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늦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뒤늦은 늦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 김창현 음악평론가
  • 승인 2010.09.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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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ud Gilberto [The Astrud Gilberto Album] (1965/Verve Record)
 “게으름이야말로 가장 뜨거운 열정이며, 어떠한 열정도 게으름의 열정보다 뜨거운 열정은 없다.” 사무엘 버켓의 명언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는 게으름이 우리에게 주는 미학을 잘 알고 있다. 기나긴 여름 끝의 무더위에 지친 요즘 같은 때면 우리는 더욱 게으름의 쉼표가 필요하게 된다. 리우 데 자네이루의 여름, 석양이 지는 테라스에 앉아 즐기는 선선한 바람을 상상해보자.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선율의 보사노바가 은은하게 깔리며 아스투르드 질베르토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소개할 주인공 아스투르드는 보사노바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주앙 질베르토(Jo?o Gilberto)의 전 아내이자 보사노바의 조안 바에즈와도 같은 존재이다. 그녀의 데뷔작 [The Astrud Gilberto Album]은 그녀의 가녀린 음색과 소녀의 감수성이 가장 빛나던 시절을 담아놓은 보석함이며 그녀의 주옥같은 작품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명반이다.
사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그녀의 대표작이자 세기의 명곡인 <The Girl From Ipanema>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없었다. 스탄 게츠와 남편인 주앙 질베르토의 레코딩을 위해 갔던 뉴욕에서 영어를 한다는 이유로 그녀는 코러스 소절을 맡게 됐다. 그 후 이 목소리가 미국 전역에 보사노바의 열풍을 일으켰다. 남편을 필두로 보사노바의 전설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이 시기에 그녀의 데뷔작에 참여하게 됐고 그렇게 걸작은 탄생했다.
그러나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 내면에 깨질 것 같은 연약함과 아픔도 들리는지? 이 앨범 이후 그녀는 스타덤에 오르며 스탄 게츠와의 반년에 걸친 투어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남편과 멀어지고 결국 이혼을 맞게 된다. 스탄 게츠와 질베르토 부부의 만남은 희극의 시작이자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일까? 그녀는 미국으로 이민해 어린 아들과 함께 힘겨운 타향생활을 시작한다. 부모의 음악적 유전자를 물려받아서인지 아들은 훌륭한 뮤지션으로 자라나 주었고 어머니의 투어에 함께 참여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지금 성공한 브라질 아티스트로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언론에서 만들어낸 루머와 사생활 오도로 인해 그녀는 깊은 상처를 입고 걸어야 했다. 이런 희노애락이 담겨 있기에 그녀의 음악은 더 존경스럽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눈을 지그시 감고 우리의 지친 마음을 그녀의 달콤하고 로맨틱한 노래에 맡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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