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하는 ‘순둥이’가 되지 말자
안주하는 ‘순둥이’가 되지 말자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4.10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석훈 교수

                                                                                                   

 우석훈 교수, 그의 나이는 42세이다. 40대의 삶을 사는 그에게 20대의 삶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미 인생의 고난을 다 겪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에 들어섰고, 지금의 20대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에 청춘을 보내왔다. 이런 그가 20대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아침 조회시간이면 지루하게 읊던 교장선생님의 훈화 같지는 않을까. 하지만 은어까지 곁들여가며 풀어놓은 그의 이야기는 오히려 사회에 몸을 사리고 있는 20대보다 더 ‘쿨’했다!

88만 원 세대의 삶을 산다는 것
 우석훈 교수는 20대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교수라는 직업도 한 몫 했지만 20대 연대 조직을 만들어 활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그는 대학을 나오고도 취업을 못해 사회 부적응자의 삶을 살아가는 20대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경제 근본주의 구조가 원인이었죠. 개도국에서 중진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경제 성장에만 신경 쓰다 보니 조절을 못했거든요.” 그는 여성, 지방 거주자, 그리고 20대를 개도국을 벗어나는 동안 수혜를 받지 못했던 부류로 꼽았다.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문제의 한 축으로 본 것은 그의 유명저서 「88만 원 세대」의 배경이 됐다.
 그는 ‘88만 원을 버는 것’에 대한 문제보다 ‘88만 원도 벌기 힘든 현실’의 문제를 지적했다. “88만 원이라도 정기적으로 벌 수 있다면 충분히 계획을 세울 수 있기나 하죠. 하지만 1년 미만의 인턴사원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는 이러한 구조가 학습적 측면으로도 옳지 않다고 보았다.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열심히 일을 배우겠지만, 1년도 안되는 인턴 기간 동안 퇴직금도 없이 일한다면 어떤 사원이 열심히 직무를 배울 생각을 하겠냐는 것이다. “월급이 미완성이라고 사람도 미완성으로 취급해서는 안되죠.” 20대를 예비 노동자, 혹은 기업의 소비자로 취급하는 기성세대에게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말은 ‘우리 민족’이라고 칭하지만 실제로는 20대를 다른 ‘종’으로 보지 않느냐는 말이다.

20대의 개척자들
 최근 모 대학에서는 기업에 ‘인간제품’을 제공하는 하청업계로서의 대학을 거부하는 한 학생의 자퇴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일하던 직장을 그만 두는 등 일상적인 삶을 접고 다른 식으로 삶을 사는 것을 ‘드롭아웃(Drop-Out)’현상이라고 한다. 우석훈 교수는 학생이 학교를 관두는 것 역시 ‘드롭아웃’이며, 대학생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학생의 경우를 사회에 대한 개인의 희생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자보를 붙여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은 단순한 드롭아웃이라 볼 수는 없다. “대학이라는 곳이 공부를 하는 지성의 장소인데, 지금의 대학은 지성의 장이라기보다 기업의 요구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이 학생의 생각이었어요. 지성인으로서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 정의론적인 강한 형태의 드롭아웃이죠.” 특이하게도 우석훈 교수는 이 학생의 드롭아웃을 예술로 보기도 했다. 글로 개인의 운명을 바꾸었으니 그야말로 생명력 있는 글이라는 것이다.
 우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젊은이들을 위해 기초의원, 노조, 시민단체를 만들라는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한나라당, 민주당과 같이 ‘청년당’이 있으면 훨씬 빠르게 20대의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 “지금 대학생들이 움직이는 방법은 위에서 정해진 방식을 따르는 ‘탑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니라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는 방식이거든요. 이 점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죠.”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아직까지는 점 단계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20대는 그의 저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라는 제목처럼 조용히 혁명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살아남는 삶
 그는 다른 하고 싶은 일이 많음에도 취업준비에만 몰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20대들에게 “그렇다 해도 살아남을 보장은 없다”며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 기업은 대학 입학전형처럼 얼마든지 조건을 바꿔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다양한 스펙을 가지고 오는 사원을 ‘순둥이’라고 표현한단다. 하지만 이 순둥이들은 새색시 같아서 돈 버는데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차라리 한 가지 장기가 있는 사람이 돈을 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세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잘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또한 우석훈 교수는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창의력의 중요성에 대해 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성에게 여성스러움이라는 획일성을 강요해 왔어요. 하지만 이젠 대량 생산의 시기는 지났고, 남들이 해본 것은 안하려 하잖아요. 옷 스타일은 똑같이 입을지언정 정신까지 획일적인 스타일을 가지지 마세요. 완전히 다른 생각이 자기 스타일이고, 그것이 방법입니다.”

 우석훈 교수가 지금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패기에 매긴 별점은 부끄럽게도 1점. 하지만 잠재성은 만점에 가까운 4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얼마든 기회를 만나면 폭발적인 형태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창적인 시행착오가 여러 번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난 뒤에 ‘결국 해냈다’라는 결과를 볼 수 있죠.” 그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쓴 에스프레소를 세잔이나 마셨다. 하지만 아주 달게 마시는 것 같았다. 아무리 쓴 커피같은 20대의 삶이라도 한 잔, 두 잔 들이키듯 겪어나가면 언젠가는 달콤한 뒷맛을 보게 될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