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 취업 위한 불가피한 선택(?)
졸업유예 취업 위한 불가피한 선택(?)
  • 홍여진 <한국대학신문> 기자
  • 승인 2010.04.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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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백수 불안감 해소, 스펙 쌓기 위해 졸업 연기
“졸업하고 6개월 동안 뭐했어요?”
 지난해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채 씨는 아직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로 올해 상반기 공채를 바라보고 있다. 채 씨는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면접 스터디에 참가하며 취업 역량을 길렀다. 하지만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에 가면 인사담당자로부터 꼭 듣는 말이 있다. 왜 아직 취업을 못했냐는 소리다. 
지난해 8월 포스코에 입사한 최혜림 씨는 취업을 위해 졸업을 연기했다. 봉사과목 1학점을 남겨두고, 졸업을 연기한 시간 동안 스터디그룹에 참가하며 취업준비를 했다. 최 씨는 “학생신분을 유지했던 것이 실업 불안감을 해소시켜 자격증 등 스펙을 쌓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졸업을 두 달 앞두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高 스펙’ = ‘졸업 유예’
  대학 5학년생이 늘고 있다. 재학생 신분으로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 졸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업생보다 졸업예정자가 취업에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7년 처음 졸업 연기제를 도입한 건국대는 2008년 2월 117명의 학생이 졸업연기를 신청했다. 지난해에는 238명으로 그 수가 두 배 가량 늘었다. 건국대 학사관리팀 이우광 팀장은 “매해 졸업 연기를 신청하는 수가 늘고 있어 안타깝다”며 “학교라는 울타리만 제공해도 학생들이 불안감을 해소해 취업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졸업 유예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졸업생은 곧 백수’라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연기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신분을 유지해야 공모전, 인턴십 등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 쌓기’의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홍익대 곽진성(경영학과 4) 씨는 “당장 취업을 위해 졸업을 연기하지 않더라도,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에는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각종 공모전 등에 졸업자는 도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졸업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졸업을 연기하고 기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충남대 허윤범(정치외교학과 4)씨도 “고민은 했지만 인턴사원 지원 자격도 대학생으로 제한된 경우가 많아 졸업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고 스펙자’를 요구하는 대기업 입사에 졸업유예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졸업생보다는 재학생
 그러나 ‘졸업 연기’가 취업문을 뚫은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부산대 4학년 김상범(가명) 씨는 “학교 다니는 동안 해놓은 것은 많이 없는데 기업에선 고 스펙자를 원하니까 스펙을 쌓기 위해 한 학기를 더 다니는 것”이라며 “학교 다니는 동안 충실히 취업준비를 했다면 굳이 졸업을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졸업 후 삼성전기에 취업한 이정식(가명) 씨는 “졸업을 연기하는 친구들이 많아 고민을 했지만 시간만 지체되는 것 같아 바로 졸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한 기업을 목표로 하고 관련된 역량을 쌓았던 것이 오히려 취업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실제 채용담당자들은 “졸업생 보다 재학생을 선호하는 현상이 실제로 있다”고 인정한다. 졸업을 연기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인사 담당자, “졸업 연기보다 관련 경험 쌓는 게 중요”
대학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돼야 졸업 연기 줄 것”

사실상 졸업유무보다 경력이 중요
 그간 기업들은 졸업자에 대해 ‘졸업 후 이미 여러 기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사람’이란 이미지를 가졌다. 입사시험에서 공공연히 졸업자를 차별하는 관행이 존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이런 관행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졸업 예정자에게만 신입사원 입사지원 자격을 주었던 삼성이 졸업자에게도 이를 가능하도록 자격요건을 확대했다.
건국대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삼성전기 윤관진 개발혁신과장은 “졸업자의 경우 다른 기업 면접에서 떨어진 후 온 것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졸업 예정자를 선호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졸업 예정자와 기졸업자를 떠나 경력을 보는 추세다. 졸업을 한 후, 관련된 직무에서 경험을 쌓았다면 졸업 예정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채용담당자들이 보는 것은 졸업자와 졸업 예정자의 차이가 아니라, 해당기업에 지원하기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느냐’는 것이다. 취업전문포탈 커리어 홍보팀 김호진 씨는 “졸업을 하고 2~3년 이상 지난 것이 아니라면 입사에 있어서 재학생과 졸업자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지는 않는다”며 “실제 인사담당자들은 졸업을 한 후 인사 담당자, “졸업 연기보다 관련 경험 쌓는 게 중요”
대학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돼야 졸업 연기 줄 것”
공백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기업의 양극화 해소
 이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해야 졸업 유예자가 줄어들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학생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엔 취업을 기피하고, 대기업으로만 몰리다보니 입사 자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에 맞추기 위해 졸업을 연기하고 스펙을 쌓는다는 것이다.
건국대 취업지원팀 고해웅 팀장은 “대기업 입사 문이 좁아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연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후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 팀장은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가 해소되면 졸업 유예자들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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