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미술의 이해-신라 금관의 사회적 기능을 중심으로>
<신라 미술의 이해-신라 금관의 사회적 기능을 중심으로>
  • 이송란(미술사학과) 교수
  • 승인 2010.10.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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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 학생들에게 한국 미술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열거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 신라 무덤에서 출토된 신라금관을 첫 번째로 꼽는 경우가 많다. 나무와 사슴뿔 모양의 세움 장식에 씨앗 모양의 비취 곡옥이 더해진 금관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신라 사회에서 최고의 장인이 제작하였던 금관은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여 만든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 의의가 크다. 주지하다시피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켜 우리나라 최초의 통일 왕조를 세웠던 나라이다. 이러한 신라에서 고구려와 백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정형화된 금관을 착용하는 금관 문화를 이룩하였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 신라 금관의 비밀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금관 장식의 유형
신라 금관이라고 하면 모두 3단 직각 맞가지식 입식 3개와 사슴뿔 모양의 입식 2개가 대륜 위에 장식된 모습이다. 직각 맞가지식 신라관이 처음 확인되는 것은 여성의 무덤인 북분과 남성의 무덤인 남분이 서로 붙어 표주박 모양을 하고 있는 황남대총이다(그림 1).
직각 맞가지식 신라관이 처음 확인되는 것은 황남대총 남분이다. 황남대총 남분 피장자에서 주목되는 것은 신라식관, 허리띠, 목걸이 등 장신구와 환두대도가 일정한 세트를 이루고 착장되고 있는 점이다(그림 2). 금제 장신구가 세트화되어 나타나는 것은 이후 왕릉급 적석목곽분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 황남대총의 남분과 금관에서 신라 금관의 형성과정을 살필 수 있다. 황남대총 남분에서는 모두 4점의 맞가지식 금동관이 발견되었다. 이들 4점의 금동관은 3개의 7단 맞가지식의 입식이 대륜에 장식된 점은 동일하나 대륜의 문양, 맞가지의 각도 등에서 변화를 보인다(그림 3).
대륜의 문양은 파상점선문인 것과 점선문으로 나누어진다. 맞가지식의 각도는 둔각에서부터 묘주가 착장한 금동관 같이 직각인 것이 있다. 4개의 금동관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맞가지식 입식이 직각이고 몸체 너비가 일정하며 곡옥과 보요 장식이 첨가된 묘주 착장의 금동관이 제일 마지막에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은 왕만 쓰는것?
녹각형 입식이 첨가된 것은 여성의 무덤인 황남대총 북분이다. 북분의 관이 금제인 것을 신분의 차이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부장품들에서는 북분과 남분의 위계적 차이를 볼 수 없어 황남대총 북분 금관은 신라관의 완성 단계로 파악된다(그림 4).
금동관은 금관총, 천마총, 금령총, 황오동 16호분 1, 2, 4곽, 황오동 32-1호분, 황오동 34호분, 인왕동 A군 1호 등 다수의 고분에서 출토되었다. 또한 경주 이외의 부산 복천동, 대구, 경산, 창녕, 양산 등지의 지역 고분에서도 신라식 관이 확인되었다. 이들 관들이 사용되었던 신라 마립간시대의 왕들은 17대 내물왕(奈勿王)?18대 실성왕(實聖王)?19대 눌지왕(訥祗王)?20대 자비왕(慈悲王)?21대 소지왕(炤知王)?22대 지증왕(智證王) 모두 6명인 것을 감안하면, 신라관은 왕인 마립간뿐 만이 아니라 지배자 계층에서도 착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금관의 착용 방식에 대한 의견들 
신라 금관의 착용 방식이나 그 용도와 관련하여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나무나 산을 형상화한 수지형 입식 의미에는 우주를 수직으로 위치하는 세계로 이해했던 고대인들의 사고가 반영되고 있는 것을 참고하면, 피장자가 이를 착장한 채 무덤에 있는 것은 신라사회에서 이루어졌던 장송의례의 목적에 합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황남대총 남분과 같이 제작 시점이 다른 관들이 여러 개 부장되는 것은 이 관이 장송 목적 이외에 특별한 목적 생시에 착용하였던 용도와 관련이 있다. 천마총에서도 금관과 금동관이 그리고 금관총에서 금관 1점과 금동관 2점이 동시에 출토된 바 있다.
   나뭇가지를 형상화한 맞가지식 입식과 사슴뿔 모양의 입식은 모두 천상으로 상승하는 잇는 우주의 축인 우주수와 우주록의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입식의 끝이 모두 빛, 광명을 상징하는 보주 형태로 마무리 되는 것은 우주수와 우주록의 개념과 상통되는 요소이다. 즉 우주의 축을 통해 상승하는 하늘은 광명의 천신이 주재하는 곳이라는 인식과 결부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림 5)로 보면 맞가지식의 신라관은 지배자를 초자연적인 존재와 연결시키고 그 권력을 정당화시키려는 사회통합적 기능을 수행한 특수 의례인 시조묘 의례와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신라식 관이 여성묘와 지방의 수장묘에서 출토되는 고고학적 양상이다. 
여성묘인 황남대총 북분, 서봉총, 황오리북분, 은령총에서도 맞가지식의 금관이나 금동관이 출토된 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삼국사기 제사조에 의하면 나매차차웅이 그의 누이인  아노(阿老)에게 시조묘를 주재하게 했다는 기록이 흥미롭다. 여성왕족은 왕에 의해 나누어 받은 제사를 주관하는 것이다. 이것은 왕의 통치자로서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그의 종교적 기능의 일부가 친족, 특히 왕실 여성들에 의해 수행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결국 국가 제사를 책임지는 최고 사제직을 왕실 내에서 독점되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신관 개관 5주년 특별전으로 <황남대총전>이 10월 31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1975년부터 발굴된 성과물이 한 자리에 종합적으로 모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이 전시에서는 신라 왕과 왕비가 금관과 각종 장신구들을 착장한 모습을 가상으로 재현한 3D 영상물도 선보였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이 전시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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