 올라앉은 모습과 거울 앞에 누운 여성의 이미지가 사진작가인 기 부르댕(Guy Bourdin, 1928-1991)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기 부르댕의 사진은 현대 문화의 여러 장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기 부르댕은 1955년부터 30년간「Vogue」에서 활동했고, 1970년대에는 전 세계의 패션화보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활발히 활약했던 작가이다. 그는 헬뮤트 뉴튼과 함께 1970년대의 패션사진을 ‘초현실적인 에로티시즘’으로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뉴튼에 비해 색채사용이 더 감각적이고 죽음과 폭력을 암시하는 이미지를 자주 사용했다.
 기 부르댕을 일약 스타로 떠오르게 한 것은 챨스 주르댕의 신발 광고 사진이었는데, 그는 패션 사진의 중심을 ‘상품’에서 ‘이미지’로 옮긴 최초의 패션사진작가라는 평을 듣곤 한다. 그가 1975년에 찍은 <챨스 주르댕 광고사진>을 보면 두 개의 콘센트 중 한쪽에는 빨간 구두를, 다른 한쪽에는 피가 흐르는 것처럼 역시 빨간색으로 처리했다. 전기 코드는 빨간색과 대비되는 초록색인데 아무 배경 없이 하얀색 벽면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광고 사진은 상품만 찍었을 뿐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이미지로 각인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설적이다. 또한 1970년대의 사진이라기엔 너무나 세련된 기 부르댕의 사진은 지금 활동하는 유명 사진작가들도 많이 차용하는 연출방식이기도 하다.


 그가 찍은 또 다른 사진인 <무제 누드>를 보면 디스플레이 공간처럼 보이는 곳엔 중앙에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여성 모델이 시체처럼 뻣뻣하게 굳어있다. 한쪽 구석에는 다리가 바닥에 닿아있지만 자세히 보면 목이 줄로 매어진 여성이 있고, 바닥의 붉은색은 폭력과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빈티지한 원피스가 전시되어 있는 이 공간은 파란색과 붉은색, 노란색, 검정색 등이 골고루 배분되어 있어 더욱 시각적으로 가공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이것이 마네킹인지 실제 사람인지 혹은 그저 연출인지 실제 사건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기 부르댕의 방식은 사진을 더욱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주는데, 영화의 정지 장면처럼 보이는 이 패션사진에는 심리학적인 내러티브가 무한히 내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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