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대중의 꿈을 현실로 만들다
판타지, 대중의 꿈을 현실로 만들다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1.01.03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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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를 흥분 속에 몰아넣었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판타지 장르가 다시 한 번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판타지 문학에 대한 관심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판타지 문학의 현주소와 그것이 대중화되기 위해 갖춰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가능성과 함께 짚어보자. 

  과거에서 파생된 새로운 세계, 하이 판타지
  판타지 문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다른 ‘환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그렇기에 판타지 문학은 철저하게 그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 수많은 세계관과 설정을 가능케 한다.

  무수한 하위갈래를 지닌 판타지문학을 크게 두 가지로 보자면 <반지의 제왕>으로 대표되는 ‘하이 판타지(high fantasy)’와 <해리포터>로 대표되며 현대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컨템포러리 판타지(contemporary fantasy)’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이 두 갈래는 모두 현대 판타지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지만 지금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전자다.
  우리에게 익숙한 판타지 세계는 일찍이 서양에서 전해 내려오던 민담과 신화들에 등장하던 수많은 요소들을 J.R.R 톨킨이라는 작가가 재창조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의 저서인 <반지의 제왕>은 서구 판타지 문학의 성경으로 일컬어지며 현대 판타지관의 태반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그러나 톨킨의 문학이 서구 판타지에만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구전되던 북유럽 신화에서 톨킨이 건져낸 요소들은 먼 한국으로 건너와 국내 초기 판타지 문학의 근간을 이루고, 80년대에 들어 ‘한국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에 이른다.

  독특함과 진부함으로 양분화된 한국 판타지
  하지만 국내의 판타지가 톨킨의 스타일 그대로 전개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국내 판타지 시장은 타 국가와는 달리 ‘인터넷 소설’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시작되었으며, 톨킨의 판타지 관에 일본식 판타지 게임의 설정이 혼합된 시각을 가지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하이텔, 나우누리 등의 통신망이 인터넷 상에서의 연재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고 당시 막 생겨나기 시작한 도서대여점은 싼 값에 책을 빌려볼 수 있다는 개념으로 새로운 장르를 거리낌 없이 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이때 시작된 ‘인터넷 연재’라는 방식은 지금도 국내의 판타지와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나날이 대중화되는 추세이며 소설이라는 장르에 접근성을 높이고 신예작가발굴의 새로운 루트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환경은 국내 판타지가 진지한 문학이라기보다 흥미본위로 발전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보니 점차 코믹한 요소와 당시 유행하던 무협지, 차원이동의 요소를 섞은 ‘퓨전 판타지’의 비중이 급속하게 늘어난다. 물론 이로써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어져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들을 사용하는 작가들이 늘기도 했지만 반면 잘 팔리는 소재들에 집착하는 작가 층 역시 두터워졌다. 판타지계의 양분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국내 판타지관의 대부분이 톨킨의 유럽식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장르유입 경로역시 인터넷을 매개로 했기에 한국의 판타지는 몇몇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향유자가 거의 없는 문학으로 대중성을 잃는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진정한 ‘한국형 판타지’, 대중을 향하기
  그렇다면 국내의 판타지 문학이 향해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현재로서는 작가 발굴과 대중성의 획득이 현재로서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 
 

 도서출판 ‘문학수첩’의 신주현 편집부 팀장은 “국내 판타지가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입견의 불식이 절실하다”고 한국 판타지의 현주소를 짚었다. 하지만 이 선입견은 비단 일반대중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도 해당된다.
  분명 해리포터로 대변되는 해외문학의 성공은 국내 판타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지만, 이 현상이 되려 국내 판타지 작가들에게 ‘이렇게 써야 성공한다’는 식의 선입견을 심어 상상력을 제한한다면 그것은 없느니만 못한 효과가 된다. 신팀장은 “일상적인 배경을 가지고도 판타지는 얼마든지 얘기될 수 있는 소재다”라며 “외국소재의 차용이나 아류가 아닌, 진정한 ‘한국형 판타지’의 실현은 작가의 선입견 극복과 새로운 발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의 휴고상과 같이 대중에게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과 작가를 발굴하려는 노력역시 중요하다. (주)제우미디어에서는 90년대부터 국내 판타지 작가들의 소설을 책으로 발간하였으며, 조선일보와 문학수첩은 서로 연계하여 ‘판타지 문학상’을 작년에 개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환상문학 웹진 <거울>등의 사이트에서도 출판사와 연계해 대중들 앞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판타지는 더 이상 마니아만을 위한 장르가 아닌 우리가 막연히 한번쯤 상상해보던 것들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는 새로운 장르로 발돋움하고 있다. 일상에서 탈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판타지 장르가 대중에게 널리 정착된다면 곧 세계에서 위명을 떨치는 ‘한국 판타지’를 볼 날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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