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안내판 실태
경복궁 안내판 실태
  • 안예원(국어국문학과 어학회)
  • 승인 2010.11.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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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궁에 관람객들이 너무 많아서 관람객을 제한하고 있다. 주말에 궁을 가보면 단순히 관람을 하는 사람 뿐 아니라, 궁 자체를 즐기고 우리의 역사를 천천히 느끼며 감상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는 그만큼 궁이 예전보다 우리에게 친근해졌다는 것을 말해주며 우리가 궁을 더 잘 보존하고 복원하여 이를 후손에게 잘 전달해줘야겠다는 것을 느끼게끔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궁의 안내판에는 적절하고 충분한 설명이 되어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발견되는 문법상의 오류
띄어쓰기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던 오류 유형은 대부분 두 개의 단어를 마치 하나의 단어인 것처럼 붙여 사용한 것이었다. 먼저 경복궁 전체에 관한 안내판의 ‘곳곳에 정원시설들을 배열했다’의 문구에서 ‘정원시설’을 띄어야 한다.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이라는 뜻의 ‘정원’과 ‘도구, 기계, 장치 따위를 베풀어 설비함. 또는 그런 설비’라는 뜻의 ‘시설’ 이라는 두 개의 단어인데 붙여서 사용했다. 또, 건청궁 안내판에는 ‘건청궁의 건축양식은 궁궐의 침전양식과는 달리 양반가옥’이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서 ‘침전’은 ‘임금의 침방(寢房)이 있는 전각’ 이라는 뜻이고, ‘양식’은 ‘일정한 모양이나 형식’을 의미한다. ‘침전양식’ 이라는 단어는 없고 두 개의 단어이기 때문에 띄어써야한다.
   한글 맞춤법에는 피동이나 사동 표현을 잘못 사용한 부분과 그 외의 몇 개가 있었다. 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경복궁 안내판에 ‘왕권을 강화시키기 위해’라는 표현이 있다. ‘강화시키다’는 올바르지 않는 표현이므로 ‘강화하다’로 고쳐 사용해야한다. 또 ‘재건 경복궁은’ 에서는 ‘재건된 경복궁은’ 이라고 고쳐 사용하는 것이 맞다.
   또, 건청군 안내판의 ‘경복궁 중건사업이 끝난 이듬해인 1873년, 고종은 경복궁 북쪽 동산정원인 독산과 향원정 사이에 건청궁을 건립케 하고 명성황후와 기거하였다’에서 ‘건청궁을 건립하게 하고 그곳에서 명성황후와 기거하였다’ 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좋다.

어려운 단어 사용
어려운 단어사용으로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안내판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았다. 전문가들에게는 친숙하고 쉬운 단어들이지만 일반인들 혹은 어린아이들이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따라서 이러한 단어들은 쉬운 단 어로 고쳐 사용하거나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돕는 방법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한자를 옆에 같이 제시해 줌으로써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단어는 한자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료 분석한 결과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경복궁 전체를 설명하는 안내판에서는 ‘주산’, ‘안산’, ‘외전’, ‘행각’ 등의 단어들이 있었다. ‘주산(主山)’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풍수지리에서, 묏자리나 집터 따위의 운수 기운이 매였다는 산’ 을 의미하고 ‘안산(案山)’은‘「명사」『민속』풍수지리에서, 집터나 묏자리의 맞은편에 있는 산’ 을 의미한다. 뜻을 살펴보면 주산은 운수 기운이 있고 안산은 그러한 주산 맞은편에 있는 산을 의미한다. 이러한 단어들은 전문가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로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주석 없이 읽기에는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외전’은 임금이 거처하는 전각(殿閣)을 내전(內殿)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즉, 임금이 사는 궁궐을 내전(왕비가 사는 궁전)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행각’은 ‘궁궐, 절 따위의 정당(正堂) 앞이나 좌우에 지은 줄행랑’ 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단어들은 쉬운 단어로 고쳐 사용하거나 ‘행각’과 같이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은 밑이나 옆에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돕는 것이 필요하다.
 
설명 부족한 부분도 많아
궁의 안내판은 내용설명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책자나 팜플렛 등과는 조금 다르게 면적상 제한이 있어 이미지나 다른 것들로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안내판안의 내용들이 역사적 사실들도 있고 건축양식들에 대해 나온 것들도 있어서 우리에게 친숙하지 못하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문장 내에서 조금이라도 더 쉬운 단어, 혹은 간단한 그림 등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안내판을 분석하면서 보니, 역사적 사실이나 부가 설명들을 하기 위해 정작 안내판이 말하고자 하는 건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들도 있었다. 하나씩 살펴보면 경복궁 안내판에서 ‘광화문을 비롯한 외전 일부를 헐어내고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어’ 이 부분에서는 무엇을 헐었는지가 불분명하고 이로 인해서 광화문의 위치 이동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정보가 불분명하다. 태원전 안내판에서는 ‘태원전’ 이라는 건물 자체 설명이 부족하다. 따라서 차라리 첫 문장에 ‘태원전은 경복궁의 빈전이다’등의 표현으로 태원전을 설명해주는 문장이 나오는 것이 보다 빠른 이해를 돕는다. 또한 ‘공묵재’, ‘영사재’ 등에 대한 보충설명이 필요하다. 경회루 안내판에서는 ‘중건 당시에 경회루 연못에 2마리 청동 용을 넣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실제로 1997년 준설공사 과정에서 발견되었다’에서 그것이 조각 용을 말하는 것인지 정확한 설명이 없다. 마지막으로, 향화당·집경당 안내판의 ‘중궁전인 교태전 북쪽에는 흥복전과 여러 빈들의 거처인 후궁 영역이 있었다’ 에서는 중궁전이 왕후가 거처하는 궁전이었다는 보충설명과 후궁 영역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을 뜻하는지 조금 더 설명할 필요가 있다.

   궁의 안내판이라는 특징상, 정해진 독자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사람들이 정보를 얻어간다. 따라서 이렇게 공공성을 띄는 안내판인 만큼 최대한 올바른 표현을 사용해야한다. 본고에서 모든 표현을 다 고치지는 못하였지만, 조금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외국인을 비롯해 어린 아이들부터 남녀노소 많이 방문하는 사적인 만큼 보다 바르고 좋은 표현들로 안내판이 제 기능을 다하여 관람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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