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캐릭터, 열 마리 미키마우스 안부럽다
잘 만든 캐릭터, 열 마리 미키마우스 안부럽다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6.05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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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101-2079518’,  ‘830422-1185600’. 보다시피 이것은 주민등록번호이다. 요즘같은 시대에 함부로 주민등록번호를 가르쳐주면 안된다고? 하지만 이 주민등록번호는 아무리 도용하려 해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특별한 주민등록번호이기 때문. 첫 번째 주민등록번호는 <달려라 하니>의 하니, 두 번째 주민등록번호는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의 것이다. 하니와 둘리 뿐만이 아니다. 태권V는 ‘760724-R060724’라는 주민등록번호를 받았다. 특이하게도 성별을 알 수 없는 로봇이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째 숫자는 1, 2다 아닌 로봇(Robot)의 첫 글자 R을 넣었다. 이렇게 만화 캐릭터를 국민 대접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화 캐릭터를 시민으로 인정하는 이유
앞에서 말한 하니와 둘리의 주민등록번호는 각각 서울 강동구, 부천시에서 발행했다. 서울 강동구는 <달려라 하니>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도 있지만 하니를 통해 하니가 가진 건강하고 활발한 이미지를 강동구의 이미지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준근 강동구청 푸른도시과 공원담당자는 “하니라는 캐릭터가 가진 역경 속에서도 활발하며,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밝은 이미지를 강동구민들에게 알려 건강한 강동구의 이미지 쇄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는 2011년까지 하니 특화거리, 테마마을, 그리고 육상 관련 프로그램 개발 등에 수억 원의 예산을 들일 예정으로 이는 수백억 원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천시는 둘리를 명예시민으로 발탁함으로써 둘리가 가진 친근한 이미지를 지역 이미지로 차용했다. 둘리를 명예시민으로 발탁한 2007년 당시 부천시에서는 만화도시 부천의 발전을 위한 만화사업 추진을 진행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중심지로 만화산업 발전에 전환점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 부천 둘리거리에 사행성 오락실, 성인용품 판매점 등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어 순수한 둘리의 이미지에 오명을 끼쳤다는 비난이 일고 있기도 하다.

대접받는 만화 캐릭터
겨우 만화 주인공들에게 대한민국 국민 인증 주민등록번호를 왜 발급하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캐릭터 각각이 가지는 고부가치를 따져본다면 한 나라의 국민 대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예를 보자. <포브스>지가 선정한 부가가치 1위 캐릭터 ‘미키마우스’의 경우 출판, 패션, 테마공원 등 여러 영역에서 연간 58억 달러(6조 9백억 원)를 벌어들인다. 오죽하면 11월 미키마우스 생일잔치에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하겠는가.
한국 슈퍼 캐릭터로 칭하는 ‘뿌까’의 경우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도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다. 현재는 150개국에 2,500여 개의 품목을 수출중이다. ‘뿌까’의 지난 2009년 한 해 수출액은 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뿌까’의 뒤를 이어 ‘뽀롱뽀롱 뽀로로’도 코리아 캐릭터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국내에선 어린이들의 친구가 된지 오래다.
둥글둥글한 그림체와 주인공 뽀로로와 친구들 사이에 벌어지는 서정적인 이야기는 해외에서도 인정 받아 국내 80여 개의 라이선시를 통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 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북유럽 등 40개 국가에 진출했다. 하지만 강소현 문화콘텐츠진흥원 유통금융사업팀장은 “뿌까나 뽀롱뽀롱 뽀로로같은 캐릭터를 제외하면 우리 토종 캐릭터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다”며 국내 유통단계부터 원활하지 못해 세계시장에 더 많은 캐릭터를 유통하는데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종 캐릭터, 잘 키우려면
무엇보다 캐릭터 사업 활성화를 위해 애니메이션의 기반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에 투자, 세제를 개선해야겠지만 방송 편성 및 미디어 유통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국산방송쿼터제로 지상파 어린이 방송 시간대 중 45%가 국내 애니메이션 방송 가능하다. 이는 채 절반도 넘지 못하는 편성률이며, 한미 FTA가 발효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심야시간 재방송 편성 편법으로 사용되고 있어 국내 애니메이션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애니메이션 지원정책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 개선을 위해 국산 애니메이션 보호 기금 마련 등으로 효율적인 방송 편성 시행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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